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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당할 뻔

by 찔레꽃

여보게, 내가 어제 아주 교묘한 금융 사기에 넘어갈 뻔했다네.


발단은 "고 김정주 넥슨 회장의 마지막 시도"라는 제목의 동아일보 인터넷 기사였다네. 자네도 알다시피, 김 회장은 한국 온라인 게임 역사를 새로 쓴 사람 아닌가. 그가 별세하기 전에 '자유 판비오라'라는 AI 투자로 막대한 수익을 남겼다는 내용이었지.


더욱 교묘했던 건, 그 기사를 쓴 기자가 "김 회장이 투자했다는 '자유 판비오라'를 직접 점검해 보니 공신력 있는 회사임을 확인했다"라고 까지 쓴 대목이었다네. 유명인의 이름에, 공신력 있는 언론사 기자의 검증까지 더해지니 얼마나 혹했겠나. 거기다 댓글에는 자신의 통장 사본까지 소개하며 이곳에서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렸다는 자랑담도 여럿 달려 있더라고.


그런데 좀 이상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없진 않았어. 기사에 '자유 판비오라' 가입 절차가 자세히 나와 있었거든. "최초 투자금 30만 원"과 보안을 위해 "가입 후 24시간 내에 걸려오는 전화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도 약간 이상하게 느껴졌고. 공식 기사에 투자 가이드라인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나올 수 있는 건가? 살짝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더군.


하지만 홀린 듯이 소개된 사이트에 접속해서 몇 가지 입력 내용, 전화번호와 통장 번호 같은 것을 넣었지. 그러자 바로 국제 전화가 오더군. 왠지 꺼림칙해서 받지 않았더니 연속적으로 전화가 걸려오고, 이어서 "자기들은 공신력 있는 기관이다", "담당자와 연락하라"는 문자가 연달아 오더라고. 모든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는 게 수상했지만, 나는 거의 마지막 단계인 돈 입금 직전까지 가려고 했어.


바로 그 순간 멈칫했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결국 입금을 멈췄다네. 그리고 사이트를 나왔어. 그리고는 그것으로 끝내야 했는데... 이상하게 미련이 남아 그 사이트에 다시 접속하려 북마크 해놨던 기사를 클릭했는데, 연결이 안 되는 거야. 통신 오류인가 싶어 시간 간격을 두고 몇 번을 시도했지만 계속 접속이 안 됐다네. 점점 더 이상한 느낌이 들어 제미나이에게 이상의 상황을 물어봤더니, 놀랍게도 그게 바로 신종 금융 사기 수법이라고 하더라고! 나 참, 어이없고 기가 막혀서.


여보게, 이런 간교한 놈들도 나쁘지만, 순간적으로 물욕에 눈이 어두워 엉뚱한 짓을 하려 했던 내 자신도 좀 (아니, 많이) 부끄럽더군. 참, 세상 무서워. 정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새삼 들더구먼. 고수익, 대박, 이런 말은 곧 사기와 동일어라고 생각해야 될 듯싶으니. 여보게, 자네는 절대 나같이 어리석은 짓 하지 마소. 그나저나 내 전화 번호와 통장 번호 노출된 게 살짝 꺼름칙 하구먼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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