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좋아 들른 곳이었지만, 작품과 함께한 그의 글들에 매료되어 나오는 길에는 에세이집을 덜컥 집어들었다.
기분좋게 고즈넉한 길, 미술관 특유의 서늘한 공기와 냄새, 음악. 이런것들이 주는 마법이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만 "멋있다." 라는 말을 내뱉고 말았다. 갑작스런 나의 말에 동행한 이는 예술가에 대한 막연한 로망이라 생각했던지 '풉'하고 비웃었지만, 그순간 나는 어느때보다 진심이었다.
작품을 보며 큰 감동을 받았다기보다 죽기 직전까지 오직 그림 생각 뿐이었던 그의 열정이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떻게 그림에 미치도록 빠져들 수 있었던걸까. 내게도 무언가에 깊숙이 빠지게 되는 날이 올까. 돌아오며 내내 숙제가 생긴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