밀어 넣은 그리움이 터지는 순간
엄마가 매일 보고 싶었던 날이 있었다.
이른 아침 집을 나서서 함께 다녔던 곳들을 찾아 추억을 더듬었고, 늦은 저녁이 되면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잠이 들면 마치 긴 겨울잠이 좋아 깨어나고 싶지 않은 곰이 되고 싶었다.
그런 날들이 반복되면서 정신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있는 날이 많아지기도 하고, 며칠은 시름시름 앓기도 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마음병'이라 부르는 것 같다. 지독한 슬픔이 힘들어 병이 어서 나았으면 싶기도 하고, 계속 아프고 싶기도 했다.
살아 있다는 건 아직 잃어버릴게 있다는 것이다.
살아서 또 소중한 것들을 잃고 슬퍼할 생각을 하니, 사는 게 너무 불안하고 두려웠다.
역시 시간이 약인 걸까.
힘든 시간과 마음들은 마법처럼 점차 무뎌지더니 신기하게도 나는 멀쩡해졌다.
이제 매일 엄마가 생각나지 않을 만큼.
그러나 가끔 뜻밖의 순간에
엄마는 불쑥 찾아와 나를 당황스럽게 할 때가 있다.
한파경보가 있던 유난히 춥지만, 지극히 평범한 주말이었다.
늦은 아침 식사를 하려고 전자렌지에 햇반을 넣어두었다. 귀찮으니 라면에 간단히 밥을 말아 먹을 참이었다.
'전자렌지를 돌리다 눈물이 났다.'
'땡'소리와 함께 전자렌지 앞으로가 햇반을 꺼냈을 때였다. 햇반의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는 순간 나는 말도 안되게 흐릿해졌다.
"보고싶다. 엄마가'
단단한 가방에 담아 나오지 못하게 백번천번 꿰매었던 슬픔이다. 누구도 열지 못하게 심장 깊숙이 꾹꾹 숨겨둔 그리움이었다. 그렇게 한꺼번에 터진 감정은 나조차 감당하기 힘들 지경에 이르렀지만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뜨거워진 얼굴을 무릎에 묻은 채 우는 것밖에는.
그날 왜 갑자기 엄마가 생각나 울컥했는지 잘은 모르겠다.
그저 밖은 유난히 추웠고, 집안은 정적이 감돌 만큼 조용해서 쓸쓸하다 생각했고, 마침 전자렌지로 돌린 햇반을 집어 든 순간 ‘따뜻하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엄마가 보고 싶은 건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처럼 항상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늘 내 심장 깊숙이 밀어 넣은 그 가방 속 그리움 같은 것이다.
참 많은 것을 잃었다 생각한 서른 한살 그때의 나는, 그날 이후 그 가방이 터지면 꿰매고, 터지면 다시 꿰매는 것을 반복하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