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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새벽 May 03. 2019

로스쿨일기: 댕댕이는 옳다

댕댕이는 옳다 

1. 중간고사, 지나가다


1.1. Midterms passin'

중간고사는 살랑살랑 살포시 지나갔다. 중간고사를 본 과목은 3개, 그나마도 지난주 화, 목에 각 하나씩 그리고 이번 주 수요일에 하나 해서 띄엄띄엄 있어서 시험 준비하기도 수월했다. 시험이 겹치는 경우에는 정말 힘들다. 암기해서 들어가야 하는 분량이 많아서 학교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이런 시험들은 하루에 한 과목만 보아도 되는가, 두 과목 이상을 보아야 하는가에 있어서 차이가 크다. 반면에 이렇게 띄엄띄엄 있는 경우에는 평소가 조금씩 정리해두었다는 전제하에 이른바 벼락치기가 가능하다. 덕분에 시험을 대할 때의 불안감이 덜하다. 그런데 2 과목이 겹치면 그 전날부터 온전히 한 과목에 집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는 2과목 중 한 과목에 다소 소홀해지는 결과가 나고, 그렇다고 아예 안 보는 것도 아니라서 그 남은 주력 과목 공부도 힘들어져서 이중으로 고통스럽다. 만약 다들 이렇게 하고 있을 때 시험이 하나 없다면 굉장히 유리해진다. 물론 압도적인 실력자라서 그런 소소한 시험공학 따위는 고려하지 않아도 좋다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평범한 로스쿨생이라면 학기가 지날 수록 이러한 셈법에 민감해진다. 


로스쿨 친구들은 대부분 기본적으로 머리 회전이 빠르고, 시험에 대한 적응력이 좋아서 시험에서 요구하는 기본적인 부분들을 놓치는 경우는 드물다. 처음에는, 특히나 1학년 때는 그럴 수도 있지만, 다들 금방 적응한다. 물론 그러한 와중에도 변별이 생긴다. 나도 수차례 변별을 '당해'보았다. 정말, 아차 하는 순간에 훅 미끄러진다. 그 가운데에서 경쟁한다는 것은 어쨌든 긴장되는 일이다. 왜냐면, 힘 빼고 큰 욕심 없이 하고 싶다고 해도, 모두가 전력을 다하는데 내가 손을 쉬면 그대로 대열은 앞으로 쭉 나가버리기 때문이다. 적어도 학교에 다니는 동안은 이 흐름에서 이탈할 수 없다. 


제도권 교육안에서 꾸역꾸역 생존해온 터이라, 이런 식의 경쟁에 지치기도 하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길들여져서 인지 재미있기도 한데, 조금은 번아웃 되어가는 느낌. 그러나 가야할 길은 많이는 남지 않았다. 이번 학기도 벌써 중간을 넘겼고 (물론 시험은 기말이 과목도 훨씬 많고 범위는 그야말로 2, 3배다.) 이제 남은 강의들 소화하면서 천천히 정리하면 잘 마무리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공부하는 와중에 잘 쉬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마음 급해져서 쉴 타이밍에 쉬지 않고 공부한다고 앉아 있다가 결국 쉬었다는 느낌도 없고, 공부도 집중하지 못한채 다음 한 주의 싸이클이 시작되버리면 이도저도 아나게 되기 때문이다. 쉴 때 만큼은 확실하게 스트레스로부터 차단해서 재충전하고, 다음 한주를 준비해야 한다. 어차피 연말까지는 버텨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사실 부족한 것은 시간이 아니라 나의 집중력이다.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휴식이고, 어차피 시간은 한정적이다. 그걸 잘 하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한데, 뭐 사람마다 주어진데로. 


1.2. 로삼유감

3학년이 된 것은 또다른 형태의 압박으로 다가온다. 사실 그 전 까지는 변호사시험이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이제는 현실이다. 오늘은 벌써 오월 삼일. 이제는 8개월여 앞으로 시험이 다가왔다. 와, 8개월. 그 안에 합격 가능한 법학 실력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도 객관식, 사례형, 기록형 모든 분야에서 고루. 물론 객관식, 사례형, 기록형 모두 결국은 법리+판례를 다른 형태로 물어보는 것이므로, 형식에 대한 적응의 문제고 결국은 하나의 공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각자의 접근법이 엄연히 다른데 한꺼번에 치루어지는 시험이 녹록치는 않다. 


그래도 학교에서의 공부는 전반적으로 시험 준비에 도움이 되는 편이라서 참 감사하다. 기록이나 사례 쓰는 데 있어서 이번 학기 수업들이 잘 받쳐주기 때문에 비교적 낯선 형태의 평가 방법에도 적응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효율로만 따지면, 아예 수험에 특화되고 시장경쟁에서 살아남은 학원 강사들의 수업만큼 일 수는 없지만 학교에서 안정적으로 시험 준비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복이라고 생각한다. 또, 아무래도 교수님의 수업은 강사분들의 수업과는 차별점이 있기도 해서 되도록이면 학교에서 해결할 수 있으면 좋다고 생각한다. 


잠깐 변호사 시험 유형을 정리하자면, 앞서 말한 것처럼 객관식, 사례형, 기록형으로 나뉘는데, 

i) 객관식은 말 그대로 문제와 5개의 지문이 주어지고 그 중에서 정답을 하나 고르는 형태의 문제이다. 객관식에서는 해당 법리와 관련된 판례는 상세히 알아야 하는 것이 핵심. 지문 키워드를 보고 순간적으로 옳음과 틀림을 판단해서 빠르게 체크하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세세한 판례 암기가 얼마나 되어 있느냐는 건데, 물론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장기기억으로 저장되지 않아서(?) 암기한 것은 휘발되기 때문에 마냥 통짜 암기만이라고는 할 수 없다. 객관식 대비는 주로 객관식 문제풀이를 통해서 하는데 벌써 10년 가까이 쌓인 변호사시험 및 매년 6, 8, 10월 치뤄지는 모의시험 문제만 해도 양이 엄청나고, 그 안에 왠만한 쟁점은 다 들어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기출만 잘 소화해도 객관식은 상당부분 커버된다. 사실 기출만 잘 소화해도 상당부분 커버된다는 것은 모든 유형에 공통된 사항. 요새는 일주일에 3, 4회 만나서 2시간 객관식만 풀고 해산하는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객은 푸는데 재미있기도 하지만 당장 필요한게 아니라서 자꾸 미루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되어 유용하다. 


ii) 사례형은 보다 전통적인 형태의 법학 시험이다. 일련의 사실관계가 주어지고, 그로부터 문제되는 쟁점을 추출해서 거기에 대한 법리를 서술하고 관련 판례에 따른 결론을 제시하는 형태로 문제를 풀면 된다. 사례형은 객관식에 비하여 아주 세세한 판례 보다는 굵직굵직한 쟁점들 위주로 나오고 큰 틀에서는 중요한 쟁점들이 반복 출제 되기 때문에 객관식보다는 준비하기가 수월하다고 느껴진다. 다만, 사례형의 경우 변호사시험에서는 짧은 시간 내에 내가 쓰고 나와야 하는 분량이 많아서, 시간이 충분하다면 어렵지 않을 문제들도 잘 못 풀고 나올 개연성이 많아서 이러한 타임어택 종류의 도전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이 어려운 것 같다. 시험준비를 진지하게 하였다면 다들 반복 출제되는 중요 법리 및 판례의 기본은 숙지되어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결국 쟁점 추출과 빠른 결론도출, 그리고 손글씨의 속도가 점수를 좌우할 것 같아. 단, 시험문제에는 변별을 두기 위해서 혹은 출제자의 악취미로 반드시 함정을 파기 때문에 신속하면서도 정확해야 해서 어렵다. 결론은 쉬운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인데, 빨리 시험 마치고 졸업해서 이 과정을 마치면, 다시는 시험으로 평가 받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다. (물론 이것은 실현되지 않을 꿈) 


iii) 기록형은 가장 생소한 형태의 시험인데, 말 그대로 실무적인 내용이다. 민사법의 경우에는 소장(소송을 제기할 때 쓰는 문서)을 작성하는 것이고, 공법의 경우에는 헌법소원이나 위헌제청신청 등의 서류를 작성하는 것이다. 양식은 주어지기도 하고(공법의 경우) 민사법은 그냥 쌩으로 써야 하는데, 소장을 쓰는 것은 실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약식으로 경험하는 것이라 재미가 있기도 하다. 낯설기 때문에 지루함이 덜하다는 것 때문일 수도 있고. 기록이 어려운 것은, 여러 장의 (보통 30~40장 가량 분량) 기록을 읽고, 그로부터 사실관계를 정리해서 우리측 주장과 상대방 항변등을 정리하고 나의 주장에 대한 근거와 상대방의 항변에 대한 배척 등을 소장작성 (혹은 헌법소원 등)의 양식에 맞춰서 아주 형식화된 문구들을 통해서 이를 표현해야 한다는데에 있다. 이런 종류의 글쓰기는 전혀 해본적이 없기 때문에 생소하고 힘들다. 사실 이런 종류의 실무 교육이 꼭 변호사시험을 통해서 평가할 사항인가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회의는 있는데, 법조인들이 전통적으로 해온(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할) 가장 큰 역할이 소송을 통한 분쟁의 해결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히 반영되어야 할 사항인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세가지 시험 유형 중에서는 가장 재미가 있는 편이기 때문에 일단은 큰 불만은 없다. 부담은 되어도. 기록형은 공법, 민사법, 형사법 과목별로 그 출제특성이 사뭇 다른 편인데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또 따로 정리하기로 한다. 




2. 생활관리

사실 8개월이 남은 상황에서, 8개월은 마라톤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하고 이건 그냥 달리는 정도라고 보이기 때문에 페이스 조절이라는게 필요한가 싶기도 한데 이제 나이가 들어서 힘들어서 그런지 강약 조절을 하지 않으면 그 정도를 버티지를 못하겠다. 그래서 생활관리가 중요하다고 느낀다. 


2.1. 공부 

공부는 과욕을 부리다가 페이스를 망쳐서 꾸준함을 놓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것은 바로 위의 서술과는 배치되는 것이기도 한데, 이제는 8개월 정도를 통으로 달릴 체력도 마음의 여력도 남지가 않았나보다. 일상에서의 조금의 즐거움이 주어지지 않으면 힘들다. 여기에 대해서는 아례 스트레스 관리 항목에서 더 서술한다. 


공부 생활관리에 있어서는 그 주의 할 일을 그 때 해결해야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왜냐면 3월 달에 감기몸살 핑계로 열흘 정도 수업자료 정리 그때 그때 안해서 밀린 고통을 지금 느끼고 있기 때문에...) 로스쿨 교육과정은 사법시험 준비과정 + 연수원에서 법률실무 연수 과정을 3년 안에 압축시킨, 일종의 기존 법조인 선발 체계의 간략화 버젼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암튼 그렇다고 로스쿨이 사법시험+연수원과 동급이란 얘기가 전혀 아니고, 이질적인 교육체계를 도입하면서 기존의 시스템을 여기에 포섭시키려 해서 제도적 과부하가 걸렸다는 얘기가 하고 싶은 것이다. 물론 3년 안에 시험합격 할 만큼의 사법시험 준비 + 2년의 연수원 과정이 모두 담길 수는 없기 때문에 과격하게 얘기하자면 연수원 과정의 열화버젼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제도의 목적이 전혀 다르므로 그렇게 비교할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도에 대해서도 할 말은 많지만 일단, 할많하않.  


2.2. 운동 

운동을 정말 놓치고 있다. 운동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으면 하지 않게 된다는 말은 정말 맞다. 그것이 아니라도 할 일은 산더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정을 정말 엄격하게 고정해야 한다. 운동은 공부체력 + 스트레스 관리이기 때문에 반드시 반드시 반드시 잡아야 한다. 왜냐면 이제 나이들어서 체력 관리 안하면 버티지를 못하겠다 ㅠㅠㅠㅠ


케틀벨 : 월요일 0750-0820  / 수요일 0750-0820 (snatch) 

주짓수 : 화요일 2100-2200(gi) / 목요일 2000-2200 (gi/no-gi) / 

자전거 : 일요일 오전 (2.5 hrs) :: 남산/북악/한강 번갈아 가면서 


이렇게 꾸준히만 하면 참 좋겠는데, 그게 참 마음대로 안된다. 강제해주는 사람도 없고. 이 것은 그 진척 상황을 앞으로도 쭉 기록해보겠다. 


2.3. 스트레스 관리 

3학년이 되니까, 다들 예민해진다. 우리 기수는 모난 사람들이 없어서 특별히 문제 없이 (물론 크고 작은 문제들이 사실 많았다. 그렇다 작은 문제 뿐만 아니라 큰 문제들도 있었다. 어디까지나 비교적 무난하다는 이야기) 잘 지나왔는데 3학년이 되니까 다들 어딘지 모르게 날이 선게 느껴진다. 당장 나도 마음의 여유가 많이 없어졌다. 내 말들도 훨씬 공격적으로 나가는 게 내가 느껴질 정도이니까. 왠만하면 사람들 말하는 거에 내 감정적 소모 잘 안하고 들어줄 수 있는 편인데, 요새는 내가 들어줄 마음의 여력이 없어서 사람들을 최소한으로 만나려고 노력한다. 아니면 아주 무난하게 편한 사람들만 만나거나. 특히 학교 밖 사람들은 만나면 너무 다른 환경으로 공감대 형성이 어려워서 잘 안 만나려고 한다. 생활이 너무 달라서 서로 공감하기가 어려우므로. 또 사람처럼 사는 모습들을 보면 다소 부러워서 공부하기가 싫어지기 때문에라도 같은 공부하는 사람들이나, 이미 겪어서 이런 처지를 이해할 사람들 아니면 잘 안만나게 된다. 

피난처로 활용할 예정인 국제관 카페

아무튼, 스트레스는 공부(뿐만 아니라 모든 활동)의 적이기 때문에 최대한 풀어주어야 하는데, 막 놀러다닐 수도 없기 때문에 쉽지는 않다. 그래서 앞서 말한 것처럼 휴식이 중요하다. 운동도 그 일환인데 운동이 모든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은 아니라서 반드시 다른 방식의 휴식이 필요하다. 아예 머리를 오프하거나, 한 주의 쌓인 압력을 털어버리는 것이 필요한데, 지금 생각은 목요일 한 주간의 수업이 끝나면 저녁에 주짓수 갔다 와서 영화 한편 정도 보고 자고, 금요일 아침에는 이렇게 카페 와서 죽치고 앉아서 글 쓰거나 책 읽거나 멍 때리거나 소일거리 하고 (그런 점에서 국제관 카페 짱짱 좋다. 서울 시내 안 같고 로스쿨 친구들이 안와서 일상으로부터 떨어진 느낌이 확 난다. 금요일 아침부터 여기 와 있을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알려져도 걱정은 없다.) 그렇게 시간 보낼 생각이다. 금요일 오후부터, 토요일, 일요일은 쭉 공부하되 너무 늦지 않게 귀가하고, 일요일은 아침에 자전거 탈 생각이다. 적어도 6월 모의고사 보기 전 까지는 외부 친구들 만나지 않고, 토요일 저녁은 가끔은 여유 있게 학교 친구들 저녁 약속 잡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 일환으로 처음으로 금욜 오전 작심하고 노트북하고 다이어리만 들고와서 햇살 좋은 카페 바깥 자리에 앉아 있으니 새삼 행복하다. 이 리듬을 칸트처럼 간직하면 좋을 것 같아. 

 



3. 잡담

여기서부터는 본격 잡담. 마치 공부만 열심히 한 것 같은 오해를 하도록 한 것 같기도 한데, 중간 끝나고는 영화도 좀 봤다. 물론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만 보긴 했지만 나름의 문화생활. 


3.1. 영화 보다

3.1.1. 어벤져스

어벤져스를 보았다.  스포일러는 없다. 지난 10년간의 대단원의 막으로서는 꽤나 괜찮은 영화. 다만 관람 하루 전에 개인사정으로 좀 큰일이 있어서 영화를 온전히 즐길 수는 없었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극적인 요소들에도 마음이 '내 문제가 더 심각하다'라고 자꾸 생각이 들어서 몰입이 안 되었다. 지금도 사실 그 세상 속의 일어나느 일들이 그렇게까지 내 마음에 여운을 주지 않는데 아마 한 일주일 전에만 봤어도 다른 감흥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정든 일부 캐릭터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나니 10년이나 영화바닥을 지배해온 마블 시리즈에게도 작별을 고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제는 나는 마블영화는 보지 않겠다고 했는데, 스파이더맨은 한 번 보면 좋을 것 같고, 블랙위도우 단독영화는 꼭 보고 싶고, 블랙 팬서는 봐야 하지 않을까 하니까 결국 다 보고 싶은 것이 되어서 문제. 더 이상 마블 영화 나오기만 하면 봐야 하는 종속적인 상태를 탈피하고 싶은데. 문제다. 사실 문제는 아닌데, 영화 생태계의 다양성을 생각하면 이렇게 장기집권하는게 좋은 지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블록버스터 오락물은 어차피 다양성과는 거리가 머니까 그 안에서 생태계 구축해서 노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원작 코믹스들이 점점 스케일 키우다가 이야기가 산으로 가서 결국 시들해졌던 것처럼 영화들도 어느 순간에는 서부극들처럼 시들해질 수도 있을테니 그건 뭐 차차 두고 볼 문제. 어차피 나랑은 크게 상관이 없지 않은가? 


3.1.2. 드래곤 길들이기 3 

작년에 개봉했을 때 보고, 그거 세트 같은 거 시켜서 피규어도 받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어제 밤에 집에서 봤는데... 3부작의 마무리로써 정말 너무 훌륭했다. 나는 사실 어벤져스 : 엔드게임 보다는 이 쪽이 더 감정적으로 울림이 컸다. 흰/검 나이트퓨리 커플 너무나 이쁜 것 ㅠㅠ.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 요새 없었는데, 와 이 두 커플의 커플력 무엇. 사람도 아니고 용인데 새삼 부러워졌다. 각설하고, 드래곤 길들이기는 드래곤을 타고 날아다니는 그 활극의 시각적 즐거움이 정말 큰데, 사실 갈등 구조가 너무 쉽게 풀어져서 후반의 클라이맥스가 조금 기운 빠지기는 했는데 그래도 너무너무 좋았다. 정말 영상 때문이라도 극장에서 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나중에 1, 2, 3편 다 극장에서 재개봉 해주면 너무 좋을 듯. 아무튼, 자기에게 필요하지만 상대방을 위해서 보내야 하는 시점에 보낼 줄 아는 히컵의 모습은 영웅의 성장담에서 위기의 극복을 넘어 어른으로서의 성숙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히컵을 처음 보았을 때와 극명한 대비를 보이면서 마음을 짠하게 했어. 암튼 흰/검 나이트퓨리 커플 피규어가 너무 구하고 싶다. 개냥이 같은 둘 매력 무엇 ㅠㅠ


아, 여담인데 마지막에 히컵이 수염 기르고 어른이 다 되어서 나왔을 때 얼굴이 너무 제이크 질렌할 처럼 생겼다. 그런데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닌듯.



3.2. 학교 앞 피자집

학교에서 대학로로 내려가는 길에는 트렌디한 화덕피자 집이 생겼었는데, 얼마 전 장사를 정리했다. 처음에는 좀 맛이 없어서 별로였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꽤 괜찮아져서 좋아했는데, 얼마 안 가서 없어져버렸다. 요식업은 정말 힘든 일인가 보다. 그 자리에는 버블티 집이 들어왔는데, 그다지 특색 없는 버블티 집이 하나 더 생긴 것이 반갑지 않기도 하고, 버블티 자체가 자주 마실 음료도 아니라서 전혀 기대가 되거나 방문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가게에서 문 열고 떡하니 강아지를 데려다놓았다. 바로 얘. 

바로 방문. 너무 이쁘다 ㅠ 아직 애기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너무 이쁘다 ㅠㅠ. 버블티 잘 사마시지 않는데 오천원에 달하는 가격을 지불하고 버블티를 마셨다. 한 번 만져보려고. 애교도 많고 사람도 안 가리고 너무 귀엽다. ㅠㅠㅠㅠ. 버블티는 안 마시고 싶은데 얘는 보러가고 싶다. 이 정도면 개업 마케팅 성공적. 그런데 요새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를 유투브에 많이 올라와서 한참 보고 있는데, 강아지를 저렇게 너무 많은 사람에게 노출시키는게 좋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와서 만지고 사진찍고 스트레스가 엄청 날 거 같은데 ㅠㅠ 애기 너무 이쁜데 힘들까봐 걱정은 좀 된다. 


결론은, 댕댕이는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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