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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찔레꽃 Jan 29. 2023

발칙한 상상

김 부장님, 앞으로 손님들이 반디 앤 루니스에서 책 한 권을 사면 스타벅스 매장에서 커피 한 잔을 무료로 접대해 드리도록 하죠?”

?”

놀라실 줄 알았습니다하지만이유는 묻지 마시고 그대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조금은 설명을.”

굳이 설명하라면사람들이 너무 책을 읽지 않아서 그렇습니다대합실의 승객들 보셨죠책을 읽는 이들이 한 명도 없더군요전부 스마트폰만 보고 있어요제 비록 장사꾼이지만이건 정말 아니다 싶더군요우리 미래가 암울하게 느껴졌어요저는 현명하고 아름다운 소비자를 상대하는 스마트한 장사꾼이고 싶어요그러려면 소비자들이 책을 읽어야

아무 말 마시고 그렇게 해주세요어머니께는 내가 승낙을 받을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알겠습니다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반디 앤 루니스는 이미 철거되지 않았습니까거기엔 주방 침구 매장이.”

알고 있습니다당연히 원래대로 복원해야겠지요그곳과 다시 연락하도록 하세요.”     


과거 사회의 계층 질서는 사농공상으로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는 ()’였다오늘날 사회의 계층 질서는 사라졌지만 보이지 않는 계층 질서는 분명 존재한다그렇다면 오늘날 사회 계층 질서의 최상위즉 오피니언 리더는 누구일까? ‘()’이다돈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이기에 당연하다고도 볼 수 있다그래서 오늘날의 오피니언 리더인 에게는 과거의 과 다른 점이 요구된다과거의 처럼 돈만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점오피니언 리더이기에 돈의 추구와 함께 가치의 추구도 요청되는 것이다.     


코로나 상황으로 한동안 못 갔던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을 어제 찾았다많이 바뀌어 있었다전체적으로 단순하면서도 산뜻한 느낌을 주었다자잘한 가게들을 많이 정리했고 매표 공간도 이동과 함께 규모를 줄였다비워진 공간을 채우지 않고 그대로 두어 여유를 느끼게 했다(비워놓은 건 좋은데 건물 기둥에 현란한 LED 광고판을 설치한 건 좀 아쉬웠다). 다양한 메뉴의 정갈한 음식점들이 대합실과 떨어진 곳에 별도로 모여있어 대합실과 음식점이 뒤엉키는 어수선함도 일소시켰다지하철과 연결되는 지하 공간도 변화가 있었다지하 공간의 주인공인 신세계 백화점의 영역이 한층 확장된 것이다서점이었던 공간이 주방과 침구 매장으로 바뀌어 있었다강남고속버스터미널의 이번 변화 주제는 단순 · 여유 그리고 화사함이 아니었나 싶었다.     


그런데개인적으로이번 터미널의 변화에서 서점을 없앤 것은 더없이 아쉬웠다지하 매장의 첫머리에 있었던 서점이 뒷방으로 밀리더니 급기야 사라진 것인데서점을 애용했던 나로선 아쉬움을 넘어 허탈함까지 느껴졌다서점이 사라진 것은 당연히 돈이 안 됐기 때문일 것이다그런데주지하는 것처럼서점은 단순히 책이라는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도서관과 가게를 합친 곳이 서점이라 해도 대과 없을 것이다상업성이 없다고 도서관을 무시하지 않는 것처럼서점도 그런 대우를 해줘야 하는 곳이라고 보는데, 이번 변화에서 서점을 없앤 것은 전적으로 상업적 판단에만 초점을 뒀기 때문인 것 같았다(서점측에서 먼저 철수를 요청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잔류를 권고했어야 하지 않을 않을까 싶다. 만약 잔류를 권고했는데도 서점측에서 먼저 철수를 요청했다면 위의 언급은 전적으로 나의 잘못된 지적이다).

    

오늘날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인 에게는 돈의 추구와 함께 가치의 추구도 요구된다. 이번의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의 변화에서 은 가치의 추구는 빼고 돈만 추구한 것은 아닌가 싶다아쉬운 일이다하여 한쪽의 가치 추구도 이행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첫머리의, 다소 발칙한 상상을 해봤다강남고속버스터미널의 주인은 신세계 그룹이다신세계 그룹의 회장은 이명희 씨이고 백화점 분야는 그의 딸인 정유경 씨가 맡고 있다. ('신세계' 하면 자연스럽게 정용진 씨가 떠올라 그가 주인인 줄 아는데, 그는 이마트 쪽을 담당하고 백화점 쪽은 동생인 정유경 씨가 맡고 있고 있다.)


*여기서 언급한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의 변화는 대합실의 변화만을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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