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어떤 물수건

by 찔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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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이런다고 무엇을 받을 수 있을까요?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TV에 나오지도 않습니다.

유명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알아주는 이도 없습니다.


하지만 감동이 있습니다.

행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랑받게 됩니다.

세상이 더 아름다워집니다.


태국에서 제작한 한 공익 광고 동영상에 등장하는 문구이다(약간 손질). 문구의 "매일 이런다고"는 이런 내용이다. 낙숫물에 메마른 화분을 옮겨놓고, 구걸하는 모녀에게 작은 적선을 베풀고, 배고픈 개에게 소량의 음식을 나눠주고, 무거운 수레를 끄는 아주머니를 돕고, 좌석을 양보하고, 홀로 사는 할머니에게 바나나 몇 쪽을 드리는 일. 작은 배려들이다. 광고는 이 작은 배려가 주는 의미와 가치 - 문구 하단 내용 - 가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조용하면서도 호소력 있게 전달한다. 백문불여일견, 꼭 한 번 보시기를 권한다.


배려는 사실 귀찮은 일이다. 내 앞가림 하기도 빠듯한데 타인까지 신경 써야 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맹자는 이런 배려가 없다면, 그는 사람이 아니라고 단정적으로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남에게 차마 하지 못할 일은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말하는 까닭은, 지금 느닷없이 어떤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 하는 것을 보면 누구나 다 깜짝 놀라 구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는 아이의 부모와 교제하고자 해서도 아니고, 사람들의 칭찬을 받으려 해서도 아니고, 아이를 구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을까 두려워서도 아니다. 그저 측은한 마음이 들어서 하는 것뿐이다. 하니 측은한 마음이 없다면 그는 사람이라 할 수 없고… 사양하는 마음이 없다면 그는 사람이라 할 수 없다."


맹자는 경험적 사실을 통해 인간의 본성에는 배려가 내재되어 있다고 보았기에 배려를 하지 않는 이는 사람으로 여기지 않았던 것이다. 과격한 주장이긴 하지만 일리 있는 주장이다(여기 배려로 해석한 맹자의 언급은 사단(四端)의 측은지심(惻隱之心)과 사양지심(辭讓之心)이다).


맹자가 배려의 실천적 근거를 사람의 본성에서 찾았다면, 태국의 광고는 그 실천이 주는 효용성에 주목했다고 볼 수 있다. 맹자가 만일 태국의 광고 동영상을 본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 같다. "자칫 딱딱할 수 있는 나의 주장을 부드러움으로 보완했군. 여하튼 나의 성선설은 그대들의 광고에서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군. 귀찮을 수 있는 일을 하는데 기쁨 나아가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은 사람의 본성이 선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사진의 한자는 '배려(配慮)'라고 읽는다. '생각을 배당하다. 이리저리 신경을 쓰다'라는 뜻이다. 물질이 풍요해지고 살기도 편해졌는데, 이상하게 배려는 예전보다 훨씬 못한 것 같다. 물질의 풍요와 인성의 함양이 정비례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지나친 생각일까?


한자를 자세히 살펴보자.


配는 酒(술 주)의 약자와 紀(벼리 기) 약자의 합자이다. 술 빛깔이란 의미이다. 酒의 약자로 의미를 표현했다. 紀의 약자는 음(기→배)을 담당한다. 지금은 '술 빛깔'이란 의미로는 사용하지 않고, '나누다' '짝' 등의 뜻으로 사용한다. 이 뜻은 본뜻에서 연역된 뜻이다. 술 빛깔에 따라 술의 품질을 나누다, 혹은 그렇듯 인품의 고하를 판단하여 맞이한 배우자란 의미로 사용한 것이다. 나눌 배. 짝 배. 配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分配(분배), 配匹(배필) 등을 들 수 있겠다.


慮는 思(생각 사)와 虎(범 호) 약자의 합자이다. 깊이 생각한다는 의미이다. 思로 의미를 표현했다. 虎의 약자는 음(호→려)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한다. 호랑이의 정연한 무늬처럼 질서 정연하게 깊이 사고한다는 의미로 본뜻을 보충한다. 생각 려. 慮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思慮(사려), 念慮(염려) 등을 들 수 있겠다.


사진은 한 음식점에서 찍었는데, 하많은 문구 중에 왜 저 문구를 사용했을까 궁금했다. 별생각 없이 사용했을 수도 있겠지만 무의식 중에 현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아쉽게 생각되는 덕목이 '배려'라는 생각이 들어 사용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아니면 단도직입적으로 갑질 하는 손님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사용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잠시나마 사색을 하게 만든 재미있는(?) 문구의 물수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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