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어디 갔다 온겨? 한 이틀 안 보여 걱정했잖여? 비 쫄딱 맞고 엄청 고생한 거 같구먼. 내야 뭐, 걱정만 할 뿐 되돌아서면 그만인 사람이지만, 느그 어매는 그게 아닌 거 잘 알잖나베? 을마나 애면글면했다구."
"지송시러워라.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읎네요."
"근디, 도대체 왜 집을 나간겨? 불까기를 했응께 님을 찾을 일은 없을 기고, 다 늙어가는 처지에 새로 바운더리 넓힐 일도 읎구, 맛난 밥 매일 주는디 새로운 사냥감 찾을 일도 없을 기고, 혹시 집이 불편해서 나간 겨?"
"아녀라."
"그럼 도대체 왜 집을 나갔던 겨?"
"그게 말이지라, 좀 스트레스가 있어서...."
"아니, 니 같이 눅적지근한 애가 뭔 스트레스? 다른 애들은 포치 청소할 때 불똥 튀듯 달아나도, 아무렇지도 않게 오뉴월 쇠불알처럼 늘어져서 청소하는 거 구경하는 니가 뭔 스트레스여?"
"아따, 지도 고양이 아니어라. 겉으론 그래 봬도 나름 예민한 점이 있어라."
"혹시, 최근에 친구들 못 오게 소리 지르고 남천 우거진 곳에 숨어 지내던 그 일하고 비슷한 거여?"
"야!"
"그렇담, 근강상 문제구먼?"
"뭐, 굳이 말허자면 그렇지라. 입 안이 너무 아퍼 조용한디 가서 숨어있었구만이라."
"니도 나이를 먹으니 어쩔 수 없구먼."
"지송혀라. 지도 안 그러고 싶은디 몸이 영 마음처럼 따라주질 않어서 그랬지라. 지송혀요."
"아녀, 그게 지송 할 일인가? 외려 그런 것도 모르고 괘씸한 놈이라고 속으로 욕했던 내가 미안쿠먼. 그나저나 이자 돌아왔으니 좀 나아지긴 한 겨?"
"야. 좀 나아졌지라. 오늘 엄니가 특별히 맛있는 거 챙겨줘서 잘 먹었더니 힘이 나는 것 같구만요."
"니가 없응게 다른 친구들도 그렇지만 나도 좀 허전터구먼. 니가 좀 눅적지근혀도 붙임성이 있잖여. 풀 뽑을 땐 옆에 와서 슬그머니 눕고, 외출했단 돌아오면 마중도 나오고.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사실 어떤 때는 니가 느그 어매보다 더 낫다고 생각 때도 있었구먼. 어디 갔다 오면 말로만 왔냐고 하고 코빼기도 안 내밀 때도 있는디, 니는 꼭 마중을 나오지 않던가베."
"아이고, 엄니한티 뭔 소리를 들을라고 고런 말씸을 하신다요? 지가 마중 나왔으면 그냥 그것으로 만족하심 되잖것어라."
"허어, 이 놈 보소. 가재는 게 편이라더니, 지 이뻐해 주는 어매라고 두둔하네."
"아이고, 그런 거 아닌 줄 알럼시롱 뭔 말씸을 그리 하신다요?"
"그려 그려, 알겄다. 하여튼 니가 한 이틀 안 보여서 걱정했는디, 이자 돌아와서 다행이구먼. 근강도 질내 괜찮었으면 좋겄고."
"감사혀라. 근디 근강은 지도 장담 못하겄어라. 지 나이 열 살은 넘고 봉께 질로 아픈 디가 생기누만요."
"그려. 세월 이기는 장사 없제."
"야, 맞심니더."
"몸조리 잘 허고, 혹 담에 또 나가게 되믄 일자 상서라도 써놓고 나가거래이."
"헉, 지가 일자무식인 거 암시롱 그런 말씸을 하신다요."
"그런가? 하여간 뭐라도 좀 냉기고 나가거래이. 아무것도 없시믄 너무 궁금타 않거나?"
"야, 한 번 생각혀 보겠심더."
"그려. 어여 가 이제 푹 쉬어."
"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