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과 아프리카의 교차로, 이집트는 1억 명 인구와 풍부한 인재 기반을 바탕으로 MENA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파우리, 할란, 스윙과 같은 유니콘과 글로벌 진출 스타트업들이 잇따라 등장하며, 카이로는 중동·아프리카를 연결하는 디지털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집트가 어떻게 기술 창업의 중심지로 도약하고 있는지, 그리고 한국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이 이 지역에서 어떤 전략적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집트는 인구 1억 명이 넘는 아랍권 최대 인구국이자 아프리카 북부를 대표하는 경제대국입니다. GDP 기준으로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아프리카 상위 3대 경제 규모를 형성하고 있으며, 1인당 GDP는 약 4천 달러로 중상위 소득국에 해당합니다. 풍부한 역사와 문화 유산, 수에즈 운하를 통한 지정학적 위치 덕분에 관광 및 물류 산업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으나, 최근에는 ICT 및 스타트업 산업이 부상하며 경제 구조의 전환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2010년대 초반 정치적 변동 이후, 정부는 디지털 경제 육성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주요 국가 과제로 설정하였고, 교육 수준이 높은 대규모 청년 인구를 기반으로 기술 창업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수도 카이로는 중동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비즈니스 허브로 부상하고 있으며, 스타트업들은 MENA 시장과 아프리카 시장을 동시에 겨냥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최근 연간 5% 내외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아프리카 스타트업 열풍의 주요 축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집트 스타트업 생태계는 풍부한 기술 인재, 광대한 내수시장, 정부 주도 지원이라는 세 가지 축이 특징입니다. 연간 수십만 명의 공학 및 ICT 졸업생이 배출되어 인적 자원 공급이 원활하며, 인건비 경쟁력도 높아 글로벌 개발자 아웃소싱 수요가 많습니다. 스타트업들은 국내 대형 시장을 타깃으로 삼는 동시에, 아랍어 사용권 전체를 겨냥한 광역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음식 배달 앱이나 이커머스 플랫폼이 걸프 지역까지 진출하는 사례도 다수 존재합니다. 주요 도시인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에는 코워킹 스페이스와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이 다수 운영되고 있으며, 정부 산하 ITIDA와 창업 기금은 해외 엑셀러레이터와 협력하여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앙은행은 핀테크 펀드를 조성하는 등 공공 부문의 지원도 활발합니다. 산업 분포는 핀테크, 이커머스, 물류에 집중되어 있으며, 헬스테크와 에듀테크 분야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현금 중심 경제 구조를 디지털화하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200개 이상의 핀테크 스타트업이 등장하였고,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와 라이선스 제도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종합하면, 이집트는 인적 자원, 시장 규모, 정부 지원이라는 삼박자가 조화를 이루는 MENA 지역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허브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핀테크 스타트업으로는 파우리(Fawry)가 있습니다. 2009년 설립되어 2019년 이집트 증시에 상장하였고, 시가총액 10억 달러를 돌파하며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MNT-할란(Halan)은 소액대출과 전자지갑 서비스를 제공하며 2023년 약 4억 달러를 조달하고 유니콘으로 등극하였습니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스윙(SWVL)이 대표적인 사례로, 카이로 기반의 버스 공유 플랫폼으로 시작하여 중동 및 아프리카 20여 개 도시로 확장하였고, 2022년 미국 SPAC 합병을 통해 나스닥에 상장하였습니다. 비록 사업 재편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글로벌 자본시장 진출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는 지드(Zed), 막시앱(MaxAB)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MaxAB는 도매 유통을 디지털화하여 1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였습니다. 물류 기술 분야에서는 트레일러(Trailer), 복서(Boxr) 등이 화물 운송의 플랫폼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에듀테크 분야의 알멘하(ALMENHA), 헬스테크 분야의 비지타(Vezeeta) 등이 주목받는 대표 스타트업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집트에는 아직 통합된 스타트업법은 없지만, 정보통신부, 중앙은행, 투자청 등이 각각 스타트업 친화적인 정책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부 산하 ITIDA는 전국 주요 도시에 Creativa 이노베이션 허브를 운영하며, 창업 공간 제공, 멘토링, 네트워킹 등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중앙은행은 핀테크 규제 샌드박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10억 파운드 규모의 핀테크 혁신 펀드를 통해 직접 투자도 집행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스타트업 투자 촉진을 위해 VC 과세 완화, 외국인 투자 절차 간소화 등의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2022년 발표된 "디지털 이집트" 전략은 전자정부 확대, 스타트업 생태계 육성, 전자결제 활성화 등을 포함하며, ICT 산업의 경제 내 비중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규제 측면에서는 여전히 관료적 절차, IP 보호제도 미비, 행정 불확실성 등 개선 과제가 있으며, 환율 변동성 및 외환 규제 같은 거시적 위험도 상존합니다. 2023년부터는 국제통화기금(IMF) 프로그램 하에 환율 유연화 및 구조개혁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집트는 최근 몇 년간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스타트업 투자를 유치한 국가 중 하나로, 나이지리아, 케냐와 함께 아프리카 스타트업 투자 상위 3대국으로 꼽힙니다. 2021년 약 6억~7억 달러, 2022년에는 8억 달러 이상의 투자 유치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2021년에는 투자 건수 기준 아프리카 1위를 차지하였고, 이후에도 활발한 투자가 이어졌습니다. 대표적인 투자 사례로는 MNT-할란의 4억 달러 조달, 카림(Kareem) 출신 창업자들의 운송 스타트업 시리즈 A 라운드 등이 있습니다. 특히 걸프 지역 투자자들의 참여가 활발하여 UAE, 사우디의 전략적 투자펀드들이 이집트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ADQ, Wamda 등도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현지 벤처캐피털 생태계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Sawari Ventures, Algebra Ventures 등이 1억 달러 이상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인큐베이터 Flat6Labs는 MENA 전역으로 프로그램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투자 단계는 Seed와 프리A 단계 초기 투자 비중이 높으며, 시리즈 B 이상 성장 단계에서는 지역 대기업의 인수합병(M&A)이나 SPAC 상장을 통한 엑시트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Uber의 중동 차량공유사 카림 인수(31억 달러)와 스윙의 SPAC 상장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2023년 글로벌 투자 심리 위축 상황에서도 핀테크, 이커머스 분야의 수요 기반이 탄탄하여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집트는 중동과 아프리카를 잇는 전략적 거점으로서 한국 스타트업과 벤처투자자에게 의미 있는 시장입니다. 인구 1억 명 규모의 내수시장은 콘텐츠, 교육,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진출 기회를 제공합니다. 한류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온라인 교육이나 원격 진료와 같은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또한 아랍어 사용권 시장을 겨냥한 서비스 현지화 전략을 통해 MENA 시장으로의 확장도 용이합니다. 인건비 대비 인력 수준이 높아 한국 기업들이 이집트에 개발센터를 설립하거나 원격 인재를 채용하는 방식도 유효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집트의 주요 VC들과 공동 투자 또는 딜 소싱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으며, KOICA 등 공공기관과 연계한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환율 불안, 고물가, 외환 송금 제한 등의 거시적 리스크가 존재하므로, 진출 시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함께 현지 정책 및 기업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파트너와 협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반적으로 이집트는 높은 성장성과 지역 연결성을 바탕으로, 한국 스타트업과 VC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글로벌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핵심 거점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