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날 때는 한번만 참아요
1. 도움이 필요할 땐 도와달라고 해야 해요
초기 스타트업들과 일을 하다보면 꼭 거쳐야 하는 관문이 투자계약의 검토와 그에 따른 후속 등기 등의 업무이다. 그런데 사실 변호사들도 등기실무를 접할 일은 많지 않기 때문에 법리 검토야 하지만 등기 진행을 위한 세세한 사항을 직접 챙기기는 쉽지 않다. 결국 이 부분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등기 업무라는게 매뉴얼도 있지만 또 너무 복잡하고 변수가 많다보니 많이 처리해보면서 생기는 감으로 대응하는 수 밖에 없기도 해서 더욱 그렇다. 다행히도 지금 있는 우리 회사에는 너무 유능하고 든든한 등기팀장님이 계셔서 믿고 맡길 수가 있었다. 그런데 팀장님께서 휴가를 가셨다. 가시기 전에 혹시 중간에 급히 등기 처리할 건이 발생하면 내가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부탁을 드려서 등기 치는 절차도 봐보고, 정리되는 서류들도 싹 한 번 훑었는데 한 번 그래도 해보니 능숙하게는 아니어도 필요하면 내가 직접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안도감이 들었다.
이야기가 샜는데, 결국 일 할 때 역할을 나누고 도움을 받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오히려 더 깊이 느끼게 되었다랄까. 내 일인데, 이걸로 누군가를 귀찮게 할까봐 혼자 고민하고 낑낑대는 편이고 어디에 잘 물어보거나 도움을 잘 청하지 못하는데, 사실 한 번 물어만 봐도 별일 아니게 풀 수 있는 것들이 많더라. 요새 일이 늘어나다 보니, 혼자 낑낑 거리고 들고 앉아있다가는 시간내 다 처리할 수가 없어서 뭔가 막히면 주변에 뻔뻔하게 SOS를 치고 있는데 다행히 회사 변호사님들도 우리 스태프 분들도 너무 친절하게 도와 주신다. 그 도움 없이는 나는 아무것도 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응당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어차피 혼자서만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면 이렇게 사람들이 투닥거리면서도 모두 옹기종기 들러붙어 앉아 살아가고 있지 않았을테니까.
2. 화가 날 때는 한 번만 참아요
의뢰인들도 다들 저마다의 성격에 따라 소통하는 방식이 다르신 경우가 많다. 사실 너무 당연한 것이기는 한데, 굉장히 조심스러운 분, 막무가내인 분 아무튼 천차만별이다. 물론 변호사, 특히 자문 변호사는 서비스직이지만 그래도 때로는 문의주시는 내용이나 방법이 무례하다고 느낄때도 있는데, 그럴 때면 나도 잠깐 마음이 흐트러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잠깐만 식히고 답변을 작성하다 보면 자연스레 어느 정도는 마음이 가라앉는데, 그렇게 한 템포를 죽이고, 성의 있게 답변을 준비해서 전달드리면 대부분의 경우에는 결국은 의뢰인도 오히려 고마워하는 경우가 많다. 송무는 거의 해보지 않아서 사실 잘 모르겠고, 자문건의 경우에는 대부분 그렇다.
순간을 참지 못해서 대립적으로 나갔다면 아마 해당 건을 처리하는 내내 서로 불편함을 느끼며 작업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튼 잠깐 화가 나도, 최대한 상대측을 선해해서 성의 있게 답변하는게 대부분의 경우에 제일 좋은 해결책이라는 생각은 든다. 물론, 무례함을 반복하는 사람과는 결국 오래 같이 일할 수는 없겠지만 잠깐의 소통상의 문제는 사실 못 참고 넘어갈 일이 없다. 사실 정말 "짜증을 내어서 무얼하나"이지 않은가. 나 좋자고 하는 일인데 화날 게 무엇인가.
금요일 오후에 괜히 일하기 싫어서 쓰는 오늘의 일기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