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후회 없는
인생은 고통과 쾌락,
절망과 환희가 반복되는 긴 여정이다.
하지만 만약,
이 삶이 단 하나뿐인 선물이라 믿고,
나에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삶의 파편이라 여긴다면,
나는 어제도, 내일도 아닌
‘지금’을 온전히 사랑하겠다.
언젠가 모든 걸 잃게 되더라도,
그때 후회하지 않을 만큼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겠다.
나의 후회는 언제나
‘지금’, ‘현재’라는 시간 속에서
‘하지 못한’ 것들에 머물러 있었다.
반대로 미련 없이 지나온 과거는,
충분히 할 만큼 했다고
스스로에게 인정했을 때
비로소 자유로웠다.
남의 기준이 아닌, 나만의 기준을 세운다.
그 기준은 때로는 흔들리고 바뀌기도 한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단 한 가지가 있다.
고민하고, 숙고하고, 시간을 들여
‘이만큼이면 됐다’고
스스로 말할 수 있는
‘만족’, 그리고 ‘인정’이다.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한 선택은
결국 후회라는 감정 속에 나를 가두곤 했다.
"내가 정말 그런가?"
"이제 나이가 찼나?"
"지금은 그럴 환경이 아니잖아?"
이런 외부의 잣대를 벗어나,
나는 내 마음에 묻는다.
"충분히 만족했니?"
"이쯤 그만둬도 후회 없겠니?"
그 물음에 ‘예스’라는 대답이 들리면,
담담히, 그러나 확고하게
나의 과거를 놓아준다.
나는 요즘 이렇게 생각하려고 한다.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을 만큼 살고 싶다."
이 말은 매 순간을 열정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중요한 순간에는
몰입해서 살고 싶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책을 읽는다면,
10분이라도 온전히 집중해서
주변을 잊고 몰입해,
책장을 덮었을 때 후회가 남지 않을 만큼.
그 책이 사라져도,
내 마음에 그 문장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 내게 만족스러운 삶이다.
사람마다 자신만의
‘만족스러운 오늘’이 있다.
만약 아직 찾지 못했다면,
조금 더 부지런히 찾아야 한다.
그 만족은
거창하고 대단한 것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틈에서
발견되었으면 한다.
나는 ‘만족스러운 오늘’을 찾았다.
그 순간은 아내와 아들과 함께하는
너무도 평범한 일상 속에 있다.
20대 시절,
비혼주의자였고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내가
이렇게 변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귀찮고 불편했던 존재가
이제는 애틋하고,
늘 가까이 있고 싶은 존재가 되었다.
아내와 아들과 살갗을 부딪히며
보내는 시간은
웃고 울고, 화내고 인내하고,
다투고 또 사랑하는
소란스러운 하루들이다.
문제도 많고, 변수도 많다.
하지만 멀리서 조망해 보면,
그 모든 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값지고
아름다운 선물이다.
너무도 평범하고 일상적인 풍경이라
종종 그 소중함을 잊고 살지만,
이 선물을 잃는다는 상상을 할 때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지며,
숨이 턱 막힌다.
그만큼, 이들은 이제
나와 분리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래서 그들의 눈망울과
눈웃음, 향기, 몸짓을 더 느끼려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아낌없이
주고 싶어진다.
하지만 이 선물은
영원히 내 곁에 머물 존재가 아니다.
언제든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릴 수 있다.
삶과 죽음은 종잇장 한 장보다
더 가까운 곳에 있다.
그래서 나는,
더 후회하지 않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 더 사랑하고,
더 표현하고,
더 깊이 보려 애쓴다.
이 생각은 어렴풋이
이미 내 안에 있었다.
왜냐하면, 나는
그 후회를 이미 겪어본 사람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가족이라 해도 유대감이 없으면,
그저 남보다 못한 존재다.
차라리 없는 게 낫다고."
그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던 적 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유대감이 깊지 않았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
뜻밖의 후회를 했다.
그때 내가 느낀 감정은,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사랑하려는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다는 자책이었다.
지금도 문득 꿈이 현실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아버지가 현관문을 열고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걸어올 때.
그 기시감에 휩싸이다가
‘아, 아버지는 돌아가셨지’
하고 문득 꿈에서 깨어난다.
꿈속에서 보이는
아버지의 무표정한 얼굴 너머—
도움을 요청하듯
흔들리던 눈빛.
몸짓으로 내던
조용한 신호들.
그때는 무심하게 외면했던 것들이
이제는 꿈속에서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는 미리 아버지를 포기했고,
무언가 함께 해보려는 시도조차
실망할 결과부터 단정 지었다.
그게 후회의 이유였다.
사라지고 나서야 깨닫는 것들—
그 무게는
생각보다 오래, 깊게 남는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나’다.
하지만 나만 생각하며 살다 보면,
어느새 주변을 잃고
후회만 남는 순간이 찾아온다.
나를 소중히 여기는 만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때
비로소 만족은 찾아온다.
‘지금이 충분하다’고,
‘이만하면 됐다’고
스스로 말할 수 있는 하루.
해보고 싶은 걸 미루지 않고
시도해 보는 하루.
그런 날들이 쌓여
후회 없는 삶이 된다.
알면서도 하지 않는 것은,
결국 후회에게
먹이를 던져주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