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나를 떠올려주지 않을 것만 같은 이 상황이 외롭다 느끼다가도 문득 그 외로움이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들지는 않는구나 싶었다. 살아가는 모든 것은 죽음을 향해 간다. 피어나는 것들이 사무치게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것은 인생이 슬프기 때문이겠다.
혼자인 것은 그저 조용할 뿐이구나.
시원한 바람과 따스한 햇빛은 조금의 활력을 더해준다. 책 한 권, 잡다한 일기장, 노트북, 가벼운 물병에 미지근한 물을 절반쯤 채우고 작은 책가방에 차곡차곡 넣는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밖으로 나선다. 왜인지 설레는 마음으로 자전거 위로 오른다.
좁은 방, 좁은 동네. 몇 달 동안 그 둘 사이를 오간다 하더라도 인생이라는 여행은 여전히 이어진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나를 둘러싼 공간은 시시때때로 변한다. 공기도, 기분도, 내 몸의 상태도. 그 움직임이 주는 낯섦이 좋다.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흐르는 인생보다 낯선 게 있을까.
내 안에 나를 힘들게 하는 어떠한 관계도 없다. 내 안에 나를 기쁘게 하는 어떠한 관계도 없다. 그저 나는 나와 있고, 스스로 지어내는 생각들과 있다. 어쩌면 망상과도 같은 이 시간 속에서, 작은 점 같은 나는 미세한 진동처럼 움직이고 있다.
작은 목숨 지니고 열심히 살아간다. 새로운 명제들은 짧은 호흡으로 연이어 나를 찾아온다. 이전의 나는 해체되고 재구성된다. 이 덧없음이 왜인지 포근하다. 살아있는 것들은 인생 앞에 정직하게 꿈틀거린다. 무력함, 박탈감, 외로움과 숨길 수 없는 때마다의 만족감. 그 사이에서 해처럼 떠오르고 지기를 반복한다.
(2024.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