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배다(사진). 마당에 배나무를 한 그루 키우는데 제법 많은 배가 열렸다. 그런데 시나브로 병들어 떨어진다. 처음에는 근 30 여개 달렸던 것 같은데, 지금은 열대여섯 개 남은 것 같다. 추석 무렵 배를 딸 때는 한 두 개나 온전히 남아 있을지 모르겠다.
남들처럼 거름도 많이 주고 제 때 약도 살포 했으면, 이런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터이다. 그러나 그저 나무는 심어놓으면 절로 자라는 것으로 생각하는 내게, 설령 그것이 과수 나무라할지라도, 그런 호사를(?) 나무에게 베풀 선심은 없다. 기껏해야 봄 철에 두엄 한 두삽 갖다 뿌려주는 게 최대의 호의다.
이런 무심함에 배들이 앙갚음을 한 것일까? '너무 무심하세요. 그냥 자라는 게 어디 있어요? 제 때 적절히 보살펴 줘야죠!' 이런 아우성을 지르며 자해를 한 것 같기도 하다.
썩은 배를 그냥 버리기 아까워 주워다 깎아 먹어 보니, 제법 맛이 들었다. 끝까지 온전히 살아남았으면 그야말로 '꿀배'가 되었을 것 같기도 하다. 괜히 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제 때 조금만(?) 도와줬으면 온전한 결실까지 갈 수 있는 것을 무심함으로 그릇치게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
돌아보면, 교직에 있을 때 나는 아이들에게 너무 무심했던 것 같다. 하여 아이들을 저 썩은 배처럼 만들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반성을 해본다. 더불어 끝까지 살아남을 배처럼 그렇게 끝까지 생존할 아이들만을 대견하게 생각했던 어리석음도. 조금이나마 일찍 교직을 나온 게 얼마나 잘한 일인지 모르겠다.
내년에는 배나무에 거름을 좀 더 주고 때 맞춰 약도 줘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