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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요

허난설헌의「채련곡(采蓮曲)」

by 찔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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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가을날 드넓은 호수 에메랄드 빛 물 秋淨長湖碧玉流

연꽃들 사이에 배 세웠는데 荷花深處係蘭舟

그이가 보여 나도 모르게 연밥 던졌어요 逢郞隔水投蓮子

어머나, 이를 어째 剛被人知半日羞



사랑의 마음을 색깔로 표현하면 어떤 색이 어울릴까? 아무래도 푸른색과 붉은색이 어울리지 않을까? 싱그러움과 열정의 상징색이니. 이 시는 두 색깔을 번갈아 수놓아 사랑의 마음을 직조(織組)했다. 첫 구의 시어[가을, 에메랄드 빛]는 푸른색이다. 둘째 구의 시어[연꽃]는 붉은색. 세째 구의 시어[연밥]는 푸른색, 넷째 구의 시어[어머나]는 붉은색이다. 보태어 은유적 시어 '연밥'을 사용해 사랑의 마음 직조에 포인트를 두었다(연밥의 원 시어는 '蓮子(연자)'인데, 이는 그대를 사랑한다는 의미의 '戀子(연자)'의 은유적 표현이다). 이 시에서 섣부른 행동으로 부끄러워 어쩔 줄 모르는 아가씨의 모습만 본다면, 부족하다. 색채와 은유 시어로 사랑의 마음을 그린 이면을 함께 보아야 제대로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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