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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나는 재미있게 살고 있는가?

인생은 반드시 재미있게 살아야 한다

by 심상




인생은, 반드시 재미있게 살아야 의미가 있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후회는 열심히 살지 못해서 오는 게 아니라
그 순간에만 할 수 있었던 것들을

충분히 즐기지 못해서 찾아온다.



“그때는 왜 그걸 그렇게 흘려보냈을까.”
나를 찌르는 후회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애쓰며 살아간다.

나이가 들수록,

삶을 버텨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무언가를 ‘하는 것’도,

‘하지 않는 것’도

감정과 에너지를 소모한다.

우리는 그렇게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붙들고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해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거나
새해의 첫해가 떠오르면
괜히 초조해진다.



노력하지 않았던 것,

이루지 못한 것,
충분히 열심히 살지 못한 것들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또 자책한다.

그러나 나는 생각한다.
후회를 노력과 엮어서 생각하는 순간,
그동안의 내 노력을 깎아내리는 일이 되어버린다고.



노력이란 건,

단순한 ‘의지’ 하나로 되는 게 아니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조건들이 필요하다.
환경, 시기, 주변 사람, 경제적 여건,
그리고… 나 자신.
그중 어느 하나만 어긋나도,
삶은 곧잘 발목을 잡는다.



나아가고 싶은데,

나아갈 수 없을 때가 있다.
심지어 선택의 기회조차

허락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조차



“내가 의지가 부족해서 그래.”
“내가 더 열심히 했어야 했는데.”



하며 나 자신을 후회로 몰아붙인다.


이제, 그러지 않기로 했다.
내가 걸어온 시간을
내가 지켜온 마음을
그렇게 가볍게 폄하하고 싶지 않다.

모든 걸 버텨내고
성공을 한 삶도 멋있고,
무언가를 성취한 삶도 아름답다.
최선을 다한 삶은 늘 존중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나는 이제

성공, 성취, 최선 이전에

재미있는 삶이 먼저여야 한다고 믿는다.


오늘 본 영화, 만화책, 게임

TV프로그램, 유튜브

친구들과 만나 한 술 한잔 등

자칫 재미만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도 말이다.




진짜 재미있게 산 삶은
성공과 성취, 최선이 뒤따라온다.
단, ‘재미’에도 두 가지가 있다.
인풋의 재미와 아웃풋의 재미.


아웃풋을 억지로 끌어낼 필요는 없다.
나 아닌 다른 누군가가 보았을 때
아무리 쓸모없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몰입해
압도적인 인풋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문득
말하고 싶어지고, 쓰고 싶어지고,
나누고 싶어지는 때가 찾아온다.

그게 바로,

우러나오는 아웃풋이다.



사람의 마음은 갈대 같아서 때론,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

그래서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어떤 하나의 즐거움을
정말 깊고 진하게 느끼려면
시작은 인풋이 되더라도
마지막은 아웃풋으로 마무리해야 만족스럽다.



아웃풋이라고 해서

거창할 필요는 전혀 없다.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재미있던 걸,
그때 즐거웠던 그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순간이 온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내면 된다.




나는 아웃풋이란
표현, 기록, 관계라고 생각한다.

내가 느낀 걸 누군가에게 말하거나,
종이에 적어두거나,
내 마음을 나의 방식으로 남겨두는 것.
그게 표현이고, 기록이고,
누군가와 연결되는 관계다.


기록은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 사이를 이어주는 대화다.
지금 이 순간의 감정과 생각을 붙잡아
잊히지 않게 하는 일.
그건 내 일부를

찰나의 시간에 머물게 하는 행위다.



표현은 지금의 내가
지금의 누군가와 나누는 교류다.
내가 좋아했던 걸 이야기하고
그 이야기를 함께 웃고

공감해 주는 사람을 만나는 일.
그건 단순한 대화가 아니라
기억을 더 깊이, 더 선명하게

가슴에 새기는 방식이다.


나는 믿는다.
인풋과 아웃풋을 실천하는 삶이

진짜 재미있는 삶이라고.




그걸 정기적으로, 꾸준히 하는 사람은
어느 순간 ‘프로’가 되고
돈으로도 연결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그 가치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

내가 원할 때, 내 리듬대로
표현하고, 기록하는 그 순간들이
바로 인생을 피부 끝으로 짙게 살아내는 일이다.

공책에 몇 줄 끄적이든,
블로그에 사진 한 장 올리든,
엄마랑 밥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든,
친구에게 내 마음을 꺼내보이든,
혼잣말이라도 내 안에서 오가는 진심이든,
혹은 노래 한 곡 흥얼거리든.

그 모든 것들이 다
내 인생의 아웃풋이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도,
내가 인생을 재미있게 살아가는
가장 확실한 방식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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