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가 모인 곳으로 가라
나는 늘 열정을 갖고 싶었다.
내가 존경하는 사람처럼 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내 안에서 불타는 어떤 감정, 살아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그 뜨거운 무언가를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늘 따분했다.
주변은 새로움을 추구하지 않았고,
내가 나아가고 싶은 방향으로는
기묘할 정도로 열정을 가진 사람이 없었다.
어쩌면 나 혼자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던 걸까. 때로는 혼자 불을 붙여보려 애썼지만,
그것은 마치 젖은 장작을 가지고
모닥불을 피우려는 일 같았다.
혼자서는 한계가 명확했다.
버티다 결국 무너졌고, 다시 일어서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디고 힘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추성훈이
코첼라 무대에서 제니의 공연을 보고 말했다.
“나도 무대에 다시 서고 싶다.”
그 영상을 본 사람들 역시 비슷한 댓글을 달았다.
“콘서트를 다녀온 뒤 다시 열심히 살아갈 마음이 생겼어요. ”
“그 에너지 속에 있으니, 내가 살아 있다는 게 느껴져요.”
그 말을 곱씹었다.
‘나는 그런 뜨거운 곳에 가본 적이 있었던가?’
열정이 모이는 진짜 현장,
수천 명의 심장이 하나처럼 뛰는 공간에,
내가 있어 본 적이 있었던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제야 알았다.
내가 지금껏 열정을 갈구하면서도,
늘 어디선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이유.
나는 열정을 책으로, 글로, 머리로만
배우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불씨에 불과했다.
책은 불씨다.
하지만 불길은, 사람들 속에 있었다.
함성이 쏟아지고, 눈빛이 교차하며,
심장이 쿵쿵 울리는 그 현장.
무대 위 가수, 링 위 파이터, 잔디 위 경기장을 누비는 축구선수들 그리고 그들을 향해
응원하고 함성을 지르는 관중들까지 모두
그 공간에 에너지의 밀도는 얼마나 짙을까 상상만으로도 뇌가 깨어나고, 가슴이 요동치고, 말초신경이 살아나는 듯한 생생함이 느껴진다.
심리학에는 ‘감정 전염’이라는 개념이 있다.
한 사람의 감정이 집단 속에서 퍼지고, 그 집단의 에너지가 다시 개인의 감정을 증폭시키는 순환.
하버드대학교와 UCLA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열정적인 군중 속에 있는 것만으로도
뇌는 더 많은 도파민과 옥시토신을 분비한다.
이는 환경이 열정에 미치는 영향을 말해준다.
아마 집 나간 열정은
나에게 이렇게 물을지도 모른다.
“너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
그 답이 혼자 있는 방이라면,
열정이 없는 무리에서 홀로 있다면,
아무리 위대한 철학책을 읽어도
아무리 혼자 달려도
심장은 뜨겁게 요동치지 않는다.
책은 길을 안내해 줄 수 있지만
걸어야 하는 건 내 몸이다.
몸을 에너지의 한가운데로 던져야 한다.
사람은 결국, 분위기에 휩쓸리는 존재다.
의지가 약한 게 아니다.
우리는 애초에 혼자 살 수 있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 열정이 블랙홀처럼
압축되는 현장으로 가는 것이다.
책을 덮고, 영상을 끄고, 혼자 있는 공간을 나와
심장이 뛰는 공간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
그게, 내가 찾은 하나의 방법이었다.
열정은 혼자 고민한다고 생기지 않는다.
불씨는 모여있을 때 활활 타오르며 불길을 만든다.
그리고 그 불길이 나를 다시 뜨겁게 만든다.
아들에겐, 열정이 넘치는 현장감을 느끼도록 해주고 싶다. 그곳으로 가고 싶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