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여러 해 전 공주 마곡사 인근에서 있었던 일이다. 친목 모임에 좀 일찍 도착했다. 장소를 물색했던 유 선생님과 모임을 주관하는 김 선생님만 와 있었다. 유 선생님이 아이들과 물가에 갔다 오라고 권했다. 아이들은 신나서 가는데, 우리 내외는 좀 망설였다. 발만 살짝 담그기로 했다.
장소가 넓고 그늘이 많아 사람들이 꽤 붐볐다. 적당한 물가를 찾아 위로 올라 가는데 중간에 다리 하나가 있었다. 무심코 다리 건너 쪽을 바라보다 큼직한 입간판 하나를 발견했다. 물놀이 주의 류의 간판이겠지, 생각하며 시선을 비낄 찰나 입간판 맨 위 내용이 시선을 끌었다.'밤마다 생포르노가 연출되는가 보구나. 거 참, 절 근처인데, 얼마나 남살스러웠으면 저런 입간판을 다...'
애 엄마 어깨를 툭 치며 입간판을 좀 보라고 했다. 애 엄마는 시력이 안 좋다. 얼굴을 찡그리며 입간판을 봤다. 나처럼 약간 놀라며 뭔가 말을 함직한데, "뭐?" 하며 뚱한 표정만 지었다. 할 수 없이 내가 직접 말했다. "입간판 좀 봐, '애로 행위 금지'라고 써 있잖아." "응?" 갑자기 아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다시 한번 얼굴을 찡그리며 입간판을 보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야 제대로 봤군!' 덩달아 나도 웃으며 "좀, 그렇지?" 했더니, 아내가 내 어깨를 퍽 치며 말했다. " 무슨 애로 행위 금지야? 어로행위 금지지! 응큼하기는..." 으, 으응 어로행위 금지? 이상하다 분명히 애로 행위 금지인데?
확인차 종종걸음으로 다리를 건너갔다... 좀 전 까지도 있던 'ㅣ'가 달아나고 없었다.
비슷한 즈음에 있었던 일이다. 조 선생님 나 아내 이렇게 셋이서 연수차 천안을 갔다 왔다. 연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순천향대 앞 신호등에서 멈춰 섰다. 잠깐 차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찰나 희한한 간판을 발견했다.
'거 참, 아무리 혈기왕성한 대학생들을 끌려고 해도 그렇지 어찌 저런 간판을 다?' 좀 심하다 싶었다. 아내를 쿡 찌르며 간판을 보라고 했다. "으, 으응" 하며 밖을 쳐다보더니 뭐? 하는 표정을 지었다. "안 보여? 저기 봐. '섹스 피자'라고 적혀 있잖아." 아내가 놀란 얼굴을 하며 다시 밖을 봤다. 덩달아 조 선생님도.
"심하지?" "어이구~" 아내가 어깨를 치며 말했다. "무슨 섹스 피자야, 섹스 피자는? 센스 피자지!" " 엥?" 나는 다시 간판을 봤다. 아내 말이 맞았다. 좀 머쓱해지는 찰나 아내가 무료한 김에 잘됐다는 듯, 웃음을 실실 흘리며, 지난번 마곡사 사건을 끄집어냈다. 얘기를 듣던 조 선생님이 추임새를 넣었다. "어머, 김 선생님 안 그러실 것 같은데... 성적 욕구가 굉장히 강하신가 봐요? 아닌가? 억압돼서 그런가?" 하면서 깔깔 웃었다.
거, 참. 분명히 섹스 피자였는데 언제 'ㄱ'이 'ㄴ'으로 바뀌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