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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새벽 Jan 18. 2020

로스쿨일기

변호사시험이 끝났다

변호사시험이 끝났다. 

도저히 멈추지 않을 것 같은 고통이 멈추었다. 

사실 고통스러웠다는 것은 엄살이다. 나는 매일 같이 여섯 시간 이상을 잤고, 밥은 한 끼도 거르지 않았고, 시험 2주 전까지는 운동도 매일 갔다. 미친듯이 할 것이 많았지만 어차피 다 할 수 없었기에 적당히 포기해가면서 했고, 그래서 몸이 극한으로 피곤했다고 말 할 수도 없다. 세상에 이보다 힘든 일들은 얼마든지 많다. 세상에 이보다 더 큰 갈림길에 서 본 사람들은 얼마든지 더 많다. 


학생이 하는 고민은 성적, 진로, 합격 이런 사소한 것들. 그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는 더 없이 중요하겠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이런들 저런들 상관 없는 어떤 것. 그 자신에게나 큰 일인 별 것 아닌 그런 것들. 그런 것들에 휘둘리며 보낸 지난 3년이 그러나 후회되지는 않는다. 이 바닥에 들어선 이상 어쨌든 완주를 해야 다음을 생각할 수 있고, 그것이 없이는 어디를 가서도 그 망령에 시달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 처음에 시작을 안했으면 모르되, 일단 발을 들인 그 순간부터 시험이 마무리되는 그 마지막 날까지 내 운명은 어쩌면 정해져있던 것. 


돌아돌아 여기까지 왔는데 나는 아직도 철이 덜 들어서 막연한 낙관에 기대어 산다. 하루종일 꽉 채운 일정을 살다가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지니 잡스러운 생각이 많이 드는데 그게 좀 좋기도 하고, 이제 구차스러운 이런 고민들을 좀 벗어나서 어른스러운 고민들을 하고 싶기도 하고, 사실 구차스러운 고민을 빼면 우리 삶에서 남는게 뭐가 있나 싶기도 하고, 로3때 찐 살을 좀 빼고 싶기도 하고, 뒤집어진 피부도 좀 돌아왔으면 좋겠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소소하게 아침에는 본가 강아지도 좀 산책시키고 이따끔 친구들도 만나러 나가고, 연락 안한지 오래되었는데 보고 싶었던 사람들한테 톡도 남겨보고 그렇게 살고 있다. 얼른 다시 삶을 살아가고 싶다. 


그래도 끝난 것 만큼은 너무나 좋다. 당분간은 내게 자유가 있고, 그 자유는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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