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 찔: 선생님 안녕하셨어요? 오늘은 수양에 관한 말씀을 한 번 더 듣고자 합니다. 수양은 말 그대로 닦고 기른다는 의미로, 노력이 요구되는 행동입니다. 일전에 선생님께서 순임금과 같이 되고자 하면 순임금처럼 행동하면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일견 맞는 말씀처럼 들리면서도 일견 뭔가 현실감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그때도 말씀드렸습니다만….
■ 맹: 그랬지요. 그런데 그런 생각은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어요. 한 번은 조교라는 이가 이렇게 묻습디다.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모든 이가 요순이 될 수 있다고 하시는데, 왠지 틀린 말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듣기로 문왕은 키가 10척이고 탕왕은 9척이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저는 9척 4촌이나 되건만 밥만 축내고 있습니다. 제가 어떻게 요순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인지요?" 내가 이렇게 답했지요. "요순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요순과 같은 심성을 지닌 사람이 된다는 것이지, 요순의 외형을 닮은 사람이 된다는 말이 아닐세. 내 말의 의미를 곡해한 것일세."
■ 찔: 조교라는 이의 이해도는, 당사자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 너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요순이 될 수 있다는 의미를 조교라는 이의 말처럼 이해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어떻게 하면 요순과 같은 심성의 소유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인가, 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 맹: 그럴 거예요. 나도 조교의 말을 듣는 순간 좀 답답함을 느꼈지요.
■ 찔: 그럼 조교에게는 거기까지만 말씀하시고 그만두셨는지요?
■ 맹: 아닙니다. 일단 요순이 될 수 있다란 의미를 이해시킨 뒤 다시 요순과 같은 심성의 소유자가 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비유를 들어 설명해 주었죠.
■ 찔: 어떤 비유를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 맹: 뭐 대단한 비유는 아닙니다. 그에게 이렇게 말했지요. "요순과 같은 심성의 소유자가 되려면 요순과 같이 행동하면 된다네."
■ 찔: 예의 저한테 해주셨던 말씀과 동일하게….
■ 맹: 전에도 말했지만 그것 이외에 과연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 찔: 그렇긴 하지만….
■ 맹: 하하하. 그럼 그만둘까요?
■ 찔: 아, 아닙니다. 계속 말씀해 주시지요.
■ 맹: 그에게 말했지요. "여기 어떤 사람이 있는데, 그의 힘이 병아리 한쌍을 들을만하다면 그는 그 정도의 힘밖에 없는 사람으로 평가받을 것일세. 반면 백균을 들을만하다면 그는 그 정도의 힘이 있는 사람으로 평가받겠지. 병아리 한쌍을 들을만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이가 백균을 들을만한 사람으로 평가받으려면 어떻게 하면 되겠는가? 백균을 들으면 되지 않겠는가? 천하장사인 오획처럼 되고 싶다면 어떻게 하면 되겠는가? 오획처럼 힘을 쓰면 되지 않겠는가? 할 수 없다고 걱정할 것이 아니라 하지 않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네."
■ 찔: 선생님, 중간에 끼어 들어서 죄송합니다만, 선생님 말씀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합니다만 선생님 말씀에는 어폐가 있습니다. 병아리 한 쌍을 들지 못하는 이가 어떻게 오획과 같은 천하장사처럼 힘을 쓸 수 있겠습니까? 제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말이지요. 선생님의 비유는 선생님 말씀이 현실감 없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 보이신 격이 됐습니다.
■ 맹: 음∼ 나의 비유에 그런 맹점이 있군요. 그러나 내 말의 취지는 공감이 되지요?
■ 찔: 물론입니다.
■ 맹: 그러면 됐습니다. 물리적 힘을 가지고 든 비유는 내가 생각해도 좀 무리가 있었던 것 같군요. 그러나 내 취지만 전달이 됐다면 별 상관없습니다. 나는 조고가 요순과 자신의 차이를 마치 하늘과 땅처럼 여겨 자신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요순과 같이 될 수 없을 것이란 자괴감을 가질 것 같아 용기를 북돋는 차원에서 그렇게 말했던 것뿐입니다. 그리고 그에게 조금 더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말해 주었지요. "어른을 앞질러 가지 않고 뒤에 조심스럽게 따라가는 것, 그것을 제[공손함]라 하고 이와 반대로 행동하는 것을 부제[공손하지 못함]라 한다네. 제를 행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나?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겠지? 요순이 되는 길은 요순처럼 행동하면 되는 거고, 요순처럼 행동하는 것은 곧 요순의 도를 실천하는 것인데, 요순의 도란 별게 아니라네. 바로 효제[효도와 공손함]가 요순의 도일세. 그대가 요의 옷을 입고 요의 말을 명심하며 요의 도를 행하면 요가되는 걸세. 반면 걸의 옷을 입고 걸의 말을 되새기며 걸의 도를 행하면 걸이 되는 걸세."
■ 찔: 요순이 되는 구체적 방법을 말씀해주시니 이제사 선생님의 말씀이 현실감 있게 와 닿습니다. 제가 선생님의 말씀을 현실감 없다고 느낀 것은 요순의 도가 너무 거창하다고 지레짐작한 데서 비롯됐던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 맹: 죄송은 무슨…. 오해가 풀렸다니 다행입니다.
■ 찔: 그런데, 선생님, 요순의 도가 고작 효제에 불과합니까? 너무 간명해서 왠지….
■ 맹: 왠지? 그럼 인터뷰하시는 분은 요순의 도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 찔: 뭔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효제보다는 뭔가 한 차원 높은….
■ 맹: 한 차원 높은 뭔가가 있을 것 같다? 그건 환상입니다! 일찍이 공문[공자의 제자들]의 일인이었던 유약은 '효제는 인을 행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가치이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효제의 가치와 의미가 어떤 것인지를 명확히 밝혀 주었지요. 증자께서 스승인 공자님의 도를 '충서'라고 정의 내린 바 있는데, 이 경우 충과 서는 그 자체가 하나의 덕목이기도 하지만 도를 실천하는 방법의 의미이기도 합니다. 방법의 의미로 충서를 해석하면 충은 기본적인 가치, 서는 기본적인 가치의 확충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효는 충에, 제는 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흔히 유학의 종지를 수기치인이라고 말하는데 효는 수기의 핵심 가치, 제는 치인의 핵심 가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요컨대 효와 제를 단순한 그 덕목으로 한정해 볼 수도 있지만 그것을 확충하면 천하를 다스리는 요체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효와 제는 결코 비근한 덕목이 아닙니다.
■ 찔: 그렇군요. 제가 너무 생각이 짧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문득 든 생각인데, 효제라는 덕목이 일상에서는 '하지 않을지언정 할 수 없는 덕목'은 아니란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 방금 선생님이 말씀하신 확충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할 수는 있지만 하기 어려운 덕목'이란 생각도 듭니다.
■ 맹: 음~ 좋은 지적이네요. 할 수는 있지만 하기 어려운 덕목이라….
■ 찔: 선생님, 너무 괘념치 말아 주셔요. (웃음) 선생님 말씀처럼 하지 않는 것을 먼저 걱정해야 하는데 하지 못할 것을 먼저 걱정한 데서 나온 우문일 뿐입니다. (웃음)
■ 맹: 아니에요. 일리가 있는 질문이에요.
■ 찔: 선생님, 선생님의 "요순의 도는 효제일 뿐이다"란 말씀은 마치 불가의 '선(禪)'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번다한 불교 이론을 한순간의 깨달음으로 뛰어넘는 그 '선' 말입니다. 유학에도 번다한 예절과 가르침이 있는데 효제는 그것을 단숨에 뛰어넘는 것 같거든요. 상당히 혁명적인 말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맹: 방금 불가의 선이라고 했는데 그게 뭐죠? 요즘 새로 생긴 사상인가요?
■ 찔: 아, 죄송합니다. (당황) 제가 엉뚱한 소리를 했습니다. 후일 말씀드릴 기회가 되면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 맹: 그래요? 뭔가 굉장히 흥미로운 사상 같은데…. 그러나 어떤 사상이 나온다 해도 나는 유학의 도를 수호할 자신이 있습니다. 또 지금 세상에 나를 빼고 그 누가 유학의 도를 수호할 수 있겠습니까!
■ 찔: 네, 선생님. (웃음) 선생님, 수양에 관해 노력을 당부하는 말씀을 한 마디 더 듣고 오늘은 이만 마무리했으면 합니다만….
■ 맹: 그러지요. 내 일찍이 고자(高子)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어요. "그대, 산에 난 길을 보았는가? 처음에는 길이 없었지만 자꾸 다니면 길이 생기지 않던가? 그러나 그 생긴 길도 다시 다니지 않게 되면 어떻게 되던가? 예전처럼 풀이 무성하여 길이 없어지지 않던가? 마음을 닦는 것도 그와 같다네." 이 말로 당부의 말을 대신하고 싶네요.
■ 찔: 감사합니다. 선생님. 더없이 적절한 비유입니다. 비유는 가장 쉬우면서도 효과가 좋은 교수법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예수라는 이가 이 방법을 잘 사용했지요.
■ 맹: 예수? 오늘은 낯선 이름을 자꾸 듣는군요. 그도 역시 사상가겠죠?
■ 찔: 선생님, 죄송합니다. 오늘은 제가 말실수가 많았습니다. (웃음) 예수에 관해서도 후일 적당한 기회가 되면 상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웃음) 선생님 오늘 말씀 감사했습니다.
■ 맹: 거 참, 사람 궁금하게 만들어놓고…. (웃음) 편히 쉬고 내일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