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업자득

by 찔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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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다닌 단골 음식점 두 곳을 끊었다. 거의 10년 가까이 발걸음을 했던 곳들이다. 이유는 단순했다. 단골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나 불친절했기 때문이다.


한 곳은 내 실수였다. 키오스크 조작을 잘못해 주문 오류가 생겼는데, 주인이 서늘한 눈빛으로 짜증 섞인 타박을 주는 통에 마음이 확 상해버렸다. 다른 한 곳은 혼자 밥을 먹으러 갔더니 1인분 주문은 안 받는다고 해서 끊었다. 내 실수도 있고, 장사하는 입장에서 1인 손님이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10년 단골을 그렇게 대하는 태도에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발길을 끊어 버렸다. 만약 주인장이 부드러운 말투로 사정을 설명하거나 사과하는 듯한 한마디만 건넸어도, 오히려 내가 미안해하며 단골 자리를 지켰을 것이다. 나 하나 안 간다고 그 가게들 영업에 큰 지장은 없겠지만, 나를 대하는 태도를 다른 이들에게도 하지 말란 법 없으니 두 가게의 앞날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새로 찾은 단골집이 아직 그리 흡족하진 않지만, 앞의 두 가게를 다시 방문할 일은 결코 없을 것 같다.


미국이 요즘 딱 그 불친절한 주인장들 같다. 오랜 동맹과 우방에 일방적으로 무리한 관세를 매기고, 캐나다를 미국의 일개 주처럼 취급하고,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병합하겠다는 소리를 공공연히 내뱉는다. 오랜 단골을 우습게 아는 식당 주인과 무엇이 다른가. 유럽연합이 인도와 FTA를 체결하고, 영국과 캐나다는 그동안 등한시했던 중국과 가까워지려 한다. 새로운 단골집을 찾아 나선 내 경우와 흡사하다.


개인이든 국가든 상대가 무리하게 요구하거나 무례하게 행동하면 반발하며 관계를 끊으려 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걸인도 욕하며 주는 음식은 받지 않으려 하는데, 하물며 멀쩡한 개인과 국가가 왜 무리(무례)한 행위에 무릎을 꿇겠는가. 만약 미국이 자국의 힘든 사정을 정중하게 말하며 동맹의 협조를 구했다면, 아마 적지 않게 호응했을 것이다. 좋은 소리로 나를 대했다면 내가 단골 식당을 끊는 일이 없었을 것처럼 말이다.


미국은 지도자 잘못 뽑은 탓에 지금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오랜 단골을 무례하게 대한 나의 식당들처럼 말이다. 이런 걸 보고 자업자득이라고 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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