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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새벽 May 08. 2020

로스쿨일기: 변호사시험 후기

안 떨어지기만 하자

0.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변호사시험을 정말 대중없이 닥치는 대로 준비했었다. 각 과목별, 유형별 배점이나 중요도도 잘 몰랐고, 모의고사를 3번 보고 나서야 개략적인 감이 생겼던 것 같다. 사실 이에 대하여 정리해준 자료들도 있었지만 봐도 잘 파악되지 않았고, 결국 내가 겪고 나서야 시험에 대한 대략적인 그림이 그려졌었다. 


여하튼, 시험에 대하여 이미 잘 정리된 글들이 많고, 나보다 훨씬 고득점한 분들도 많기 때문에 시험 후기를 쓰는 것이 의미 없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헤매고 있는 나같은 수험생들에게 너무 늦은 때는 없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보시라고, 내 기억을 환기할겸 기록의 의미로 써본다. 나처럼 게으르고 현명하지 못한 수험생들을 위해서! 


다만, 구체적인 방법론에 관해서는 내가 감히 조언을 드리기가 조심스럽다. 커트에선 여유 있었으나, 고득점도 아닌 점수로 합격한 내가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게 애매해서이다. 그리고 나한테 좋았던 것이 다른 친구들한테 좋다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원론적인 부분에서 참고가능한 내용들은 가능한한 서술해보겠다. 


1. 요동치는 바다에서 나침반 없이 항해하기 


시험에 대한 분석이 없었기에 나는 시험 대비에 방향성이 없었다. 그런데 수험생에게는 시험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물론 로스쿨은 빡빡한 일정에 매 학기, 매 방학 할 일들이 빡빡해서 여유를 두고 조금 뒤를 생각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나처럼 게으른 수험생들은 이 중요한 일을 뒤로 미루고 미루면서 다른 친구들이 하는 것을 어깨너머로 보며 겨우 수업을 따라가며 그 때 그 때 필요한 것들을 겨우 껴 넣어서 하면서 남들의 일정을 따라가면서 필요한 것들을 겨우 소화하고는 하는 것이다. 확실히 년초부터 자기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따라 움직였던 친구들은 수험생활이 안정적이었다. 나는 그렇지 못했지만 시험을 준비하는 여러분들은 미리미리 준비를 하시기를 바라본다. 나는 바담풍이어도 다른 분들은 바람풍이기를 ㅠ (그리고 한가지 꿀팁은 성실하고 계획적인 친구를 옆에 두고 그녀/그를 모방하자. 우리의 합격은 그들의 80%의 효율로만 움직여도 보장될 것이다.) 


1.1. 시험 유형

제일 처음 할 일은 시험 유형을 파악하는 것이다. 방향성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선택형, 사례형, 기록형이 있음은 이미 알 것이다. 그러나 각 과목별 특성은 사실 잘 알지 못한다. 특히 기록형은 학교 수업이 아니라면 연습해보기도 어렵다. (다만 학원 강의도 괜찮은 것들이 있는 듯하다.) 

시험 구성은 위와 같다. 처음 보면 눈에 들어오지가 않는다. 

점수는 100, 150, 175 들쭉 날쭉 랜덤해 보이고, 어디에 비중이 실리고 과목별, 유형별 점수 차이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파악이 잘 되지 않는다. 근데 저 점수표에 익숙해짐이 필요하다. 물론 나는 시험이 끝나고 당락을 고민하며 셈할 때 가서야 점수들의 의미를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물론, 점수 배점이 크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사례형의 경우에는 과목에 배정된 점수가 클수록 잃거나 얻을 점수 폭이 크다는 뜻이 된다. 가령 민사기록형 (175점)이나 민사 사례형 1문(150점)은 본인이 잘 쓸 수만 있다면 다른 과목에 비하여 표준점수상 이득을 꽤 볼 수 있게 된다. 이에 비하여 100점인 과목 (공법, 형사법 각 사례형)의 경우에는 내가 잘 쓰더라도 점수가 환산되었을 경우 아주 큰 재미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이를 바꾸어 말하면, 배점 큰 논술형 과목을 잘 못보게 되면 점수의 손실이 크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점수 큰 과목에서 큰 손실을 보지 않도록 막는 것이 중요해진다. 결국! 수험생은 민사법에 중점을 두고 공부해야 한다. 하지만 다들 하다보면 내 노력과 상관없이 점수가 잘 나오거나 안나오는 과목이 발생함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 연장선 상에서 하나 생각할 것은 선택과목을 1문, 2문 합하여 160점이라는 것이다. 그 점수는 결코 적지 않다. 이는 민사법 3문인 상법보다도 높은 비중이다!! 선택과목을 미리 충실하게 대비하면 총점에서 상당한 이득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전략적으로 총점만 생각하면 절대 가볍게 여길 과목은 아니다. 나는 ㅠ 경제법을 선택하였는데 선택법 표점에서 매우 큰 손해를 보았다. (전국 꼴지였을듯)  


1.1.1. 선택형

선택형은 문항수에 따라서 1문당 2.5점씩 점수를 받는다. 여기에는 어떠한 변동도 없다. 그래서 선택형은 파괴력이 크다고 한다. 이것은 자신이 사례형과 기록형을 아우르는 논술형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서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 말이다. 


사례형과 기록형 점수가 비교적 잘 나온다면 객관식에는 그렇게까지 집착할 필요는 없다. 변환표준으로 하여도 평균점수보다 크게 이득을 받을 자신이 있다면 객관식 점수가 주는 이득은 그렇게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그러나 합격 커트라인에 몰린 점수대 일수록(즉, 약 50%의 합격율인 상황에서 모든 과목을 대략 평균에 가깝게 점수를 받는다면) 선택형의 (정답수X2.5)의 확실한 점수는 수험생에게 적잖은 위안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본인이 사례형과 기록형에서 확실한 이득을 얻는 다는 자신이 없다면, 오직 합격만을 고려할 시에는 선택형을 충실히 대비하는 것이 나쁘지 않은 전략이 될 것이다. (물론 사례형과 기록형은 적어도 평균으로는 맞추어야 한다) 


선택형은 5~6개년 기출과 최신판례 위주로 정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내 머리로는 도저히 그에 추가하여 모의고사에까지 나오는 쟁점들을 암기할 수가 없었고, 기출에서도 빈출되는 쟁점과 내가 자꾸 틀리는 지문 위주로 정리하여 암기량을 줄이지 않고는 도저히 복습할 수 없었다. 나는 과감히 모의고사 부분은 버리고 실제 기출 위주로 복습하여 사례형과 기록형을 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을 추천드린다. 어차피 세세히 본 선택형 지문과 판례는 2주 지나면 머리속에서 사라지고, 결국 다시 복습해서 리마인드 해주어야 하는데 양이 많을 수록 복습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시험 직전에 복습할 수 없는 것들은 공부하지 않은 것과 같다. 이 원칙은 공, 형, 민 안 가리고 적용되는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뒤에도 얘기하겠지만, 선택형의 경우 한번 정리가 된 후에는 이미 완벽히 아는 판례는 다시 봐서 시간 낭비하지 않도록 아예 지워버리던가 어떤 형태로든 다시 안보게 하고, 헷갈리는 것 위주로 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헷갈리는 것은 보고 또 봐도 헷갈린다. 잘 표시해놓고 해당 법리를 반복학습하자. 그리고 당연하 아는 것을 안 보는 시간을 아껴서 사례형과 기록형 자료를 보도록 하자. 


1.1.2. 사례형

사례형은 누구나 비교적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는 과목에 해당한다. 바꾸어 말하면 사례형에서는 아주 큰 차별점을 두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른 말로는 죽어도 남들 만큼은 해야 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오히려 이 부분의 준비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결국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리고 나는 10월 모의고사를 보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는데, 사례형은 공법, 형사법, 민사법 마다 답안 작성에서 요구하는 형식이나 중점이 매우 다르다. 다 같은 사례형이 아닌 것이다. 특히 공법 사례형에 대해서는 나는 마지막까지 정말 감이 없었다. 결국 연습 부족때문인데, 공법의 경우 괜찮은 기출 사례집도 없었다는 점도 좀 컸다. 형법은 형법대로 그 특성이 매우 상이했고, 아무튼 나는 10모까지도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민사법의 경우는 그래도 학교 수업도 많이 들었고, 답안도 많이 써봐서 비교적 낯설지 않았다. 

민사법은 총 3문으로 구성되는데, 

ㅁ 민사1문 = 민소법 + 민법 (150점),  ㅁ 민사2문 = 주로 민법 (100점),  ㅁ 민사3문 = 상법 (100점) 

로 구성된다. 각 문항별 주로 나오는 쟁점과 연관 최신판례가 다르므로 숙지가 필요하다. 이 부분은 나는 학교 수업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같은 도움은 학원 수업을 통해서도 받을 수 있을리라 생각한다) 특히 3학년 1학기의 민법사례 수업(민사법 2문 대응)과 2학기의 민소법 사례 수업(민사법 1문 대응)은 민법 사례 쓰기의 틀을 잡아주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학교 수업이 있다면 적극 활용하기를 권고한다. 여의치 않으면 결국 학원 수업을 들으면서 쓰기 연습을 많이 해보는 수 밖에 없다. 가능하다면 나의 처참한 답안에 대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친구들과 스터디를 하기를 권고드린다. 답안은 작성과 피드백이 필요하고 ㅠ 특히 시간 제약하에 답안 쓰는 연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나는 게을러서 수업 때문에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면 결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연습을 많이 해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점수에서 확실히 차이가 났다. 연습의 빈도와, 마지막 학습의 시간적 근접성을 기준으로 민사법 사례형은  민사1문(민+민소) > 민사2문(민법)> 상사법 순으로 점수를 받았다. 결국 내가 아니라고 생각해도 내 연습량은 점수와 정비례한 것이다.  


형사법 사례형은 의외로 매우 낯설었다. 1학년 형법 과목들 외에는 사례 쓰는 연습을 따로 해본 바 없고, 형재실 과목은 형사법 사례형과는 거리가 멀고, 형법각론은 3학년 와서 거의 새로 다시 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쉽지 않았다. 특히 형법의 경우에는 사례형에서 죄가 되는 부분 뿐 아니라 죄가 될 수 있지만 되지 않는 부분까지 다 써주야야 한다는 것도 10모에 가서야 깨달았다. 그때 가서야 형사법 기출을 볼 여유가 생긴 것이다. 


형법 사례형(100점)은 형법 사례형은 연습하다보면 요구하는 유형이 보이는 편인데, 보통은 문제에서 특정 죄목을 논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것은 트랩카드의 발동인 경우도 있지만, 그런 트랩 하나 두개 빠지더라도 대세이 지장은 없으므로 문제의 의도를 고민하는 것이 어느때보다 필요한 과목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서도 말했지만 형법 사례형은 죄가 되는 부분 뿐 아니라 죄가 될 수 있지만 되지 않는 부분까지 다 써주야야 한다는 것을 역시 잊지 말자. 그리고 주된 쟁점에 추가하여 주거침입, 폭행과 관련하여 준강도/공무집행방해 등등 항상 딸려나오는 작은 쟁점들이 있는데, 큰 줄기를 쓰고 이 부분을 누락하지 않았나 살펴야 한다. 그래야 자잘한 점수를 받아갈 수 있다.


형소법 사례형(100점)은 주요 쟁점들이 비교적 반복적으로 나온다. 고득점하고자 한다면 세세한 쟁점까지 알아야겠지만, 합격만을 생각하면 기출에서 빈출인 내용 + 최신판례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는 학교에서 형재실이나 검찰실무를 들어서 증거법 등 형사소송법의 주요쟁점들에 대한 연습이 되었음을 전제로는 한 말이다. (나는 둘 다 썩 좋은 학점은 아니었으나 이 수업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공법 사례형(헌법+행정법)은 나는 지금도 모르겠다. 감이 없다 ㅠ. 심지어 이번 시험 점수 결과도 내 감하고는 전혀 반대로 나욌다. 1문(100점) 망하고 2문(100점) 괜찮게 쓴 줄 알았는데, 그 역이었다. 그래서 이 부분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단 공법은 거의 대부분 절대적인 학습량이 부족하다. 모든 수험생들이 말이다. 그래서 3학년 때 남들이 하는 만큼 누락없이 준비하는 것 정도가 최선인 것 같다. 나는 행정법과 헌법 모두 제대로 의지할 교과서가 없었다. 이건 끝까지 약점이었다. 수험서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한 과목이었는데, 기본이 약한 만큼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운 과목이었다. 다만 기록형은 학교에서 교수님 특강을 통해 대비할 수 있었는데, 그나마 이를 통해 구멍을 메울 수 있었다. 한가지 다행인 점이라면 공법 기록형은 다른 과목과 달리 사례형과 중첩되는 쟁점들이 더 많은 편이므로 기록형 대비를 통해 사례형도 어느정도 동시에 대비할 수 있는 점은 있다. 그러니까 ㅠ 공기록도 포기하지 말고 미리 잘 대비하기를 바란다ㅠㅠㅠ


1.1.3. 기록형

기록형은 어려운 과목이다. 사례형은 그래도 우리에게 비교적 익숙한 글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기록형은 너무나 생소한 과목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나는 기록형 바보라고 생각하고 ㅠ 일 시작하면 탈탈 털릴 것이 두려우나, 어쨌든 수험생은 이를 대비해야 한다. 기록형은 문제를 풀어보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 그것도 시간제약하에 실전적으로 연습하는 수 밖에 없다. 다만 나는 실수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여기에 대해서는 기록형 기출문제를 1학기 때에 좀 샅샅이 보지 않았다는 것인데, 기출문제 연습을 제대로 가져가지 못한 부분이 우리 학교가 기록형이 강세임에도 여기서 아주 큰 재미를 보지 못한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건 전적으로 나의 탓인데 기록형 연습은 괴로운 부분이 있어서 다소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혹시 학교에서 형재실, 민재실을 듣는다면 분명히 도움이 되므로 반드시 듣기를 권고한다. 다만 듣지 않고도 기록형 대비를 잘한 친구들도 있으므로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민사 기록형은 민재실 + 학교 수업으로 커버하였다. 이를 통해 억지로 연습하지 않았으면 기록형 감이 없었을 것 같은데, 또 잘 나온 학원 교재와 강의들도 있으므로 뭐라 일률적으로 말은 하지 못하겠다. 민사 기록형은 쟁점과 피고가 여러명이고 엄청 복잡한데 학원 수험서의 답안을 보면 법리를 모르는 것 같지도 않고 판례도 아는 것 같은데 막상 청구취지 청구원인 쓰라면 너무 어렵고, 피고를 틀리기도 부지기수이다. 특히 연습하지 않으면 처음에는 피고 적격이 누구에게 있는지 조차 헷갈리기가 쉬운데, 이는 결코 반복하여 쓰면서 바보인증을 하지 않으면 파악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니까 내 답안이 처참해서 그만두고 싶어져도 계속 연습하자 ㅠ. 그렇지 않으면 메모법도 손에 익지 않아서 결국 문제 파악도 못하고 끝나는 수가 있다. 


민사 기록형은 청구취지도 외워야 하고... 청구원인 쓰기 위해 요건사실도 암기해야 하지만, 결코 아주 완결성 있는 답안을 쓰지 못해도 이것만으로 떨어지지 않으니 나의 답안의 퀄리티가 아무리 낮아도 절대 포기하지 말자. 기억하라. 민사 기록형은 아주 큰 점수를 득할 수도 있지만 아주 큰 점수를 놓칠 수도 있는 과목이다. 섣불리 포기해서는 안 된다. 결국 주장 --> 항변 --> 재항변 --> 재재항변으로 이어지는 논리 구조를 잘 구현해낼 수 있다면 최상이지만, 못한다 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쟁점에 대하여 아는 것은 최대한 쓰고 결론을 내고 나오자... 부족한 시간 내에 그것만 해도 토닥이다. 


형사 기록형은 형재실 + 검실 + 학교수업으로 커버하였다. 마지막 학기에 형사기록형 수업이 있었는데, 나는 오히려 그 수업에서 최악의 학점을 받아서 좌절했으나, 막상 실전에서는 나쁘지 않은 점수가 나왔다. 그래서 이런 자잘한 것에 일희일비 할 필요는 없고 그냥 꾸준한 준비가 필요하다. 형사법 역시 메모법이 중요한데, 나는 사실 이 부분은 학교에 특강 나온 학원 강사(메가 김정철)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따라서 이 부분은 학원 강의등을 참고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특히 변호사시험 형사 기록형에서 요구되는 메모 사항은 형재실하고는 다소 차이가 있으므로 이 부분을 빨리 파악하는데서는 학원 강의가 도움이 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혹시 그래도 잘 모르겠으면 주변에 형사법 잘하는 친구의 메모장을 보여달라고 해서 참고하자. 


공법 기록형 역시 학교 교수님 특강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 이 부분은 그 외에는 딱히 본 것이 없으므로 뭐라고 이야기 하기가 힘들다. 다만 비교적 아무런 메모 없이 진행하였기에 문제 푸는 방법론에서는 오히려 사례형과 큰 차이가 없었던 것 같다. 공법은 아직 잘 정리된 교재가 없는 편인데 얼마전 발행된 모 교수저를 살짝 추천해본다. 학교 특강 교재로 수업 받았는데, 특히 핵심요약서가 큰 도움이 되었다. 공법 기록형 역시 반복되어 기출되는 쟁점이 있고, 일단 쟁점이 도출되면 써야 하는 내용은 대동소이 한 경우가 많으므로 반복 연습을 통해 충분히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나는 그렇지 못했다.... 대체 왜였을까...?) 



1.2. 시험일정

시험유형을 파악했다면, 실제로 시험장에서 위 과목들을 어떻게 치루는지 알 필요가 있다. 여기까지 알아야 시험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변호사시험은 놀랍게도 월요일에 시작하지 않는다!!! 나는 이것도 충격이었다. 시험은 화요일에 시작한다. 이런 세세한 것들이 수험생 입장에서도 모두 약간의 충격으로 다가온다. 미리 적응하면 좋은 부분이다. 

이것은 2020년도 제9회 변호사 시험 일정이다. 물론 모의고사를 3번 치고 나면, 나름 몸에 익어 자연스럽게 알게되지만, 미리 알아서 나쁠 것은 없다. (다만 주의할 것은 모의고사를 치를 당시와 시험 당일은 휴식 시간 등의 배분이 다르므로 그 차이 정도는 인지하고는 있는 것이 좋다.)  그러나 공적 산출물 답게 위 도표는 전혀 직관적으로 일정이 파악되지 않는다. 


좀 더 직관적으로 일정표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시간의 흐름은 좌에서 우, 당일 날에는 상에서 하로 흐른다. 

위와 같이 5일에 걸쳐서 시험을 본다. 첫째날 둘째날은 선택형과 사례형, 기록형을 모두 치르기 때문에 녹초가 된다. 시험을 치르는 방법에 대해서는 각양각색이라 알아서 적응하기 바란다. 잠을 안자는 사람도 있고, 충분히 자는 사람도 있고, 밥을 안 먹는 사람도 있고 두 그릇 먹는 사람도 있고 너무 다르고 공부 패턴도 너무 다르다. 다만 내 기준으로 나는 6시간 이상씩은 매일 잤고, 밥은 점심도 죽을 두 그릇 비웠다. 배고프고 피곤하면 버틸 수 없는 일정이라 생각하지만 그건 그냥 내 체력적 한계일 수도 있다. 


위 시험일정이 중요한 것은 마지막 한 달 동안 공부할 일정표가 위 시험일정을 기준으로 짜이기 때문이다. 

아래는 내가 실제로 시험 직전 한달간 공부한 일정표이다. 마지막 한달은 전과목 모든 유형 (선택형/사례형/기록형) 2회독을 목표로 딱 날짜 떨어지게 짜는 것이 보통인데, (가령 민-형-공 / 민-형-공 기준으로 8-7-6 / 4-3-2 라든지) 당시 학교에서 유치한 학원 특강 등 일정으로 시간표가 이쁘게 나오진 않았고, 내가 상대적으로 더 봐야 하는 과목들에 시간을 더 크게 배정하면서 균형 있는 회독 시간표가 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나한테 급한 순으로 짠 마지막 한달 실제 공부한 시간표는 아무튼 다음과 같았다. 

미리 정리를 해두는 것을 소홀히 하면, 위와 같은 불균형한 시간표가 나온다. 나는 상법 사례가 연습이 부족하다고 느껴 상법에 과하게 시간을 배분할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 한 달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사실상 시험은 저 기간 중에 본 것만을 가지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 과목별로 보아야 할 것이 선택형 + 사례형 + 기록형 자료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한달 동안 보아야할 자료나 연습해야 할 것들이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이다. 마지막에는 그래서 하나의 정리된 자료만 돌리는 경우도 많고 나도 일부 과목은 생략한 항목들이 있지만 ㅠ 미리 정리가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최대한 3개 유형을 건드리려고 했다. 이건 게으른 자들에게 해당되고 미리 공부와 연습이 많이된 사람들은 나와 같은 고통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실제 시험 일정을 기준으로 역산하여 일정이 도출되게 된다. 시험 직전 리마인드가 중요하므로 첫날 시험인 공법 전 일요일과 월요일은 무조건 헌법과 행정법을 보고, 형사법은 공법 첫날 보고 오면 공부할 기력이 없을 것이므로 반드시 그 전주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보고 간다. 그래서 형법과 형소법이 그 직전에 배치되고 그렇다면 민사법은 그 앞에, 그래서 민-형-공 사이클로 마지막 주가 장식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서 그 전주에 볼 일정이 정해지고 결국 한달 스케쥴이 나온다. 


그렇다면 민사법(민법+민소법+가족법+상법 선택형, 사례형, 기록형), 형사법(형법+형소법 선택형, 사례형, 기록형 자료), 공법(헌법+행정법 선택형, 사례형, 기록형), 선택과목을 모두 정해진 일정 내에 복습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시점에 다음 주제로 전환하도록 하자. 


2. 암기할 수 없는 것은 가져갈 수 없다

시험은 시험일을 기준으로 하여 얼마만큼 암기와 연습이 되었는지를 평가한다. 마치 기판력과 같이, 시험 당일을 제외한 그 전과 그 후의 나의 지식과 숙련도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따라서 올림픽을 준비하는 운동선수가 주기화를 통하여 경기 당일날 최적의 컨디션을 달성하듯이 수험생은 시험날을 기준으로 가장 잘 준비되어 있게 해야 한다. 결국 시험날 쏟아 부을 수 있게 기억에 어떤 것을 붙잡아 둘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 시험 전 한달 일정이 중요한 것은 이렇게 시험에 붙잡고 갈 내용들을 눈에 바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법학지식은 휘발성이 높다는 것은 이제 모두에게 받아들여지는 공리가 되었다. 이에 기반하면 결국 우리는 휘발주기에 맞추어 이를 리마인드 해주어야 한다. 그그 주기는 아무리 길어도 한 달, 보다 보편적으로 2주 정도 된다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내가 몸에 새길 정도로 당연히 하는 지식 외에는 2주 내에 리마인드 하여 단기적으로 암기한 내용만이 내 수험에 반영된다는 뜻이다. 결국 시험 전 한달은 그 리마인드를 2회 반복하는 것이고, 그렇다면 2회 반복할 수 있도록 전범위를 담은 나만의 자료를 구성해 놓는 것이 수험 기간 동안 할 일이 된다. 


물론 목적과 노력이 전도되게, 자료만 만든다고 될 일은 아니고 자료가 없다고 복습못하는 것도 아니니 여기에 집착할 일은 아니다. 다만 빠른 복습을 위해 나름의 정리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싶었을 뿐이다. 공부하다보면 나처럼 게으르고 방향성 없는 사람도 나람의 자료를 정리하게 된다. 계획적인 분들은 이 작업을 미리 한다. 그리고 고득점을 한다. 고득점해야만 합격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미 늦었다고 생각해도, 완벽하지 않아도 합격하는 시험이므로 너무 부담을 느끼거나 미리 포기하지는 말자. 


아무튼 그렇기 때문에 내가 암기할 수 있는 형태로 자료를 정리하고 암기 안 된 부분만을 반복해서 볼 수 있게 자료 가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차피 시간은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는 꼭 찌라시를 만들라는게 아니고 각자 보는 책이나, 강사 찌라시, 핸드북 등을 복습용으로 잘 정리해두라는 것이다. 앞서 말한 것 처럼 특히 선택형의 경우 이미 완벽히 아는 판례는 다시 봐서 시간 낭비하지 않도록 아예 지워버리던가 어떤 형태로든 다시 안보게 하고, 헷갈리는 것 위주로 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시간을 아껴서 사례형과 기록형 자료를 보도록 하자. 


그러니까 처음 시험 준비를 시작할 때부터 막 교과서의 세세한 부분, 몇년치 전의 모의고사 문제 까지 다 안고 가려고 하지 말자. 어차피 지금 끝장나게 정리해놓은 것도 한달 지나면 다 잊어버리는 것이 당신의 뇌다. 당신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자라면 여기까지 읽지도 않았을 것이다. 과감히 지나친 분량은 포기하자. 


3. 맘이 바쁜 사람들은 기출 + 최신판례로

이건 정석적인 것은 아니고 꼼수에 가까운데, 모든 과목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혹시 준비함에 있어서 조금 미비한 과목이 생긴다면 기출과 최신판례 위주로 정리하는 수 밖에 없다. 변호사시험에 벌써 내년이면 10회를 맞는다. 법학에 아무리 쟁점이 많아도 초보가 알아야할 중요 쟁점은 어느 정도 정해져있다. 우리 머리는 유한하고 초보에게 모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지 않은가? 그래서 기출에는 반드시 반복되는 쟁점 포인트가 있고, 여기에 변주를 주더라도 왠만하면 최신판례에서 중요한 것이 나오지 정말 지엽적인 것이 잘 나오지는 않는다. 나온다 하더라도 이는 다들 잘 모르니 여기서 손해보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결국 시간이 없다면 기출문제 위주로 접근하여 역으로 중요 쟁점 도출하고 최신판례로 나의 놓친 부분을 채우는 식으로 접근하는 수 밖에 없다. 물론 전혀 기초가 없으면 기출을 봐도 모래 위에 성 쌓기 이므로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공부를 했던 사람이라면 비교적 단기간 내에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과목을 다 꼼꼼히 준비할 수 없으므로  내가 특정 과목이 반드시 어딘가는 빌 텐데, 이럴 때 기출과 최신판례 위주로 정리하면 기초부터 공부하는 것을 놓치고도 시험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지 않은가 생각한다. 여기까지 왔다면 시간이 모자란 것이 보통이므로 모의고사 까지 챙길 생각은 버리자.   


4. 반드시 실수하니, 당황하지 말고 마무리만은 하자

시험에 대해서 사실 할 말들이 훨씬 많지만 손도 아프고 ㅠ 마지막으로 절대 절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시험 당일 당황하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를 받아드리면서 시험을 보고 나오는 것이다. 모두가 하나쯤은 어이없고 치명적인 실수를 한다. 나만 그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점수에 손해를 볼지라도 정신줄을 붙잡으면 불합격을 피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 결국 떨어지더라도 시험을 완주한 기억은 당신에게 자신감을 줄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나는 마지막 날 민사법 사례를 풀 다가, 하필이면 스탑워치 설정을 잘못해서 할 수 없이 손목 아날로그 시계에 의존해서 시험을 치루었는데, 민사 1문을 나름 만족스럽게 쓴 후에 3문을 먼저 풀다가 먼가 뇌에 먼지가 껴서, 시험이 13:30에 끝나는데, 13:00에 끝난다고 착각을 해서, 시간이 여유 있었음에도 갑자기 모자라다고 판단하고, 3문과 2문을 엄청 날림으로 결론, 논거 / 결론, 논거 때려박으면서 급하게 마무리했다. 나중에 30분이 남은 것을 알았지만 이미 답안에 손 대기에는 너무나 늦었고, 나는 절망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민사 1문만 괜찮게 나오고 3문과 2문은 그다지 좋은 점수가 안나왔는데, 그게 합격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은 아니었다. 들어보면 열에 셋넷은 이러한 치명적인 실수를 한다. 답안 순서를 바꿔서 시간에 좇기거나, 중간에 뭐에 홀린듯 답안 교체를 해버려서 점수에서 큰 손해를 본다거나, 시간 배분을 잘못해서 통백을 내거나 등등 다양한 치명적 실수를 하지만 이들 중에도 붙은 사람들이 많다. 그러니까. 시험 날에는 떨려도 떨지 말고, 큰 실수해도 좌절말고 끝까지 시험을 보면 당신에게는 여전히 합격할 확률이 존재한다. 포기하지 않아도 떨어질 수 있지만, 포기하면 반드시 떨어지므로 우리는 인생이 꼬일 확율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 


내 인생에서 이런 일을 다시는 하지 않아도 되어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ㅠ 일단 밥벌이를 할 수 있을까가 또 고민이라 부끄러워서 이런 글 안 쓰려고 했는데, 갑자기 무슨 일인지 손이 움직여서 써보았다. 지우고 싶은 충동이 들지만 작년 막막했던 내 맘을 생각하며 혹 누군가 한 명에게라도 도움이 되게 읽히길 바라며 ㅠㅠㅠ 수치를 무릎쓰고 발행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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