九月錦江上 구월이라, 금강
秋風一帆高 가을바람에 돛배 띄웠어라
兩崖楓葉亂 강 언덕에 단풍 분분히 지는데
漁夫坐蕭蕭 어부는 소슬히 배 안에
선친이 40년 전에 '뚝딱' 지은 시이다. 당시 작시 상황은 기억나지 않는데 금방 지으신 것만은 선명하게 기억하기에 '뚝딱'이란 부사를 사용했다. 관념을 바탕으로 지은 시이기에 현실감은 떨어지지만 가을 분위기를 전하는 데는 나름 성공한 작품으로 보인다.
어제 문중의 부탁을 받고 10대조 비문을 번역했는데, 비문을 지은 분이 바로 선친이었다. 선친께서 1983년에 문중의 부탁을 받아 지은 비문이었던 것(이번에 처음 알았다). 거 참, 선친은 비문을 지으시고, 자식은 그 비문을 해석하고... 비문을 번역하며 오래전 선친이 지으신 시가 떠올라 잠시 되뇌어 보았다.
내게는 선비(先妣)께서 남기신 일기 한 권과 선친께서 남기신 한 시 몇 수가 있다. 세상 어느 것 보다 소중한 물건. 기회가 닿으면 둘을 하나로 묶어 책으로 만들어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굳이 뿌리 교육을 하려는 것은 아니고, 할머니 할아버지를 뵌 적이 없으니 글로라도 보면 뭔가 좀 색다른 느낌을 받을 것 같아서...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족보는 꿰면서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면 좀 아쉬운 일 아닌가. 그러고 보니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명절 제사는 아들아이에게 준비해 보라 할 참인데... 어떨까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