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돌프를 품을 수 있었던 시간

곧 엄마가 된다. 굿바이 나

by 서크리미

그 해, 여름

나는 엄마가 되었다.

크리스마스 때 나와 버섯도리에게 찾아온 아기, 크리스마스에 와서 태명은 루돌프.

(나와 버섯도리가 연애할 때, 버섯도리는 빨간색을 자주 입고 착용했는데 그때 내가 루돌프라고 불렀었다.)

나는 딱히 먹고싶은 것도, 딱히 우울할 것도 없는 임산부였다.

돌프 역시 별 일 없이 뱃속에서 무럭무럭 잘 자라주었다.

그래도 걱정스러웠던 건 병원 갈 때마다 늘어나는 내 체중을 보며 살짝 두려웠던 정도?

이렇게 매주 체중이 늘어나면, 100kg도 가능할 것 같았다.

점점 버섯도리를 향해 가는 내 체중을 보면서 남편보다 덩치 큰 여자가 바로 내가 될까 봐 그게 조금 두려웠고,

다시 돌아가지 못할까봐 매우 걱정스러웠다.

26주쯤 69kg이였는데 이 날을 마지막으로 체중이 점점 줄어들었다.

마지막엔 오히려 66kg의 체중을 유지했다.

(체중이 늘어날 때도 난 딱히 한 게 없고 체중이 계속 유지될 때도 난 딱히 한 게 없다. 오히려 체중이 줄어서 관리당했다는)

그래서였을까?

이때 즈음, 돌프는 점점 성장 속도가 느려졌다.

머리둘레는 주수에 맞게, 배 둘레는 주수보다 한참 떨어지고, 다리 길이는 주수보다 한참 앞서가

막달이 되어서야 겨우 2kg가 되었다.

2kg을 넘기기 위해 고기와 수박을 한통씩 쉼 없이 먹어댔지만

나도 돌프도 그 누구도 체중이 증가한 사람은 없었고 똥만 잘 눴다.

그리고 그 때부터 돌프는 한 자세로 막달까지 쭉 있었다.

막달에는 머리가 아래로 내려온다고 했지만 돌프는 나와 같은 자세를 취했다. 역아 혹은 둔위 자세를 잘 유지했다.

한 자세 장인이라고 불러줘야겠다.

자연분만은 불가능했고, 수술이 정해졌다.

하지만 나는 혼자서 분만 방법에 대해 찾아보고 무서워했다.

저녁마다 버섯도리군을 붙잡고 하루는 자연분만을 해야겠다고 수술의 단점을 줄줄줄 읊어대고, 또 하루는 수술을 해야겠다며 자연분만의 단점을 줄줄줄 읊어댔다.

의미 없는 변덕과 다짐을 혼자만 한 셈이다.

그렇게 임신 기간을 보내고, 마지막 정기검진. 양수 양이 줄어들어 급하게 수술이 잡혔다.

오늘 했었어야 했지만, 금식상태가 아니기에 수술이 불가능했다.

아직 마음의 준비도 안했는데 오늘로 나의 임신은 끝이 났다.

34주가 지나면서는 힘들어서 하루라도 빨리 낳겠다고 혼자 설쳐대던 날들이 있었다.

그동안 운동을 꾸준히 했던 덕인지 임신이 체질이라고 설치던 날이 더 많았다.

(정말 그래서일까, 임신기간 동안 귀찮아서 운동을 거의 안 했지만 그동안 쌓아둔 체력과 근력으로 그 흔한 허리 통증이나 꼬리뼈 통증, 환 도선 다 같은 임산부 전용 통증은 없었다. 붓기도 심하지 않았고, 파워하우스 덕분일까? 자연 복대를 찬 것처럼 내 자세와 걸음걸이는 꼿꼿하고 발랐다. 막달까지 배 크기도 다른 사람들의 4~5개월 배 크기를 유지했다. 자다가 화장실을 자주 간다거나 기침할 때 소변이 새는 일도 없었다. )

그런데 막상 내일 수술을 해야 한다니. 지금 이 순간은 계속 임산부이고 싶다. 아니 뱃속에서 키우고 싶다. 아니 무섭다.

무서워서 마지막 만찬을 즐겨야겠다는 생각도 없다. 입맛은 뚝떨어졌고.

물도 마시면 안 된다 하니 그렇게 물이 먹고 싶다.

무서움을 꼴깍 삼키며 그렇게 바라던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라며.

나의 임신은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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