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에 걸쳐 제품 조직의 분기 목표와 전략을 세우다
저희 딜라이트룸 PO 조직은 매 분기말 워크숍을 갖습니다. 그때그때 주요 아젠다에 따라 워크숍 구성은 달라지긴 하지만, 항상 그 목적은 변함이 없습니다. 최적의 분기 목표를 수립하는 것이지요. 이번 분기는 특별히 가평 아난티 코드에서 진행하였습니다. 연말을 앞두고 막판 스퍼트를 위해 좀 더 깊게 제품 이야기를 나누기 위함이었는데요, 모두가 열심히 준비한 만큼 다행히 워크숍 결과물도 좋았습니다.
지난 1박 2일의 짧고 굵었던 여정을 한번 돌아봅니다.
추석 연휴 직후였던 터라 당일 오전은 다들 각자의 스쿼드 및 팀 업무들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어찌어찌 두시 반쯤 아난티 코드로 헤쳐 모여 워크숍을 시작하였습니다. 가열차게 달렸던 지난 분기를 돌아보는 것이 그 시작이었죠. 제품의 핵심 지표들의 분기 추이를 살피고, 또 각 스쿼드의 OKR 달성율을 돌아봤습니다. 저희 PO 조직은 매주 정기적으로 핵심 지표 추이와 OKR Progress를 살펴왔기 때문에 특별한 서프라이즈는 없었습니다만, 분기 단위로 돌아보니 그간의 우리의 실험 및 개선 작업들의 효용 여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이어서 회고를 진행하였습니다. 지난 분기 무엇이 좋았고 무엇이 아쉬웠는지 각자 최대 3개씩만 꼽아보기로 하였고, 이를 취합해서 주제별로 묶어 살펴보았습니다. 흥미롭게도 좋았던 점으로 많이 꼽힌 주제들이 아쉬웠던 점에서도 많이 꼽혔는데요 - 그만큼 해당 주제들(전략, 플래닝)이 우리의 성과를 달성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변수로서 작용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정돈된 내용들을 함께 살피며 더 나은 다음 분기를 위한 적합한 액션 아이템들을 도출하며 회고를 마무리했습니다.
이어서 분기 플래닝을 시작하였는데요, 본격적인 플래닝에 앞서 각자가 공유하고 싶은 상위 전략 내용들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는 여러 세부 전략들을 이해하는 데에 필요한 배경 지식이 되기도 하고, 또 새로운 전략을 발산하는 데에 필요한 방향을 짚어주는 나침반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금세 싱크만 되고 끝날 섹션이라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여러 질의들이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2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게 되더군요. 모두가 양질의 내용들을 자발적으로 준비해준 덕분이었습니다.
이어서 우리의 Company OKR 달성을 위해 각 목적조직들이 어떠한 접근들을 해야 하는지 각 전략별 우선순위를 싱크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항상 분기 워크숍마다 이 우선순위 줄 세우기를 해왔습니다. 모든 것이 다 중요해 보이지만, 그중에서도 무엇이 더 중요한지 하나씩 랭크를 정해놓아야 적은 인원으로 큰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번에는 더 특별히(?) 각 전략들의 매출 임팩트와 DAU 임팩트를 미리 계산해 오기로 했습니다. 원래는 이러한 계산 없이 감에 의지하여 우선순위를 매겨왔는데요, 분기를 돌아보니 그 우선순위 중 틀린 부분들이 있어 보여 보다 정확한 순위를 매기기 위해 조금 억지를 부려서라도 셈을 해오기로 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명확하게 계산이 딱 떨어지는 전략이 있는가 하면, 이러한 계산이 쉽지 않은 ('가정'과'전제'를 많이 넣어야 하는) 전략도 있습니다. 또한 당장의 임팩트 셈은 작지만 중장기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 전략들도 존재하지요. 그럼에도 이렇게 임팩트 관점에서 고민을 해보고 안 해보고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Company OKR 달성을 위해 어떤 전략이 더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인지 가늠이 되고, 관성에 의해 진행해 오던 에픽들을 Revisit 하며 잠시 홀드 하는 의사결정을 할 수도 있습니다. 또 실질적인 임팩트 크기에 따라 바텀업으로 Company OKR 자체를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장장 2시간 동안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를 각 스쿼드가 나눠 갖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는 현실적으로 리소스상 가능한 선을 그어 보았습니다. 정돈된 전략들을 보니, 각 전략들이 DAU를 높이기 위함인지 매출을 높이기 위함인지가 명확했고, 또 그 임팩트가 수치화되어 있으니 무엇이 더 중요한지 판단이 쉬웠습니다. 혹시라도 분기 진행 간에 여러 변수로 인해 취해야 할 전략을 바꿔야 한다면 이 리스트 내에서 다음 우선순위에 해당되는 전략으로 유연하게 우회하기로 했구요. 이번 프로세스는 새로운 시도였던 만큼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조금씩 보완하여 고도화한다면 매 분기 임팩트 있는 플래닝 및 운영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6시간 동안 쉼 없이 뇌를 쓴 탓에 모두가 지칠 법도 한데, 룸서비스로 시킨 음식들을 먹으며 제품과 관련한 발산 시간을 또 가졌습니다. 왜 안드로이드와 iOS의 제품 내 여정은 비슷한데 리텐션이 서로 크게 다를까? 알라미를 잘 쓰던 기존 헤비 유저들은 왜 서서히 이탈하는 걸까? 굵직한 질문들을 필두로 이런저런 서로의 생각들을 나누며, 시도해 봄직한 레벨의 가설들을 도출해 냈습니다. 이 또한 미리 각자 평소에 제품에 대해 궁금하던 부분들을 적어오기로 했었고, 그중 가장 임팩트 있을 의문들 3가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이었죠.
발산 시간을 제하면 6시간, 포함하면 8시간의 워크숍이 끝났습니다. 한적함과 고요함 속에서 모두가 제품 이야기를 깊게 나눌 수 있었습니다. 막판에 집중력이 고갈됨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꿋꿋이 집중해서 다루고자 했던 주제들을 모두 다루었습니다. (나름 일찍 시작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음번에는 좀 더 이른 시간에 시작해야겠어요.) 밤 열한 시가 되어서야, 비로소 추석 연휴들을 어찌 보냈는지 - 일상 이야기로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아난티의 한적함과 고요함 그리고 쾌적함 속에 워크숍을 무탈히 진행하였다면, 이제 그 외의 시설들을 즐길 차례입니다.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가평에서의 아침을 보냈습니다. 개인적으로 트래킹 코스를 밟고 싶었는데 비가 와서 포기하였고, 대신 아침 운동과 노천 온천을 즐겼습니다. 수영 용품을 챙겨 온 멤버는 워터하우스에서 모닝 수영을 즐겼고, 또 어떤 멤버는 숙소 내 큰 욕실에서 모닝 목욕을 즐기기도 했습니다. 모두가 전날의 피로를 한 차례 풀어내는 시간이었습니다.
퇴실을 하기 1시간 전, 다 같이 모여 전날의 논의 내용들을 한 차례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전날 집중력 고갈로 인해 더 이야기하지 못한 것 중에 꼭 이야기되어야 할 부분은 없었는지, 액션 아이템 도출이 미진한 내용은 없었는지 등 커피를 마시며 1시간 정도 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니 이 시간이 무척 중요했습니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이듯, 전날의 깊고 진했던 논의도 실질적인 액션 아이템으로 잘 꿰어내야 하는데 맑은 정신 상태에서 다시 보니 제대로 꿰어내어야 할 부분들이 더러 있더군요. 특히 전날 막판에 발산했던 이야기들에 대한 정돈이 필요했고, 논의의 결과로써 Company OKR에 대한 재싱크도 필요했습니다. 깔끔하게 1시간 정도 정돈하는 시간을 갖고, 전체 워크숍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이번 워크숍은 유난히 몰입도가 높았습니다. 성과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분기였던 만큼 PO들이 많은 준비를 해왔고, PO 뿐 아니라 유관 부서 리드 분들(데이터 및 마케팅 그룹, 엔지니어 그룹)도 함께 한 덕분에 더 탄탄한 (실질적인) 논의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도출된 액션 아이템들을 빠짐없이 잘 이행하는 것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그 액션 아이템들로 인해 좋은 성과가 나오는 것도 남았지요. 다음 4분기가 무척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다들 워크숍 고생 많으셨어요. :D
모쪼록 3분기보다 더 멋진 4분기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