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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영서 Oct 10. 2021

브런치 작가 신청의 비밀 또는 비법

실은 제안서 쓰는 것이군요

브런치 작가 신 여러 번 떨어 사람들이 한 번씩 하는 그거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라 해도

그래도 내가 깨은 것이 당신의 유레카보다 늘 값져 보이는 법이기에.

각자 알아서 같은 산꼭대기에 도착했어도

그래도 내가 걸어온 길이 타인보다 더 의미 있는 고난 같아 보이기에.

그래서 해봅니다.

나는 이렇게 해서 브런치 작가 선정이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하면 선정(결재)이 잘 될 것 같다.


바로 결론부터


제안서 쓰듯이 하세요.  


제가 몇 번 FAIL 하고 PASS 해본 바. 브런치 작가 신청의 형식이 마치 어떤 문학적인 재량을 깊이깊이 검토하거나 스스로에 대한 심오한 통찰을 매우 요구하는 것처럼 눈속임되어 있으나 실은 계획서, 제안서를 검토하는 과정으로 보입니다. 업무 추진을 할 능력을 업무계획서 써오는 것 보고 판단하는 것처럼요.


그래서 매일 문서 다루는 사람은 오히려 눈이 흐려질 수 있고 (아니 대체 뭘 요구하는 거야?!) 또 문서 구성이 익숙하지 않다면 그 나름의 이유로 어려움을 느낄 것 같아요.

300자이면 아주 짧은 분량인데 그래도 그 길이 안에서 해당 사업을 수행하고자 하는 우리 회사(또는 연구자. 브런치에서는 작가 소개이죠)를 어필하고, 해당 사업을 우리에게 맡겨 주신다면 이러저러한 성과를 낼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사업의 구체성을 명징하게 알 수 있도록 간략한 내용 등 뒷받침하는 붙임문서 3개 이것을 동일한 흐름과 내용으로 구성해내기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연구/사업 따는 제안서보다는 회사원이 밥먹듯이 올리는 기안문 쓰는 것으로 한번 생각해 본다면 조금 명료하게 보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작가 선정 fail 시 명확한 이유를 알려주지 않는 것도요. 상사가 기안을 요래 요래 수정해라 라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냥 다시 해와! 하는 경우도 잖아요. 그렇게 생각해 보아요.  


행정업무편람 2020(출처: 행정안전부 홈페이지)의 일부 내용을 발췌

3. 문서작성의 일반원칙.
   나. 이해하기 쉽게 작성
     문서는 어문규범을 준수하여 한글로 작성하되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해하기 쉬운 용어를 사용하여야 한다.    

(중략)

5 문서의 구성 체계
  가. 문서의 구성
   1) 일반 기안문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기안문 시행문은 두문 본문 결문으로 구성한다.(규칙 제4조 제1항 및 제9조 제1항)
저 빨간색 부분만 쓰면 됩니다.


이 중 본문에 해당하는 내용을 브런치 작가 신청에서는 요하고 있습니다.

네.. '진중한 똘레랑스' 같은 단어는 본문에서 제거하여 저 멀리 우주 밖으로 던져 버립시다.  

출판사 투고를 하고자 할 때 전체 원고를 투고하는 짓은 요즘 세상에서는 좀 무모하죠. 뭘 믿고요? 보통 출간 제안서를 보내는데요. 그냥 회사 업무랑 같지요?  기안할 때 ' 제목. 관련 근거. 본문. 붙임문서 - 다 통일되어 있어야 하듯. 그것처럼 해보세요.

회사원은 회사일 하듯이 쓰면 되고 연구나 학술 하는 사람은 늘 하듯이 명확한 주제를 갖춰진 틀로 작업하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한다면 의외로 금방 될 수도 있어요. 사실 브런치 작가 신청은 출간 제안서와 도서 샘플을 첨부하여 출판사에 보내는 것과 더 닮아있지만 저는 출간 제안서는 써본 적 없으니 제게 익숙한 기안문 쓰듯이 써보았고 그렇게 작성해본 후 제출했을 때 승인되었습니다.




결제와 결재


팡팡 쓰는 카드 결제의 'ㅔ'는 아무것도 걸리는 것이 없어서 그 사이로 물 흐르듯이 스르륵 카드가 통과될 수 있도록  'ㅓ'와 'l'로 이루어져  있어요. 돈 쓰는 것 너무 쉽다. 캬

그러나 기안 결재의 'ㅐ'는 결재라인 단계 단계 산 넘고 물 건너야 하기에 막혀있어요. 'ㅏ'와 'ㅣ'로 되어 있잖아요. 그래서 한방에 기안이 결재 나지 않는 것은 기안자의 탓이 아니고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여 버립시다.

내가 기안문 쓸 줄 알아도 내용이 통일되어 있지 않거나. 그래서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누구랑 하는지 내용의 앞뒤가 맞지 않거나 본문의 내용과 붙임이 따로 노는 경우 등등 여러 사유로 결재 반려될 수 있지요?


그래서 가장 염두에 두셨으면 하는 것은 기안. 검토. 결재. 협조 발신명의는 나 자신이고 수신자는 브런치예요. 아니면 이것은 외부 발송 이전 내부결재라고 생각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내가 브런치를 통해 글을 써서 읽히고 싶은 독자에게 쓰듯이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지 마시고 그러한 글을 쓰는 계획서를 기안으로 올리려고 하니 결재선에 있는 분들이 그래 해봐라. 오케이! 바로 결재할 수 있도록 작성해보세요.

작가 신청서는 독자가 읽는 것이 아니라 수신자는 브런치예요 나의 예상 독자들이 아닌 거예요.



예시

실제 제출한 신청서가 아니라 임의로 작성한 글이니 재미로만 봐주십시오.

브런치의 작가 선정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망한 예시 1.


수신자: 브런치

제목: 브런치 작가 신청서


1. 작가님이 궁금해요.

 - 스스로 불러온 자존감에 짓눌려 탄식은 하늘을 가리우며 자아의 공포가 지배하는 이곳 희망은 이미 날개를 접었나. 대지는 플랫슈즈에 물들고 팅팅 붓는 종아리만이 아직 눈물 흘릴 뿐. 마지막 한줄기 강물도 말라버린 지금 남은 건 수술뿐인가. yeah. 이미 결제한 명품 힐은 배송비 물어주고 환불로 흩어지는가. yeah. 강철의 중족골 나이 먹을수록 점점 틀어지고 외래 예약증을 높이 든 자여. 복수의 이빨 증오의 키보드로 무지외반증 환자에게도 다시 봄은 오는가를 고민하며 고양이를 키우는 평범한 사람입니다.(280자)   

  

2. 브런치에서 어떤 글을 발행하고 싶으신가요.

 - 어려서부터 독서를 즐겨 늘 숙제는 독서감상문. 직책 및 직급은 도서 반장, 성적 중상위권. 각종 편지 쓰기 대회, 경시대회 수상의 어린 시절을 뒤로하고 대충 나이 먹은 오늘의 나를 위한 소소하고 세세하고 심심하지만 순수한 글쓰기를 할 예정입니다. 여러 직장과 학업으로 경험한 나만의 평범한 순간들을 결정적인 기회로 만드는 모든 영적, 심리적 오지랖을 펼쳐 사람들의 관계 속으로 다이빙하듯 비상하는 작품을 쓸 예정입니다. 메이크업 능력이 출중하여 평평한 가슴에도 마리아나 해구같이 깊은 가슴골을 그려낼 수 있는데, 와 이젠 쉽지 않네요.(294자)     


3. 자료 첨부:‘붙임’ 참조     


4 온라인 매체 기고글, 출간 글. 다른 SNS: 없음     


붙임 1. 무지외반증과 독서력의 상관관계

       2. 한문선생을 짝사랑하는 여고생이 수포자가 될 확률과 수도권 집값의 오름세

       3. 무지외반증 환자에게는 수술만이 답인가.  끝.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아련느 비련느도 하고 싶고 독서력을 뽐내고도 싶고 뭔가 어필하고 싶은 게 많은데 하얀 종이가 너무 작아서 300자도 안 되는 글로 카오스를 잉태했다. 저 지경이라면 아무리 붙임 2가 시대를 앞서간 통찰을 했다 한들 무슨 소용일까.




망한 예시 2.


수신자: 브런치

제목: 브런치 작가 신청서


1. 작가님이 궁금해요. (자기소개)

 - 하이힐을 오랜 세월 신어온 사람들에게 호발 한다는 족부질환 무지외반증. 하지만 나는 세상에서 가장 못생기고 편한 신발, 간호화 신고 하루 2만 보 찍으며 10년 병원에서 근무했더니 양발 다 기형이 되었네요. 힐 신고 살았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도 발가락 뼈가 영구히 틀어진 전국 500만 무지외반증 환자에게 따뜻한 감동과 울림을 선사하는 보석 같은 브런치 작가가 되어 ‘아무튼 양말은 챙겨 신자’,‘운동화가 편하다는 네가 부럽다’등 출간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뽑아주십시오.(270자)     


2. 브런치에서 어떤 글을 발행하고 싶으신가요 (활동 계획, 주제나 소제. 대략의 목차). 

  가. 주제 1: 무지외반증에 대한 오해와 진실

   내용: 나는 열심히 살았을 뿐이다. 하이고오 억울해

     목차: 아무튼 누워있자. 걷지 않고 살아보자.

           목욕탕에서도 내 발가락 뭐라 하는 사람들

           전국 간호화 디자인 분석

  나. 주제 2: 병원을 떠나도 내 몸은 기억한다.

   내용:병원 탈출 임상간호사에게 닥치는 시련과 굴레

     목차: 병원 탈출 넘버원,

           아직도 밥을 마시고 있는 그대에게

           화장실 갈 때 허락받기,

           사무실에서도 남을 닦달하는 성질머리 고치기    

 

3. 자료 첨부: ‘붙임’ 참조     


4. 온라인 매체 기고글, 출간 글. 다른 SNS: 없음.     


붙임 1. 발가락이 아무하고도 안 닮았네. 누구 닮아 내 발은 이 모양인가.

       2. 명상으로 치유하는 무지외반증. 생생한 5인의 수기  

       3. 아무튼 수술. 무지외반증 수술 후 목발 보행 필살기.  끝.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긴 알 것 같긴 한데   붙임 1.2.3 보기도 전에 광탈 예상. 활동 계획과 첨부한 자료 붙임 1.2.3이 연결되지 않는다. 활동 계획과 첨부하는 글은 통일하자.




좀 나아졌나 싶은 예시.


수신자: 브런치

제목: 브런치 작가 신청서


1. 작가님이 궁금해요. (자기소개)

 - 10년 다니던 상급종합병원을 6년 전에 탈출했습니다. 왜 간호사는 병원을 사직했다는 사실을‘탈출했다’라고 표현할까요. 가장 큰 인력 규모를 가진 의료인, 간호사는 큰 규모만큼이나 다양한 현업에 종사할 수 있습니다. 병원 안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다양한 직종과 직군에 대한 제 나름의 해석과 결론을 소개합니다.

 - 병원 밖의 이직 경험과 아는 것이 임상밖에 없었던 본인이 사무직이 되기까지 겪은 고행을 기술합니다. 앞으로 간호사 출신 직장인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바로잡는 작가가 되어 혼자 애쓰고 있을 그들의‘프리셉터’가 되고자 합니다.(299자)       

   

2. 브런치에서 어떤 글을 발행하고 싶으신가요 (활동 계획, 주제나 소제. 대략의 목차). 

  가. 제목: 병원탈출애굽기

      내용: 간호사가 할 수 있는 많은 직장과 직업

      목차: 병원 내/병원 외/공무직/특이한 직업

  나. 제목: 임상간호사 출신 직장인에 대한 오해

      내용:병원 탈출 임상간호사에게 닥치는 시련과 굴레

      목차: 간호사 출신은 행정을 못해. 협업을 못해. 남을 너무 닦달해

              병원 밖 세상에는 프리셉터가 없다.‘사수’가 뭔가요

              간호사가 문서를 잘 다루지 못하는 이유

              아직도 간호사냐 엄마냐 타령이냐.

              세상의 가장 치사한 곳에 임하신 고귀한 그대. 간호사님께     

3. 자료 첨부: ‘붙임’ 참조     

4. 온라인 매체 기고글, 출간 글. 다른 SNS: 없음.     


붙임 1. 간호사 출신은 행정을 못해. 협업을 못해.

       2. 간호학과 정원의 30% 가 남학생인 이 마당에도 ‘간호사냐. 엄마냐 정체성 고민’ 이딴..

      3. 가장 치사한 곳에 임하신 고귀한 그대. 간호사님께.  끝.




그나마 내용이 통일성 있어짐. 하고 싶은 말의 포커스가 뭔지는 알겠다. 그래 그건 나도 궁금타 싶고 타깃 되는 독자는 아주 궁금할 것 같다. 붙임의 제목이 너무 긴 것이 좀 걸리지만 내용이 분명하다면 괜찮을 것 같다. 저 사람은 분명하게 할 말이 많고. 붙임을 읽어보니 글도 쓸 줄 아는 것 같다.  
그래요. 한번 쓰고 싶은 글을 써보세요! 합격 땅땅.





예시의 흐름은 저의 주관적인 의견이지만 한번 참고해 보신다면 분명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기안 통과된 후에 이제 내 맘대로 사업 추진하면 되니까 일단 결재에 중심을 잡으시고 편한 마음으호 여러 번 작가 신청에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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