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의 진로 찾기-3
용두사미 설계의 연속
휴학의 버프로 2학년 2학기 설계수업은 열정100%로 임했다. 근데 이것도 중간평가가 지나니 훅 사그라들고 또다시 설계의 늪에 빠졌다. 분석까진 나름 괜찮았는데 건축적으로 해결하는게 항상 어려웠다. 3학년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설계 수업 중에 특히 분석보다 실무 위주(?)의 수업은 더 어려웠다. 예를 들어 리모델링하는 프로젝트들.. 분석보다도 결과물만 좋으면 되는데 그게 어려우니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미술이랑 마찬가지로 보는 건 즐거운데 직접 하는 건 정말 천지차이랄까..
그리고 미술이든 건축이든 작업물이 별로더라도 말빨이 좋으면 중간이상은 가는데 말빨도 없었다. 평소에 빈 말도 못하는 성격인데, 없는 걸 어떻게 부풀리고 지어내겠는가ㅎ 그렇게 2,3학년의 설계들은 용두사미로 끝나게 되었다.
졸업설계의 아쉬움
그렇게 설계에 대한 자신감이 점점 떨어지다가 졸업설계가 다가와버렸다. 졸업설계는 지도교수님이 중요한데 난 거의 현실성은 배제한 예술에 가까운 설계를 지향하는 교수님을 선택했다. 별다른 이유는 없고, 편할 것 같아서.. 근데 결론적으론 그렇게 편하지 않았다. 주교수님과 부교수님의 지향점이 달라서 혼란스러웠고, 무엇보다 결과물을 취업시장에 내놓을 수 없는게 문제였다. 마지막 설계 성적은 잘 나왔지만, 건축도 예술도 아닌 이상한 포지션이 되어버렸다.
공기업이라는 탈출구
졸업설계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진로를 생각하게 되었는데, 지금까지의 설계를 생각하면 건축사사무소에 가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설계를 못하는 게 너무 고통이었고, 건축사사무소는 정말 설계를 잘하고 좋아하는 친구들이 가야한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럼 난 어디를 가야하지? 생각하다 공기업도 의외로 괜찮다는 정보를 얻게 되었다. 건축 비스무리한걸로 일을 하고 싶고, 돈은 적게 받더라도 덜 힘들고 저녁이 있는 삶. 이게 당시 내가 생각한 직업의 기준이었다. 그렇게 남들은 포트폴리오를 다듬을 때, 한국사 책을 펼치며 본격적으로 공기업 준비를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