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江潮水連海平(춘강조수연해평) 봄 강 조수는 바다와 이어져 질펀한데
海上明月共潮生(해상명월공조생) 강 위의 밝은 달 조수와 함께 떠오른다
灩灩隨波千萬里(염염수파천만리) 일렁이며 물결 따라 천만 리를 비치니
何處春江無月明(하처춘강무월명) 어느 곳 봄 강엔들 이 밝은 달빛 없을까
江流宛轉遶芳甸(강류완전요방전) 강흐름 굽이쳐 아름다운 들판을 둘렀는데
月照花林皆似霰(월조화림개사산) 달 비친 꽃 숲은 싸락눈 내린 듯
空裏流霜不覺飛(공리유상불각비) 하늘에 흐르는 서리도 날리는 줄 모르겠고
汀上白沙看不見(정상백사간불견) 물가의 흰모래는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江天一色無纖塵(강천일색무섬진) 강과 하늘 한 빛이 되어 티끌 하나 없는데
皎皎空中孤月輪(교교공중고월륜) 밝디 밝게 하늘 한가운데엔 외로운 달이
江畔何人初見月(강반하인초견월) 강가에서 그 누가 처음으로 달을 보았으며
江月何年初照人(강월하년초조인) 강의 달은 그 언제 처음으로 사람을 비쳤던가
人生代代無窮已(인생대대무궁이) 인생은 대대로 이어져 다함과 그침 없는데
江月年年望相似(강월연년망상사) 강의 달은 해마다 바라보매 비슷하다
不知江月照何人(부지강월조하인) 강의 달이 뉘를 비쳤는지 알지 못하겠는데
但見長江送流水(단견장강송류수) 다만 긴 강이 물 흘러 보내는 것만 보인다
白雲一片去悠悠(백운일편거유유) 흰 구름 한 조각 끝없이 떠가니
青楓浦上不勝愁(청풍포상불승수) 푸른 단풍 든 포구에서 시름에 겨워한다
誰家今夜扁舟子(수가금야편주자) 뉘 집에서 오늘 밤 일엽편주의 나그네 되며
何處相思明月樓(하처상사명월루) 어느 곳에서 님 그리며 달 밝은 누대에 올랐는가
可憐樓上月徘徊(가련누상월배회) 어여쁜 모습으로 달은 누 위에서 배회하며
應照離人粧鏡臺(응조이인장경대) 분명 홀로 있는 여인의 화장대를 비추리
玉戶簾中卷不去(옥호렴중권불거) 아름다운 방의 발에 비쳐 걷어도 걷히지 않고
擣衣砧上拂還來(도의침상불환래) 옷 매만지는 다듬이 위로 떨쳐도 다시 오리라
此時相望不相聞(차시상망불상문) 이때에 서로 바라보기만 할 뿐 소식 전하지 못하니
願逐月華流照君(원축월화류조군) 달빛 따라 님의 곁에 흘러 비추기를 원한다
鴻雁長飛光不度(홍안장비광부도) 기러기 멀리 날지만 달빛을 넘지 못하고
魚龍潛躍水成文(어룡잠약수성문) 물고기 잠겼다 솟았다 하지만 물에 파문만 일으킬 뿐
昨夜閑潭夢落花(작야한심몽락화) 어젯밤 쓸쓸한 강가에서 꽃 지는 꿈 꾸었는데
可憐春半不還家(가련춘반불환가) 불쌍하게도 봄이 다 가도록 집에 돌아가지 못하네
江水流春去欲盡(강수류춘거욕진) 강물 위로 흐르는 봄 다 가려 하고
江潭落月復西斜(강심락월부서사) 강물 속의 지는 달은 서쪽으로 이울려 한다
斜月沉沉藏海霧(사월침침장해무) 기우는 달 점점 깊이 바다 안개에 잠기는데
碣石瀟湘無限路(갈석소상무한로) 갈석산에서 소상강까지 끝없는 나그네 길
不知乘月幾人歸(부지승월기인귀) 달빛 타고 몇 명이나 돌아갔는지 모르겠는데
落月搖情滿江樹(낙월요정만강수) 지는 달 마음을 흔들어 강가 나무에 가득하다
읽기도 벅찬 장약허의 「춘강화월야(春江花月夜, 봄 강에 꽃피고 달 뜬 밤).」 그런데 이 시는 내가 가장 잘 암송하는 시이다. 장난하냐고요? 오우, 노우! 제가 어찌 감히 장난을! 일견 모순처럼 보이는 이 현상은 이면에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시가 길다 보니 암송하기 위해서 자주 반복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가장 잘 암송하는 시가 된 것이다. 간단한 시들은 이와 달리 등한시하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이 시만큼 능숙하게 외우지 못하게 됐고. 어때요? 제 말 들으니 좀 이해가 되시죠? 하여, 내가 내리는 잠정적인 결론: “어려운 것(일)이 가장 쉬운 것(일) 일 수도 있다.” 그럴듯하지 않나요? 하하.
오늘도 도비산 산책 중에 저 시를 읊조릴 것이다. 가장 능숙하게 외우니 시이니. (가을 배경의 시 아닌 것이 좀 아쉽긴 하지만, 그거야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