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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새벽 Aug 28. 2018

로스쿨일기: 개강 첫 날

아무 일도 없는 하루

지금까지 매 학기 첫 날은 그래도 학교가 복작이고 새로운 시작의 기운이 느껴졌던 것 같은데, 이번 학기는 다르다. 이전까지와의 단절감이 없다랄까. 아마 지금부터가 졸업과 변호사 시험까지 이어지는 진짜 수험생활의 시작이란 점들을 다들 느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사람들도 익숙해질 만큼 익숙해져서 학교에 오랜만에 와도 낯섦이 없어서 그럴까? 이럴 것 같다고 생각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아하기도 하다. 


오늘은 수업만 3개를 들었다. M&A, 기업금융 그리고 요건사실론. M&A는 놀랍게도 가장 법학과 수업 같지 않은 수업이었다. 변호사시험 과목이 아닌 수업 중 이 정도의 깊이로 가르치는 수업은 처음 본 것 같다. 왜 다들 명강의라고 하는지는 알 것 같았는데, 수업 준비를 해야할 것은 꽤 많아 보였다. 천만뜻밖에도 기업인수합병과 같은 기능적인 분야에서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하는 교수님을 만나서 약간 흥분이 된다. 이 수업은 아직 수강신청은 하지 않았고, 들을지 말지 고민하는 과목 목록 중 아주 아래편에 있었는데 수업을 듣고 나니 놓치기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기업금융 역시 좋은 수업이었다. 어쩌면 내가 배우고 싶은 분야에는 더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있고 교수님도 강약 조절을 훌륭하게 하시면서 강의를 해주신다. 매력 있는 과목임은 틀림 없고 사실 로드도 더 적은데, 평가가 기말 ox 시험으로 갈린다는 것이 좀 꺼림칙하다. 왠지 그런 것에 나는 젬병이라 남들보다 잘 할 자신이 없다. 이미 소수강의도 아니라서 완화된 학사관리가 적용되지도 않는다. 국제금융법은 커리큘럼 올라온 것을 보니 더 들어보고 싶은데, 폐강 위기다. 오늘 마지막 수업이었던 요건사실론은 판사 출신 변호사님이 오셔서 강의하시는데 느낌을 잘 모르겠다. 들을만 하긴 한데, 평가나 시험이 카오스일 것 같고, 수업 밀도가 낮아서 여기에 매여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은 안 들어서 수강철회할 것 같다. 


내일은 민사집행법 수업인데, 교수님 스타일이 예습을 꼭 해 가야 하는 편이라서 수업 세 개를 듣고 멈춘 것 같은 머리를 가지고 예습을 조금 하다가 집에 왔다. 


그래도 간만에 빨리 잠들어야지. 집에 와서는 비비고 만두를 프라이팬에 살짝 데워서 집에 있던 칭따오 조그만 병 반 정도하고 먹었다. 내일이면 야식 먹은 것을 후회하겠지만 오늘은 잘 자야지. 수고했어.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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