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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빛 May 31. 2023

가만히 있지를 못해


지독한 P성향인 나는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그저 그래서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 마냥 걷기보다는 어느 한 목적지를 정하는 편인데 주로 책과 커피가 한데 있는 곳으로 간다. 투박하고 두툼하게 무리지어 꽂혀 있는 책과 커피향이 좋다.


마음이 드는 책을 펼쳐 들어 구석진 자리에 앉아 기분 좋게 넘겨보지만, 난독증인 것 마냥 눈이 이리저리 흔들린다. 심호흡을 하고 눈알에 힘을 주고 천천히 읽으려 애써봐도 쉽지 않다. 책과 친구 된 지 그래도 몇 년 됐는데, 독서에는 나름의 자부심이 있었는데... 각종 SNS와 밀려오는 숏츠(shorts) 시대에 나도 책에게 마음만 앞서나 보다.​


내용보다도 결과가 궁금하고, 이 일과 저 일을 동시에 하고 싶어서 집중하지 못하고 발 동동 구르는 내 자신을 보게 된다. 책 한 권 진득하게 읽지 못하는 나를 받아들여야겠다. 자신 있게 무겁고 두꺼운 책 고르기보다 얇고 가벼운 책부터 다시 시작해 보는 것도 좋겠다.

비단 책뿐만이 아니라 무엇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밥만 먹지 못하고, 걷기만 하지 못하고, 쉬기만 하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게다가 잦은 카페인까지 더하니 더 들뜬다. 이것 참 생각해 보니 비참하기까지 하다. 하루에 한 번만이라도, 잠시만이라도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연습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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