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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새벽 May 23. 2019

로스쿨일기: 작은시험

민법사례연구 

오늘은, 민법사례연구 시험이 하나 있었다. 


이번 학기 듣고 있는 H교수님의 "민법사례연구" 수업은 이름 그대로 민법 사례들을 대비하기 위한 수업이다. 매주 2회 교수님이 한시간 반 씩 민법 전반을 진도순으로 강의하시고, 거기에 맞춰서 주 1회 객관식 시험을 보고, 총 4회의 사례 시험을 본다. 이렇게 되면 이래저래 해서 빠지는 주 빼고 총 7회의 객관식 시험과 4회의 사례 시험을 보게 되는데, 7회의 객관식 시험 중 가장 못 본 시험을 하나 빼서 6회분 성적 30점, 4회의 사례 시험 중 첫번쨰 사례 시험을 제하고 3회의 사례 시험이 각 20점씩 해서 총 60점이 들어가고, 10점은 기본점수다. (그랬던 것 같다...기억이 가물) 


벌써 객관식은 6회차까지 시험을 보았고, 이제 1회만 남았고, 사례도 벌써 3회차까지 보았다. 

그 3회차 사례 시험을 바로 오늘 본 것이다. 


 저번 2회차 사례 시험은 나쁘지 않게 보았는데 이번 3회차는 아직 결과를 받아보아야 하지만, 아예 쟁점 하나를 틀리게 써서 마음이 몹시 찜찜하다. 교수님은 꽤 세부적으로 채점하시는 편이어서 결론 맞추고 거기에 부합하는 듯한 논거만 대면 얼추 점수가 나오는 방식이 아니라 엇나가면 점수 편차가 조금 벌어지는 편인 것 같은데, 이번 것은 그렇게 되면 어떻게 점수가 나올지가 조금 두렵다. 


문제는 주채무자를 위해 자신의 부동산에 저당권을 설정한 물상보증인의 부동산이 경매되었을 경우에, 그 주채무자를 위한 보증인과 물상보증인이 추가로 있을 경우, 저당권의 실행으로 자신의 부동산의 소유권을 상실한 물상보증인의 타 보증인 및 물상보증인에 대한 권리 행사에 관한 것이었다. 


여기서 물상보증인이 행사 가능한 권리는,

1) 타인도 채무의 변제의 효력을 받게 된데 대한 구상권과,

2) 변제 받아서 원래 채권의 만족을 얻은 채권자의 권리를 대위(대신) 행사하는 변제자대위권 

이 두 가지가 문제될 수 있었다. 


여기서 구상권은 법률상의 명확한 규정이 없으므로, 일반론으로 돌아가서 구상권을 발생케 하는 어떠한 원인관계가 인정되는 가를 살펴야 하는데, 이 경우 다른 (물상)보증인에 대해서는 위임관계나 사무관리가 인정되기 어려워 구상이 되기 힘들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게 쓰고 변제자대위로 넘어가서 논의를 하면 깔끔한데, 급한 마음에 보다가 구상권에 대해서는 인정이 어렵지만 민법 상 다른 규정의 유추적용을 통해 인정하는 학설들이 몇 개 있었는데 거기게 꽂혀서 그 부분을 서술한다고 하다가 방향이 이상하게 흘렀다. 


그러니까, 구상권을 인정하는 학설들의 입장에 따라 인정하는 쪽으로 본 것이다. 그나마도 학설들을 정확히 서술하지 못해서 안 쓰느니만 못한 기재사항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차라리 그렇게 일관했으면 문제가 덜 되었을텐데, 그러면서 아침에 급하게 본 변제자 대위 관련 판례가 섞여서 생각나서 그걸 구상권 쪽에 인용해서 완전히 틀린 소리를 하게 되었다. 변제자대위는 오히려 조문만 따라가면 깔끔하게 결론이 나오는 부분이라 이해하기 편하고 풀기 어렵지 않은 쟁점이었다. 주된 쟁점이 따로 있는데, 엉뚱한 것 서술을 장황하게 하며 감점사항만 만든 것이다. 정말 바보 같은 일이지 않은가


어제 사례집을 보면서 구상권 관련 관계가 뭔가 껄끄럽고 직관적으로 납득이 안되어서, 이거 나오면 좀 애매하게 답 쓰이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렇게 되었다. 기출 쟁점 위주로 빠르게 반복해서 훑는 것은 학습의 중점을 둘 곳을 식별하고, 75%이상의 문제를 맞출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없진 않은데, 문제와 답 서술만 보아서 놓치는 디테일한 부분들을 위해서라도 내용 공부도 같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부분도 놓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 얻은 소득이라면 소득일까. 잠깐 요령에 기대려한 마음에 약간의 채찍질이 된다. 


내 원래 계획은 주말에 변호사시험 + 4년치 모의고사 쟁점을 싹 정리해놓고, 주중에 시험 전까지 이틀 정도, 정리해 놓은 것을 훑으면서 잘 파악 안되는 부분들을 보완할려고 했는데, 주말에 이것저것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손을 놓았더니 시험 전날까지 쟁점을 1독하며 정리하는데만도 시간이 너무 많이 쓰여서 결국 애매하게 정리된 부분들을 잡질 못하고 갔다. 그 결과가 그대로 반영된 것 같다. 


결국, 매일의 성실함을 놓치지 않는 것, 계획한 것이 밀렸을 때 밀린대로 그날의 할 일을 하는 것, 끝까지 안일해지지 않은 것이 필요하겠지. 거창할 것 없는 수험생활이지만 대충해서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남은 8개월여를 정말 잘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적인 것들은 정리하고, 집중해서 앞으로. 


수험생에게 최고의 복지는 결국 공부하는 것. 안 하면 돌아오는 것은 스트레스일 뿐이다. 순간 막막해서 잠시 해야할 일을 유예하면 얼마 안 있어서 더 큰 막막함으로 돌아온다. 


이 커다란 벽 같은 것은 올해로써 마무리 해야지. 다시는 시험 보는 학생 같은 것 하지 않아도 좋게. 퉤퉤. 


요시, 그란도 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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