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그만 두오

by 찔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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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렇다고 정말 안 먹으면….”

모두들 어이없는 표정이었다. 외려 내가 당황했다. “단식하기로 해서….”


오래전 일. 무슨 일인가로 조합원끼리 단식을 하기로 했다. 단식 이유를 적은 명패를 책꽂이 위에 올려놓았다. ‘ㅇㅇㅇ지지 단식 중.’ 지나가는 선생님들이 조금 불편한 기색으로 힐끔거렸다. 배에서 쪼르륵 소리가 났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 단식을 푸는 날 조합원들끼리 모여서 서로 수고했다며 회식을 하는 중 누구랄 것 없이 점심을 못 먹으니 힘이 없어 수업하기 힘들었다며, 저녁까지 안 먹었으면 결근할 뻔했다고 했다. 나는 ‘단식 중’이라 저녁도 안 먹었다고 했더니 모두들 기겁을 했다. 그때만 해도 무척 순진했던 것 같다. 단식하기로 했으면 종일 단식해야지 남들 보는데서만 단식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걸 보니. 지금 만약 단식을 한다면 조금은 융통성 있게 할 것 같다. 할 일도 없겠지만. 하하.


나경원 의원이 국회에서 웰빙 농성을 하고 있단다. 단식 농성도 아니고 철야 농성도 아니고 비싼 김밥에 스타벅스 커피 마시며 국회 내에 설치한 텐트에서 지낸단다. 나 의원이 올린 인스타그램 사진을 보니 해맑게 웃고 있다. 그러니 ‘웰빙 농성’이란 말이 나올 수밖에. 농성은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어필하기 위해 자신을 힘들게 하는 일종의 자학 행위인데 저 이는 '재미'로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어디에선가는 처절하게 자신을 학대해 가며 농성을 하고 있는 이들이 있을 텐데, 국민을 대변한다는 국회의원이 저런 농성을 하다니 국회의원 자격이 모자라도 한 참 모자라는 것 같다.


농성 이유로 김민석 총리 후보자 철회 및 이재명 정부 독주 폭거를 명분으로 내세웠다는데, 글쎄, 나 의원의 그 명분에 동의할 사람이 얼마나 될는지? 유시민 씨가 나이 60이 넘으면 머리가 썩는다고 한 적이 있다. 좀 과격한 표현이라 60이 막 넘어선 사람으로서 상당히 불쾌했는데, 나 의원을 보니 그 말이 틀린 것 같지 같다. 서울대 법대 나오고 판사 생활하고 국회의원도 5선이나 된 사람이 저런 짓(!)을 하니, 머리가 썩었기에 그렇다고 밖에는 이해할 길이 없다. 한 가지 더 보태야 할 듯싶다. ‘관종’ 증세.


농성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일진대 조금은 위선적인 행동을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적어도 남의 시선이 미치는 곳에서는 힘들게 지내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남들이 얼마간 동조(정)의 눈길을 보내지 않겠는가. 남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도 일관된 모습을 보이면 더 좋겠지만, 그것까지 바라는 것은 좀 과한 기대 아닌가 싶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에 신체적 물리적으로 과하게 학대하는 것은 농성 이후의 생활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농성에도 중용(?)이 필요하다.


나 의원에게 다소 위선적인 농성을 권하다. 그것이 양심에 걸린다면 아예 일관되게 철저한 농성을 하던지. 타인이 보기에 민망한 농성은 아니함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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