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그 사람 누구인지 알아? 그 사람 나랑 좀 친해.", "나 그 사람 잘 알아~"
라고 말하는 사람이 꼭 주변에 한명씩은 있기 마련이다. 타인의 이름을 빌려 자신의 존재감을 부풀리려하는 존재다. 권력 있는 사람 옆에 서면, 마치 자신이 가진 힘인 양 착각하게 된다. 이런 전략을 ‘호가호위(狐假虎威)’라고 부른다. 하지만 결국, 그 위세는 내 것이 아니다. 남의 이름으로 나를 포장하는 순간, 내 이름은 사라진다. 허명은 거짓된 이름이다. 그것은 실체가 없기에, 언젠가는 탈로나고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나는 그런적 없는데? "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SNS활동 속에서 허명을 쌓고 있다. 나 또한 비슷한 착각에 빠졌었다. 내 실력은 아직 부족했고,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을 만큼의 내공도 쌓이지 않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려지고 싶다'는 욕망은 앞섰다. 일단 세력을 얻으면 성공할 줄 알았다. 팔로워 수가 1만이 넘어가면, 블로그 일 방문자가 1000명이 넘어가면, 자기계발모임의 인원이 100명만 넘으면, 뭔가 이뤄질 것 같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름(브랜드)을 알리고 숫자를 늘리려는 노력이 강해질수록 내 안에서는 도리어 의문과 불안이 커졌다. "내가 정말 잘하고 있는 걸까? 이게 맞나?" 라는 물음표는 불쑥불쑥 떠올랐고, 그 감정은 결국 나 동기를 끌어내렸다.
하지만 지금 많은 이들에게 인기있는 핫 인물들은 다르다. 예를 들어 유도국가대표이자 이종격투기 선수 추성훈이나 미슐랭 3스타 안성재셰프처럼 자신만의 영역에서 성과를 만들어낸 사람들은 철저히 ‘강점’에서 출발했다. 그들은 자신이 잘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갈고닦았다. 그리고 정상에 서본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유튜브'라는 새로운 출발을 했을 때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자연스럽게 구독자가 늘었다.
이처럼 강점은 실력의 본질이며, 정체성의 뿌리다. 2021년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개인이 자신의 강점을 인식하고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에 놓일 때, 일에 대한 몰입도는 평균 3배 이상 높아졌고, 장기적인 성취감 또한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반면에 강점이 없었던 나는 늘 자신감이 없었다. 중고등학생일 때 나는 ‘평범함’을 추구했다. 튀지 않으면 괜찮을 줄 알았다. 선생님이 질문을 던지면 손을 들기보다는 고개를 숙이며, "제발 나만 아니길" 바랐다. 그건창피를 당하지 않기 위한 전략이었을지도 모른다. 튀지 않으면 밟히지도 않는 것 처럼말이다. 그러나 평범함은 시간이 지나며 점점 매력을 잃는다. 거대한 완성품의 하나의 부품처럼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관심이 없다보니 짓밟는 줄도 모른다. 나 또한 그 타성에 젖어 어떤 의견을 쉽사리 낼 수가 없다. 그 동안에 습관이 쌓인 탓이다.
심리학자 카를 로저스는 말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자신을 실현하려는 경향을 지닌 존재다.” 그러나 그 본질을 억누른 채 사회에 동화되면,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르게 된다. 평범해지려는 태도는 나를 보호해주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내 목소리를 지우는 것이였다. 그렇게 사회에서의 ‘내 자리’도 함께 사라져갔다.
하지만 강점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남자 사회에서는 축구 하나만 잘해도 평생 인싸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단순한 농담 같지만, 실제로 팀 스포츠는 사회적 유대감 형성에 효과적인 활동이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단체 스포츠에 참여한 청소년은 자존감이 더 높고 사회적 기술도 뛰어난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축구처럼 공통의 관심사와 강점을 공유하는 활동은 관계를 깊게 만들고, 자신감과 표현력도 함께 키운다.
그 강점은 곧 ‘나만의 둥지’가 된다. 바람이 불어도 잠시 피할 수 있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강점을 가진 사람은 실패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돌아올 ‘자기만의 기반’이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강점은 계속 발전한다. 강점을 한 번 키워본 사람은, 두 번째 강점도 만들어낼 수 있다. 그 자신감과 성취의 기억이 두 번째 도약의 발판이 된다. 뇌과학에서도 이를 뒷받침한다. 새로운 능력을 습득할 때 뇌의 해마(hippocampus)와 전두엽(prefrontal cortex)은 활성화되며, 이후 비슷한 맥락의 학습이 훨씬 수월해진다. 즉, 우리는 ‘잘하는 경험’을 통해 더 잘할 수 있는 두뇌 구조로 변화한다는 뜻이다.
이제 나는 이름을 알리려는 노력 대신, 내 실체를 다듬고 있다. 내 안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공부하고, 질문하고, 쓰고 있다. 너무나 평범하고 변화가 없는 하루지만, 그 안에 강점을 쌓는 의미가 있다. 하루하루가 나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믿음이 있다. 남을 따라 해서는 결코 빛날 수 없다. 빛나는 사람들은 언제나 자기 안에서 해답을 찾았다.
어쩌면 진짜 성공은 타인의 인정을 얻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인정하는 순간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 허명을 버려라. 그리고 당신만의 강점을 키워라. 그것이야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진짜 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