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잊힌 숨결
냉장고 깊숙이
자줏빛 상자 속에 잠든
하나의 숨결
누구의 탓일까
시간의 탓일까
겹겹의 문에 가려진 탓일까
뽀글거리며 속삭인다
아직 숨 쉬고 있다고.
문이 열릴 때마다
차가운 형광이 스며들어
잠시나마 그 빛이
내 안을 들여다 봐주길 간절히 바라지만
문은 닫히고,
어둠은 한 겹 더 두터워진다.
오직 어머니의 손길만이
삭은 숨결에 다시 불을 지펴
마지막 한 끼의 온기로 살려내지만
아마도 우리는 검은 봉투에
이름도 없이 감싸져
조용히 사라져 가리.
그러나 누군가는 기억하리
한때 우리도 붉게 익었던
그 뜨거운 계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