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영서 Oct 05. 2021

브런치 작가가 되다.

목표: 종이 빨대 나눠주며 텀블러 팔기

안녕하세요.

작가 되기 너무 쉽고 글은 아무나 쓰는 호시절입니다. 그런데 아무나 잘 쓰지는 못하지요.

그래서 저는 아무도 글 못 쓰고 저 혼자만 잘 쓰게 해달라고 물 떠놓고 기도해왔습니다.

지성이면 언젠가는 감천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기도만 해서는 안 될 것 같으니 이제는 쓰기도 하며 더 간절하게 치성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말하는 '잘 쓴다'의 의미는 글쓴이가 의도가 독자에게 전달되어 읽은 이의 감정 변화와 생각 변화를 유도하는 것, 즉 영향을 끼치는 것입니다.  선한 영향력..그거 말하는것 아니에요. 

저는 독자의 아픈 감정을 여러 각도로 건드려 사람이라면 응당 있을 상처를 더 후벼파내 버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말하는 희망과 미래에 오히려 눈앞은 캄캄해지고 발밑이 아득해져 버졌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때로 제가 괴롭게 쓴 글에 공허와 슬픔 대신 힘과 긍정을 얻어 가기를 바랍니다. 긍정을 꼭 긍정 만으로는 말할 수 없음이 전해수 있을 정도로 잘 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수십 년 오장육부에 켜켜이 쌓인 억울함을 마구마구 표출도 해버리고 싶습니다. 과도한 자의식으로 글을 수단처럼 여기는 사람에게는 다시는 글줄 끄적거리지 못하게 타격을 주고 싶기도 하고 동시에 글을 쓰고 싶으나 시도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한 문장 쓰기부터 시작하도록 자신감과 힘을 주고 싶기도 합니다. 아주 구질구질 바라는 것이 많습니다.


하지만 가장 바라는 바는 무엇보다 제 글을 읽는 사람이 재미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을 쓰는 저는 비록 즐겁지 않더라도 읽는 사람이 재미를 발견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몇 번의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며 저는 이런 문장을 썼더랬습니다.

'진중한 똘레랑스로 다가가는 섬세한 스톤 터치, 똑똑똑'     

무슨 개소리싶지요.

신중하게 돌다리 세 번 두드린다는 자기소개입니다. 당연히 '어쩌다', '아무튼', '비로소'이런 단어도 적절히 섞어 넣었고요. 차마... '소소한', '덤덤한', '무심한'은 못 썼습니다. 손에 경련 나서요. 결과는 말 안 해도 모두 아시리리라 생각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안전하게 몰개성을 택했으면서도 도전한다는 느낌은 내고 싶어서 한 번 튀어 보려고 했나 봅니다.


제가 생각하는 작가와 리터럴리 창작이란.

그래요. 마치 산후조리원 같이 네가 사바세상에서 어떤 학력, 직함, 직급, 연봉, 나이 뭘 가졌든 그저 쌩몸의 능력치 만으로 평가되는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본명조차 필요 없습니다.

애 낳고 잘 걷나. 관절과 사지가 멀쩡한가. 잘 먹고 변비가 안 생겼나. 모유가 콸콸 잘 나오는가. 내가 낳은 아기가 잘 자고 잘 먹고 싸는가. 바로 모유수유실은 그 모든 것들을 통합하여 신랄하게 합평하는 아고라예요.

그러나 내 몸보다 소중한 내 새끼가 생긴 공통의 선(善)을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긴 시간 함께 체험함에 따라 다 같은 목적을 지닌 엄마로 재탄생하여 서로의 훌륭함을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진심으로 슬퍼해주며 서로의 이익을 위한 적극적인 조언과 애정을 참치 않는 그런 집단이 되는 것에 가깝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브런치에 순수 창작을 하는 작가는 주류가 아닌 것처럼 보였기에 저는 ‘브런치 작가'에 대한 선입견이 강하게 있었습니다. 작가는 무슨.. 하면서요

둘러만 봐도 자아실현을 돈 받고 판매하는 장사꾼과 그들의 호갱님들과 학업, 이력, 경력, 독특한 지식을 나열하여 열등감을 강화하고 있는 부류와 검사해줄 담임도 없는데 쓰고 있는 일기장들이 보였습니다.

아 제발 일기는 일기장에. 국민학교, 초등학교 선생님들 대체 왜 일기를 검사했나요 아직도 사람들이 자기 일기를 검사받기 원하잖아요. 이것도 공교육의 실패인가요? 이제는 일기장도 아닌 곳에다가 일기를 써대고 있잖아요. 바로 옆자리 앉은 동료가족에게 이것 봐 나를 한번 바라봐. 이것이 내가 쓴 글이야. 내 문장을 읽어주길 바라. 그리고 나에게 피드백을 주길 바라-라고 말할 수 없다면 그것은 일기장에 써야 하고요.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쓰는 것이 사람이기에 당신의 일기는 혼자만 읽는 것으로 남겨두기로 해요. 일기는 일기장에.      


그런데 나는 왜 이 브런치 작가 신청에 연거푸 떨어지는 것일까요?     

그래서 셀프를 좀 털었보았습니다. 상급종합병원 10년이 어쩌고, 어쩌다 사무실 출근 중인 임상 출신 간호사의 일상이 저쩌고 하면서요. 제가 처음 이 플랫폼에 가진 선입견 때문인지 이곳에는 자기 이력과 경력을 나열하는 성향이 강해 보였거든요. 제로에서 시작할 용기도 없으면서 글을 쓰겠다니. 자기의 이력, 학력 등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으면서 작가로 재탄생하겠다는 위선을 이해도 하지만 동시에 멸시하면서 저도 그렇게 한번 해 보았습니다. 과연 그 신청이 통과되어 제가 지금 이곳에 글을 쓰고 있는 것일까요?      


저도 한번 해보고 싶더라고요? 몇 번 탈락했더니 오기도 생겼고. 사실 싫어한다는 것은 거울보고 드는 생각이기에 이것은 자기혐오에 가까울 것입니다. 지고의 가치에 가까운 명제들을 한낱 자기 일상에 가져다 붙이는 글이 몸서리 처질 정도로 싫기에, 브런치의 글보다 차라리 배민 맛집 덧글이 모든 면에서 더 현대 문학에 가까워 보일 때도 있습니다만 '나의 선입견 속 브런치 작가'스러운 글을 저는 누구보다 잘 씁니다. 주저할 뿐이에요. 그러나 부끄러움은 보는 사람의 몫이 될 것이니 앞으로 저는 꾸준히 쓰기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마음의 소리어 귀 기울이니 답이 나왔습니다.


- 다들 저기서 좌초한 유조선처럼 폐유를 철철 흘리고 있던데 나 하나 보탠다고 한들 뭐. 태평양에 플라스틱 빨대 하나 추가지 뭐.

- 아니야. 아무리 태평양이 넓다 한들 오늘 네가 쓰고 버린 플라스틱 빨대 하나는 500년이 지나야 완전히 분해가 될 것이야. 스**스가 왜 종이 빨대를 주겠니.

- 그것도 아니야. 틀렸어. 앞에서는 종이 빨대 나눠 주면서도 신상품 콜드 브루는 마이보틀에 담아서 팔고 있잖아. 그러니까 이렇게 하면 돼. 앞에서는 종이 빨대 주면서 정작 플라스틱 텀블러는 계절 계절 찍어내 겁나게 팔아재끼는 그런 스**스같은 작가가 되는 거지.

- 와 너무 진실인데 이거?

- 좋아. 열심히 해보자. 희위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