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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빛 Feb 06. 2024

가볍고 싶다

1.

마음이 무거워

내려놓으려 한다.

잠시 죽어있기 위해 짐 싸고 길 나선다.


2.

가볍고 싶다.

모두가 잠든 아득한 밤

별 한 잔에 가벼운 농담 주고받고 싶다.


망가지고 싶다.

앞뒤 안 맞는 유치한 말들

한가득 쏟아내며 가슴 쓸어내리고 싶다.


말끔한 네 모습 말고

바보 같은 네 얼굴 보고 싶다.

맘껏 헝클어진 서롤 보며 그저 웃고 싶다.


얼토당토않는 꿈 잔뜩 늘어놓고

책임지지도 못할 무모한 계획 밤새 세워

한참을 날아다니고 싶다.


서로의 얼굴과 몸 마음껏 찌푸리고

내일은 없이 밤새 춤추다가

땀과 눈물에 젖은 채 쓰러져 잠들고 싶다.


내 가벼움과 무거움이 되어 줘.

온종일 돌아다니며 헤맬 세상이 되어 줘.

몇번이고 네게 속삭이고 싶다.


3.

잠시 죽어있기 위해 짐 싸고

아무도 찾을 수 없는 사념 속으로 길 나선다.

그곳에서 마음 담을 그릇 찾아 헤맨다.


그릇들의 반짝임이 두 눈에 가득 담긴다.

한가득 넣었다가 이내 다시 꺼낸다.


그리운 마음 올라올 때쯤

그래, 돌아갈 때가 됐어.

가는 길은 올 때보다 더 멀게 느껴질 테지만

이만하면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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