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가셔유?"
"집 지으러 가유."
"어디 또 흔집하고 바꾸자는 이가 있는가 보구만유?"
"물난리 나서 집 망가진디 많잔아유."
"난 두껍 씨만 보면 맨날 새집 져서 왜 흔집하고 바꾸는지 그게 궁금해유. 보니께 별 이문도 못 보시는 것 같던디."
"하하. 당연히 이문이야 없쥬. 그치만 지가 하는 일은 이문은 읎지만 마음의 행복을 가져다 줘유."
"마음의 행복이라... 너무 큰 얘기라 감이 잘 안 오네유."
"뭐, 어렵게 생각할 것 없슈. 받는 기쁨도 있지만 주는 기쁨도 있는 건 잘 아시잖유? 그걸 크다랗게 넓힌 거라구 보면 되유."
"헤 뭐시기라든가 돌아간 미국 대통령 카터 씨가 했다는 무료 집 지어주기도 그런 마음 때문에 한 것 아닌가 싶네유."
"아마도...."
"요즘 젊은 친구들이 집값 때문에 등골 빠지는데 두껍 씨 같은 양반이 나타나 어떻게 좀 도와줬으면 좋겄네유. 공짜는 좀 거시기허고 즈렴하게유."
"쉽지 않을뀨. 집 짓는 이들도 다 먹구살자구 허는 짓인디, 그게 쉽겄슈."
"두껍 씨처럼 공짜로 흔집과 새집을 바꿔주는 이도 있는디, 좀 싸게 해 줘서 젊은 친구들이 맘 편히 살게 해 주면 좀 좋데유."
"김 씨 양반. 지가 왕년에 악덕 건축주였던 거 모르쥬? 사실 지도 누구 못지않은 악덕 건축주였슈. 분양가 부풀려 삥 뜯고 하자 보수는 눈가림으로 슬쩍해서 넘어가고, 하여간 여러 얍삽한 수단을 써서 돈을 꽤 모았쥬. 근디 어느 날 지가 지은 집이 통째로 주저앉아 많은 이들이 압사되는 대형 사고가 있었슈. 건축 자재를 지대로 쓰지 않고 빼돌려서 난 사고였는디, 다행히 지가 책임을 질 기간은 지나서 벌은 안 받았쥬. 사고 소식을 듣고 좀 마음에 걸려 그곳을 가봤는디, 사고로 가족을 전부 잃은 어느 중년 여인네가 넋이 나가 멍허니 하늘만 쳐다보다가 갑자기 실성혀서 히죽히죽 웃는 것을 보게 됐슈.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지 등에 난 우툴두툴한 것은 그때 돋은 소름이 굳어서 그렇게 된 거지유,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만유. 이후 지가 허던 사업 전부 접고 그때부터 아담한 새집 지어서 흔집하고 바꾸는 일을 허게 됐지유. 지금도 그때 장면을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구만유. 속죄하는 마음으로 이 일을 하고 있시유."
"아~, 그러셨군유."
"아무리 좋은 거시기를 내놔두, 집을 소유 수단으로 생각허는 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안 되유. 거주 수단으로 생각해야 문제가 해결되쥬. 부동산 거시기도, 뭐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허는지는 지도 잘 모르겄지만, 그런 쪽으로 나가야 될 거라고 봐유."
"그렇구만유. 그나저나 갑자기 일 하시러 가시는 분 붙들어 지가 방해한 건 아닌지 모르겠네유. 덕분에 좋은 말씀 들었습니다만."
"바쁠 거 읎슈. 하하. 김 씨 양반네도 후일 흔집 되면 내게 연락허유. 새집으로 바꿔줄게유."
"하하. 말씀만으로도 감사하네유. 조심해서 가셔유."
"김 씨 양반도 잘 지내시구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