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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단상

by 찔레꽃
thatch-roofed-hose-7528715_1280.jpg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ko/



故園渺何處 고향은 아득하니 어디멘가

歸思方悠哉 돌아가고픈 생각 바야흐로 길구나

淮南秋雨夜 회남 땅 가을비 오는 밤에

高齋聞雁來 높다란 서재에서 기러기 오는 소리 듣는다


위응물(韋應物)의 「문안(聞雁, 기러기 소리를 듣고)」이다. 고향을 그리는 절절한 마음을 그렸다. 1, 2구에서는 고향 생각에 골몰해 있음을 보였고, 3구에서는 회남땅·가을·비·밤이라는 요소를 추가해 고향 생각을 심화시켰으며, 4구에서는 다시 북쪽[시인의 고향이 있는 곳]에서 날아오는 기러기를 더하여 고향 생각을 가일층 심화시킴과 동시에 여운을 남기고 있다. 시인은 필시 눈물을 흘렸을 터이다.


고향은 있을까?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살던 곳이 있으니 고향은 분명 있는 것이지만, 막상 찾아가면 우리가 그리는 그런 옛 모습은 오간데 없고 변한 모습만큼이나 예전의 인정과 온기 또한 느낄 수 없으니 고향은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우리가 그리는 고향은 마음속에만 존재할 뿐 실제는 존재하지 않는 환영에 지나지 않는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이는 고향에 계속 몸담고 사는 사람이나 고향을 떠나 객지에 사는 사람이나 매한가지 아닐까? 그런 점에서 우리 모두는 실향민의 삶을 살고 있다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닐 터이다. 아마 위 시의 지은 이도 막상 그렇게 그리던 고향을 찾았을 때는 반가움보다 실망이 더 크지 않았을까 싶다.


고향은 그리울 때 아름다운, 신기루 같은 것이다.



*시에 대한 해석과 해설 부분(첫 단락)은 임창순의 『당시정해』에서 빌렸는데, 약간 가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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