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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영서 Oct 24. 2021

수용소 하렘에서 혁명을 도모해도 되나요.

북해의 별 독후감 (1)


1980~ 1990 순정만화에 지울 수 없는 향수를 가진 이들이 여기 다 모였다.

지금까지 내가 읽은 만화책이 수 천권은 거뜬히 넘을 텐데. 그런데도 김린 님의 작품 중 북해의 별은 안 읽었으며 그 이유도 기억하고 있다.

내가 아직 교복 입고 학교 다니던 시절 '이거 좀 오래된 만화긴 한데 한번 볼까 말까' 휘리릭 넘겨보다가 한 검은 장발머리 남자를 향해 그의 부하들이 '카리스마 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으악. 이름이 카리스마라니.. 하며 내려놓고 그 뒤로 잡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내 보고 싶었다.


울적하던 차에 알라딘 펀딩을 지르고 어제 이 책이 도착했다.

두근거린다. 단 한 번도 읽지 않은 수십 년 전 순정만화를 지금 읽게 되다니. 나이 들고 복도 많아.




1권.

바이킹의 후손이 건국한 해양국가 보드니아.


귀족 가문의 10살 유리핀 도련님. 1살 공주님을 보고 그녀를 내 색시로 삼으리라 결심다. 1교시에 사귀다가도 3교시에 헤어지는 게 초등학생의 사랑이라고 하던데 유리핀 도련님의 사랑도 그런 것이라면 이 이야기가 성립되지 않겠지.  




20살이 된 유리핀 11살 공주님을 다시 만나다. 1교시에서 3교시가 아니라 초등학교 3학년이 대학생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아델 공주님은 내 마음속 내 색시. 그리고 고속 승진 중인 유리핀은 너무 훌륭하여 적이 많다. 국왕이 죽고 새 국왕이 탄생하며 1권 끝.




2권.

28살 해양국방부장관 유리핀. 19세 공주님과 쌍방향 사랑을 확인한 바로 그다음 해적 소탕 갔다 돌아오는 길에 반역자로 몰린다. 악당은 악셀 화라 총리. 유리핀은 그 간  중상모략에 시달려오다 결국 반역 오명을 쓰고 겨우 사형을 면한 채 수용소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그를 고문하던 고문관이 그리스 남신 같은 유리핀의 육체에 4박 5일 고문하다 그만 그의 빠돌이가 되어 감옥까지 따라가는 수발놈이 된다. 뭐지요?



3권.

눈보라 치는 수용소에 수감된 유리핀.

기구한 중생들이 모인 수용소를 패왕색으로 물들인다.

스치는 남자마다 모두 속절없이 유리핀에게 인생을 저당 잡힌다. 그들을 계몽하여 탈출을 도모하기 시작한다. 유리핀이 10살 때 1살 공주님을 찍고 한 평생 영혼을 바쳐 사랑하는 것은 온몸으로 달려드는 저 부나방같은 남자들이 차마 어찌할 수 없도록 만들기 위한 김혜린 선생님의 장치 같다.  김혜린 선생님. 죄송해요.



4권.

감방에서 루소 빠돌이를 만나다. 슬슬 혁명의 떡밥이 깔린다. 부패한 수용소 조직에 염증을 느끼는 간부도 그에게 매료된다. 그러니까 좌익 우익 가리지 않고 모두 유리핀의 내리깐 속눈썹.. 아니 인품과 아우라에 함락된다. 아니 정말 뭐지요?



바깥세상에는 수용소에 화재가 발생하여 유리핀은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청초한 우리 아델 공주님은 비록 님은 가셨지만 계속 우리 사랑을 지켜나가리라 결심한다.

그리고 심장이 좋지 않으신 왕족 에드와르 전하와 혼담이 오간다. 이 전하 되게 답답하다.




무스타 하리. 터키의 귀족. 유일하게 가슴털이 있는 남자.

본캐를 두고 바다사나이 부캐활동(그 부캐명이 바로 카리스마 님)을 하다 떠오르는 신예 해적 '검은 날개'와 조우한다. 당연히 그는 죽지 않은 유리핀 님. 


 

좌익 우익 가리지 않고 함락한 덕에 수용소 간부가 그를 암살 위험에서 구해주고 그것도 부족해 부하까지 된 덕이다. 영혼을 바쳐 아델라이드 공주님을 사랑하고 있지만 쉬지 않고 자석처럼 오만 남자들을 다 끌어당긴다.

 



그 와중에..


대체 그 마차 사고는 어떤 사고였기에.

풍비박산 나고 있는 원수의 가정.



 우리 오빠가 고자라니.




고자가 된 오빠가 너무 가여워 뛰쳐나가던 순수한 카라꽃 같은 그녀. 독장미 흑장미 비요른 누벨(악당 악셀 화라 총리의 사연 많은 오른팔)의 품에 뛰어들다. 악당의 딸로 태어난 죄로 너는 망한 연애를 할지어다.




- 5권

5권에서 '청심환'이라는 단어를 본 뒤로 조금 많이 심란해서... 나머지 독후감은 추후에.



유독 '귀족'이 여러 군데 '거족'이라고 오기되어 있지만 그래도 몰입 잘 된다.

현기증 나지만 아껴보고 싶다. 사랑해요 김혜린 선생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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