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돌프를 키우기 전 시바견 '도토'를 먼저 키웠다. 내 첫 반려견이었는데, 적응하는데 6개월이나 걸렸다. 도토가 오기 전 내가 생각했던 나의 멋질 앞으로의 모습은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면서 한 손으로 목줄을 잡고 멋진 공원을 걷는 것이다. 어디를 걸으면 좋을지 공원 리스트업도 했었다. 내 스타일에 맞춘 예쁜 집과 옷과 방석 등등.. 그저 모든 건 나의 '우아함'과 '고상함'을 드러내고자 했던.. 뭐 그랬던 것이다.
막상 도토가 와 보니 귀여운 건 한 순간이었다. 내가 정해둔 자리에서 배변을 하거나, 잠을 자거나 뭐 하나 뜻대로 되는 게 없었다. 지(?)가 누고 싶은 데서 누고, 지가 자고 싶은 데서 자고, 지 이가 간지럽단 이유로 지 마음대로 내 살림살이를 물어뜯고... 거기다가 하루에 3-4번씩 하는 산책은 나를 미치게 했다. 산책 갈 시간은 너무 빨리 다가왔고, 나간다 한들 지 가고 싶은 대로 가고 아무거나 주워 먹고. 그야말로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뛰었다. 게다가 혼자 둘 수 없어서 저녁이나 주말에 약속을 잡을 수가 없었다. 나간다면 반드시 다음 산책 할 시간까지는 집에 돌아와야 했다. 보호자의 삶에 적응하는데 6개월이나 걸렸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1년이 지나자 도토는 우아해졌다. 천둥벌거숭이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너같이 신사 같은 개가 어디 있냐며 보는 사람들마다 입모아 칭찬했다. 천둥벌거숭이였던 시절을 이야기해 주면 나더러 거짓말이라고 했다. 허허.
우아하고 도도해진 도토는 벌써 6살이다. 아침에는 늦잠 자느라 산책 나가기 싫고, 점심땐 낮잠을 더 자고 싶고, 저녁엔 귀찮아서 나가기 싫은 개가 됐다. 날씨가 더우면 더워서 나가기 싫고, 비가 오면 비 맞기 싫어서 나가기 싫은 내색을 팍팍 낸다. 사료도 비싸고 맛있고 새로운 것만 골라 먹고, 간식도 가려먹는다. 우유껌에 고기가 돌돌 말린 간식은 고기만 빼먹고 우유껌은 안 먹는 배포도 생겼다. 내 손에 간식이 없으면 안 가도 된다는 대담함도 가졌다. 외출하고 돌아와도 먼저 나와서 반기지 않는다. 현관에 서서 내가 난리법석을 부리면 그제야 집에서 나와서, 기지개를 켜고 싶은 만큼 켜고 마지못해 현관까지 걸어 나온다. 아니, 날 반겨는 줘야지. 내가 먹여주고 재워주는데. 그 정도는 네가 개로써 나에게 해줘야 하지 않겠니?
매일 아침 점심 저녁으로 세네 번씩 꼬박 산책을 나가고. 한 번은 꼭 들판으로 가서 맘껏 뛰어놀고. 여름이면 강으로 저수지로 바다로 수영하러도 가야 하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거른 적이 한 번도 없다. 조금만 이상하면 병원으로 달려가고. 여행 갈 땐 웃돈을 주고 반려동물 동반 숙소를 예약했고 가서도 개들이 좋아할 만한 곳으로 코스를 짰다. 고작 개 한 마리 키우는데... 참 힘들다. 하지만 이 모든 걸 다 덮을 수 있는 하나를 얻는다. 행복. 너의 행복한 미소와 숨소리 하나면 충분하다.
요즘 들어서 가만히 도토를 바라보면, 시간이 많이 지났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도토의 시간은 나보다 빨리 흐르고 있구나. 그동안 혹시 내가 더 해주지 못한 게 있었나 싶어서 미안하고, 앞으로 함께 할 시간이 얼마 없을까 봐 조마조마하다.
6년 차 반려 생활을 돌이켜보면 그 당시엔 분명 힘들고 귀찮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더 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뿐이다.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은 열을 주고도 더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배우고, 더 큰 사랑을 주는 법을 배우는 건가 보다.
하루를 마무리할 땐 도토에게 꼭 하는 인사이자 나만의 기도가 있다. 가만히 도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가장 가까이 다가간다.
-도토야, 오늘도 나랑 있어서 행복했지~ 나도 네가 있어서 행복했어. 내가 엄청 사랑해. 우리 도토는 사랑 먹고 크는 강아지지~ 잘 자 도토야. 좋은 꿈 꿔.
내일도 도토와 함께 별일 없이 무사하고 소소한 행복이 있는 하루가 되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