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처리되었습니다

마음이 무거운 이에게

by 서리

하차 태그를 한 줄 모르고 또 카드를 버스 단말기에 대었다.

회사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나는 오늘 하루 있었던 업무 실수를 생각하며 자책하고 있었던 터다.



이미 처리되었습니다


나는 아직 처리되지 못하였는데, 너는 자꾸만 처리가 되었으니 그만 좀 하라 한다.

마치 '별일 아닌 일에 신경쓰는 일 따위 당장 그만 둬.' 라고 나에게 질책이라도 하듯이.

누구도 해주지 않았던 말이었다.

창백하다 못해 파릇해진 내게 어쩌면 누구도 쉽게 건넬 수 없는 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차가운 기계가 전하는 '이미 처리되었습니다.'라는 이 두마디에 나는 말도 안 되게 위로를 받았다.



우리는 저마다 처리되지 못한 마음들을 부여잡고 살아간다. 이것은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이 오롯이 자신만이 감내해야 하는 외로운 싸움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외로운 싸움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지.

버스에서 내리며 나는 마음이 무거웠다.

나도 그들도 무거운 마음을 당장 버릴 수 없다면, 부디 빨리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가 위로 받았듯이 그들도 진심으로 조금이나마 위로 받았으면 좋겠다.


"당신이 걱정하는 일,

모두 무사히 처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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