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잡한 심정

by 찔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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朔風吹雪透刀瘢 삭풍취설투도반 북풍이 눈을 불어 상처에 스미는데

飮馬長城窟更寒 임마장성굴경한 말에게 물 먹이는 장성굴은 더욱 춥다

夜半火來知有敵 야반화래지유적 한밤중 봉화 신호로 적의 침입 알리면

一時齊保賀蘭山 일시제보하란산 일시에 모두 출동하여 하란산을 방비한다


노필(盧弼)의 「화이수재변정사시원(和李秀才邊庭四時怨)」 중 일절. 혹한의 변방에서 고통스럽게 지내는 병사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추운 겨울에 읽는 시라 그 느낌이 더욱 절절하다. 요즈음 러·우전쟁에 내몰린 병사들의 모습도 오버랩되어 더더욱 스산하게 느껴진다.


확실히 전쟁은 말할 수 없이 극악한 행위이다. 침략 전쟁인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무기를 팔아 이득을 남기는 ‘죽음의 상인’ 또한 좋게 보기가 어렵다. 최근 우리나라의 방위 산업이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엊그제는 노르웨이와 1.3조 원 규모의 미사일 발사대 판매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도 들렸다.


전후 폐허 위에서 무기를 수출하는 나라로까지 성장했으니 분명 기쁜 일이지만, 그것이 누군가의 죽음을 전제로 한 수출이라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착잡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어린아이 같은 순진한 소리 한다고 타박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나도 안다. 하지만 그리 틀린 말도 아니지 않은가.


방산 호황을 그저 좋게만 볼 수 없다는, ‘악어의 눈물’ 일지언정 최소한의 양심 어린 생각이라도 가져야 할 것 같아 ‘같잖은 소리’ 한 번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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