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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찔레꽃 Sep 26. 2023

의자 단상

산행 중 만난 의자. '자리'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 드리지요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 드리겠어요


먼 옛날 어느 분이

내게 물려주듯이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 드리겠습니다.


빈 의자를 대하면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웠던 조병화 시인의 시 '의자'가 생각난다. 세대교체를 의자의 내어줌을 통해 표현했다고 배운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이 고상한 작품보다 유행가 가락이 더 실감 나게 와닿는다.


빙글빙글 도는 의자 회전의자에

임자가 따로 있나 앉으면 주인인데


모름지기 의자란 '권좌'의 상징. 의자를 차지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아우르는 교체를 의미하며, 그것은 결코 순순히 이뤄지지 않고 싸움(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을 통해 이뤄진다. 저 고상한 시는 이런 실상을 도외시한 채 낭만적인 교체를 읊조리고 있기에 실감이 덜한 것이다.


그나저나 저 의자엔 앉는 사람이 없는지 낙엽이  깔려 있다. 앉을 만한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들 한 걸까? 그것도 괜찮겠다. 앉을 만한 자리가 아닌데 굳이 앉는 것보다는. 자신이 앉을만한 자리가 아닌데 굳이 앉아서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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