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먼저 보라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을 듣다 보면 의외의 대답을 듣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 번은 어느 교사가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잠을 자며 수업에 태만하고 걸핏하면 교사에게 대드는 현실을 열거하며 도대체 왜 교육 현실이 이런 지 답답하다면서 그 처방을 부탁했다. 현 교육에 어떤 구조적인 문제가 있고 그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에 대한 해답을 구했던 것 같다.
그런데 스님은 뜻밖에 엉뚱한 대답을 했다. 먼저 교사에게 대뜸 "질문한 분은 왜 교사가 됐냐?"고 물었다. 흔한 말로 밥 벌어먹고살기 위해 교사가 됐는지, 아니면 가르치는 일 자체가 좋아 교사가 됐는지를 물은 것이다. 교사가 후자라고 답하자, 스님은 다시 질문했다. "그러면 현직 교사 그만두고 거의 무보수의 우리 정토회에서 운영하는 학교에 근무할 수 있겠냐?" 그러자 질문한 교사가 약간 머뭇거렸다. 몇 차례 실랑이 비슷한 질문과 대답이 오간 끝에 질문한 교사는 "밥 벌어먹기 위해 교사가 됐다"고 실토했다. 이 답을 들은 뒤 스님은 "그러면 밥값을 하라"고 주문했다. 자는 애들이 있으면 왜 자는지 연구하여 대처하고, 수업에 태만한 애들을 어떻게 하면 흥미를 갖고 수업에 임하게 할지 고민하고, 애들이 대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공부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자신의 만행(萬行) 시절 학원 강사 경험담을 들려줬다. 거대 담론에 대한 답은 일절 하지 않고 질문 당사자에 모든 것을 집중시켜 그에 대한 해결만 제시한 것이다. 스님의 해결책은 맞는 답일까? 어긋난 답일까?
나도 약간 법륜 스님과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교육 문제에 관한 답이 아니고, 숙취 해소에 관한 답이다. 한 번은 동료가 간밤에 과음하여 숙취를 풀려고 '헛개즙'을 먹는다길래, 우스개로 이런 말을 했다. "아니 술은 취하려고 먹은 건데 왜 숙취 해소하는 헛개즙을 마셔?" 동료가 뜨악한 표정을 짓길래 한 마디 더했다. "숙취 해소하는 최고의 방법이 있는데, 알려줄까?" 동료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뭔데?" "술을 안 마시는 거지!" 내 해결책은 맞는 답일까? 어긋난 답일까?
사진은 '한국익간보(韓國益肝寶)'라고 읽는다. 익간보는 '간을 돕는 보배'라는 뜻이다. 금차도(金茶陶)라는 회사가 만드는 건강식품인데, 주로 간 보호를 목적으로 한 식품이다(이 회사의 이름 금차도는 우리나라의 금속 공예품, 차, 도자기 등을 외국에 소개하고 판매하려는 의도에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성분을 보니, 헛개나무 열매 · 밀크씨슬 · 마카 분말이 주성분으로, 고가의 제품이었다. 그런데 익간보라는 식품이 제 아무리 간을 돕는 제품이라 해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간을 돕는 제일의 방법은 간을 해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간을 해치는 일을 하지 않으면 이런 고가의 제품을 굳이 사 먹을 일이 없지 않겠는가. 사진은 서울 종로에서 찍은 것이다.
낯선 한자를 자세히 살펴보자.
益은 水(물 수)의 변형과 皿(그릇 명)의 합자이다. 물이 담겨 있는 그릇에 물을 더한다란 의미이다. 더할 익. 益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利益(이익), 損益(손익) 등을 들 수 있겠다.
肝은 月(肉의 변형, 고기 육)과 干(방패 간)의 합자이다. 간이란 뜻이다. 月으로 뜻을 표현했다. 干은 음을 담당한다. 간 간. 肝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肝臟(간장), 肺肝(폐간) 등을 들 수 있겠다.
寶는 宀(집 면)과 王(玉의 변형, 구슬 옥)과 缶(장군 부, 항아리의 일종)와 貝(조개 패, 재물의 의미)의 합자이다. 집안 깊숙이 숨겨놓은 값나가는 재물이란 의미이다. 보배 보. 寶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寶物(보물), 寶貨(보화) 등을 들 수 있겠다.
우리는 이따금 자신이 발을 디딘 땅을 보지 않고 하늘만 쳐다본 채 해답을 찾는 경우가 있다. 스님에게 질문을 했던 교사도 그러지 않았나 싶다. 스님이 해준 답은 하늘을 쳐다보기 전에 자신이 발을 딛고 있는 땅을 먼저 보라는 말이었다. 그다음에 하늘을 봐야 할 것이다. 실제 스님도 해당 교사에게 답을 한 뒤 뒷부분에 우리 교육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약간 언급을 한다. 스님의 답이 현명한 것은 질문 해당자에게 맞춤 답을 줬다는 것이다. 하늘을 쳐다보는 답을 줬다면 아마 그 교사는 일상에서 부딪히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했을 것이다. 건강 회복에 관한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늘을 쳐다보기― 건강에 관한 도서 탐독이나 좋은 약 구입 복용 ―전에 땅을 먼저 쳐다보는, 즉 현재의 생활을 반성하고 그와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것이 우선 아닐까 싶다. 그러면 건강은 자연스럽게 회복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