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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리 Aug 27. 2018

기일(忌日)

간신히 아무렇지 않은 척

언제부턴가 그들 가족은

슬퍼도 안슬픈척

가면 하나씩을 가지고 다니기로 한다.

아마도 가면 속 표정을 들키고 싶지 않기 때문에.


TV를 봐도, 길을 걷다가도

세상사람들의 이야기는 늘상 그들을 괴롭히며

잠재워둔 감정들을 깨운다.

내색하는 것에 인색한 그들 가족은

그때마다 조용히 품안에서 가면을 꺼내어 쓰고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는다.

그러면 된다. 그들은.

그러면 된다.



이제 매일 필요없게 된 가면을

저마다의 옷장에 넣어 두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매년 같은날이 되면 몰래 다시 꺼내 쓴다.


리고 안타깝게도 어떤 사람은

아직도 가면을 품안에 두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익숙한 멜로디와

알맞게 여문 추억들과

또 외롭지 말라고 나의 체취를 조금 남긴다.

슬프지만 나는 또 그렇

그곳에 당신을 두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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