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접빈객거후회(不接賓客去後悔) - 손님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으면 (그가) 떠난 뒤 후회하게 된다."
예전 시골집에는 이따금 '주자십회훈(朱子十悔訓)'이란 것을 액자에 담아 걸어 놓곤 했다. 목전의 이익에 골몰하여 대상에게 잘못했다가 때늦은 후회를 할 수 있으니 미연에 방지하라고 경계하는 글이었다. 10가지 인간관계에 대해 경계하고 있는데 첫대목이 "불효부모사후회(不孝父母死後悔) - 부모에게 불효하면 돌아가신 뒤 후회한다"이다. 인용문도 그중 한 대목.
아파트 생활이 보편화되면서 집에 누군가를 들이는 것에 대해 상당히 거부감을 갖게 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식사는 대개 밖에서 해결하고 집에서는 다과 정도만 대접하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파트에 초대받아 가는 것도 왠지 마음이 편치 않다. 더 이상 '부접빈객거후회'의 덕목은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집에 찾아 올 손님이 없으니 말이다.
아파트에서 내쫓긴(?) 손님들이 갈 곳은 시중의 음식점 뿐. 이제 음식점은 가정에서 손님 대접하던 그런 정성으로 손님을 대해야 하는 부담 아닌 부담까지 지게 된 것 같다. 일단은 생존을 위해서 친절한 서비스를 해야 하겠지만, 그보다는 집에서 내쫓긴 불쌍한(?) 손님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친절한 서비스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진은 어느 음식점에서 찍은 것이다. '내방객복덕구족(來方客福德具足)'이라고 읽는다. 찾아오신 손님들 모두 복과 덕이 충만하길 빈다는 내용이다. '부접빈객거후회'의 긍정 표현으로 읽었다. 빈말로 내건 글귀가 아닌 듯 손님을 대하는 태도에서 진실성이 묻어나 음식을 먹는 내내 흐뭇했다.
낯선 한자를 자세히 살펴보자.
福은 示(神의 약자, 귀신 신)과 畐(가득할 복)의 합자이다. 인간의 바람에 신이 응답하여 충족시킨 혜택이란 의미이다. 복 복. 복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祝福(축복), 壽福(수복) 등을 들 수 있겠다.
德은 彳(걸을 척)과 直(곧을 직)과 心(마음 심)의 합자이다. 德은 본래 悳으로 썼으며, 후에 彳이 추가된 것이다. 속임 없는 정직한 마음이 곧 덕이라는 의미이다. 덕 덕. 德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道德(도덕), 德望(덕망) 등을 들 수 있겠다.
具는 艹(양 손의 의미)와 目(패의 약자, 조개 패)의 합자이다. 目은 여기서 재화의 의미이다. 두 손에 재물을 받쳐 든 모양으로, (만일의 경우를 위하여) 재물을 준비해 놓는다란 뜻이다. 갖출 구. 具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具備(구비), 道具(도구) 등을 들 수 있겠다.
코로나 19로 요식업계의 타격이 심각하다. 사진의 음식점도 평소 매출의 2/3가 줄었다고 했다. 코로나 19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니 복구가 쉽지 않아 보인다. 찾아오는 손님이 더없이 반가울 것이다. 음식점들이 가일층 친절해질 것 같으니 손님으로선 반가운 일이긴 하나, 안쓰러운 마음 또한 금할 길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