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질답
“목표는 미래에 있어야 할까, 오늘에 있어야 할까?”
우리는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늘 목표를 세운다. 작은 일에는 계획이 잘 통한다. 오늘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지우며 느끼는 성취감은 분명 짜릿하다. 그 순간은 뿌듯하고, 나를 믿게 된다. 하지만 인생의 큰 목표는 좀 다르다. 왜일까?
장기적인 계획은 예상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계획은 완벽했는데, 꾸준함이 따라주지 않는다. 체력, 감정, 환경, 상황… 하루에도 몇 번씩 변수가 생긴다. 그 변수들이 모이면 어느 순간 계획이 무너진다. 그 과정에서 자주 지친다. 때론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는 자책이 시작된다.
“역시 난 안 되는 사람이야.”
“내가 그렇지 뭐 끝까지 해본 적이 있나...
나 자신이 한심하다 정말.”
이런 말이 마음속에 쌓인다. 하지만 잠깐, 생각해보자. 내가 세운 그 ‘계획’이 과연 정확했을까?
내가 세운 목표는 ‘오늘의 나’가 예측한 ‘미래의 나’다. 즉, 지금의 능력과 조건 안에서 가능할 것 같은 범위를 그린 것이다. 쉽게 말해, 오늘의 나 수준에서 ‘이 정도면 되겠지’라고 상한선을 정해버린 셈이다. 그런데 삶은 예측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더 잘 될 수도,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예측’에 무의식적으로 집착한다. 그래서 계획이 어긋나면 쉽게 무너진다. 왜? 목표와 정신이 늘 ‘미래’에 가 있으니, 지금의 나는 늘 지쳐 있다. 실제로 뇌는 상상과 현실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간극이 있다면 하나로 합치려고 한다. 그런데 생각이 늘 미래에만 있다면 현재와 너무 다르니 심한 고통을 느낀다.
성공하는 사람은 무조건 참는 사람처럼 보인다. 앞만 보고 달리고, 버티고, 끝까지 간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칭찬하고 대단하게 여기도 한다. 나도 그렇게 해야 할 것 같고, 못하면 내가 열정, 끈기, 능력이 부족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자연스러운 삶일까?
그렇게 살다 보면 내 감정, 내 호기심, 내 즐거움은 조금씩 사라진다. 흥미로운 기회가 와도 “계획에 없으니까”라는 이유로 지나친다. 일상을 재미있게 만들 요소들을 스스로 차단해버린다. 결국 내가 만든 목표에 내가 갇혀버린 것이다. 성공하는 사람은 강한 사람 같지만, 실은 ‘즐겁게 지속하는 사람’이다. 오늘을 충분히 살아내는 사람이다. 그럼 내 목표를 잘 다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정체성에 있다. 목표를 설정 할 땐, 미래의 목표와 오늘의 목표가 같아야한다. 즉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과정(혹은 찾는 과정)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예를 들어, 이렇게 말해보자. “하프마라톤을 1시간 30분 안에 뛰겠다.” 이건 성과 중심 목표다. 하루라도 못 뛰면 불안해진다. 자책이 쉽게 스며든다. 그런데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
“나는 매일 건강하게 뛰는 사람이야.” ‘뛰는 나’라는 정체성을 만들고 그걸 유지하는 게 목표가 되는 것이다.
오늘 조금만 뛰어도 괜찮다. 못 뛴 날도 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뛰는 사람'이다. 정체성을 목표로 삼는다면 다르다. 달리는 그 자체가 내 삶이 된다. 이런 마음이 있으면 오래 지속할 수 있다. 그리고 어느 날, 자연스럽게 하프마라톤을 뛴다. 그것도 목표보다 더 좋은 기록으로. (단, 정체성이 자리 잡는다면, 그때 성과중심으로 강하게 밀어부칠 때도 있어야 한다.)
스탠퍼드대학교의 행동 심리학자 B.J. 포그는 《Tiny Habits》에서 ‘정체성 기반 습관’이 가장 오래 지속된다고 밝혔다.“나는 운동하는 사람이야.”, “나는 아침을 잘 챙겨 먹는 사람이야.”, 이런 정체성은 작은 행동을 계속하게 만든다. 그 행동들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변화가 따라온다.
즐거운 일은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된다. 끙끙거리며 버티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오래갈 수 있다. 즐겁게 사는 건 가벼운 게 아니다. 오히려 인생을 무겁게 끌고 가지 않겠다는 지혜로운 선택이다. 힘들어도 하고 싶은 일, 하기 싫었지만 하고 나면 뿌듯한 일, 내일도 또 하고 싶은 일. 그런 걸 찾아보자. 목표와 계획은
미래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되고 싶은 '나의 모습' 안에 있다.
하버드대의 션 에이커도 말했다. “성공해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행복할 때 성공이 따라온다.”그러니 목표를 이루고 싶다면 지금의 삶을 먼저 즐겁게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