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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문은 제 그림자를 모른다 (시)

파문(波紋): 수면에 이는 물결

by 심상


잔잔한 호수에 빗방울 하나
작은 파문이 내 안을 흔든다

파도가 하나뿐이겠는가
부유물이 하나뿐이겠는가
파도는 제 흔들림을 알지 못하고
부유물은 제 무게를 모른다

기러기는 하늘에 머물고
송사리는 물속에 숨 쉬지만
나는 어디에도 닿지 못한다

햇빛이 표면을 푸르게 적실수록
심연은 스스로 어둠을 벼린다

차라리 물이 되고 싶다
흐르되 다치지 않는
차라리 바람이 되고 싶다
스치되 흔적 남기지 않는

살아 있으되
보이지 않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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