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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리 Nov 11. 2018

엄마의 흰머리


- 얼마전에도 4~5개는 뽑은 것 같은데, 또 흰머리카락이라니.


요즘들어 머리에 흰머리카락이 많이 보인다.

언니는 '엄마를 닮아 흰머리가 많이 날 거야' 라고 무심하게 말하며 개고 있던 옷을 서랍에 넣는다.


어릴 적 엄마 흰머리카락을 뽑으며 용돈을 벌었던 생각이 난다. 처음엔 하나당 10원이었는데, 흰머리가 많아지자 엄마는 하나당 1원을 주셨다. 화장대 서랍에서 쪽집게를 꺼내들고 자리를 잡고 앉으면, 엄마는 내 다리를 베고 편하게 뽑을 수 있게 자세를 고쳐 누우셨다. 그때 엄마는 누워서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하루종일 힘들었던 일, 재밌었던 일, 아빠 얘기, 옆집 아주머니 얘기.... 어떤 날은 외할머니 얘기를 하실 때가 있었는데 있을때 잘해라며 울먹이는 엄마를 나는 모른척 했던 것 같다.

엄마의 흰머리카락을 뽑으며 머릿속엔 온통 용돈 생각 뿐이었던 딸. 그때 난 왜 엄마가 늙어가고 있다는 생각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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