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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phan Seo Nov 15. 2020

소비의 미덕

기분 좋은 소비를 위한 마음 가짐

소비를 잘 하는 성격이 아니다. 소비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고, 익숙하지 않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소비를 통한 행복감, 만족감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저축을 통해 여유 자금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만족감이 더 큰 편이다. 그럼에도 간간이 진행하는, 나를 위한 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소비는 기분이 좋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본다. '저축을 통해 여유 자금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왜 만족해하는가' 그렇게 아낀 돈이 한달 기준 약 4-50만원 돈이라면, 1년간 500 만원 정도 모은 셈인데, 그걸로 얼마나 큰 만족감을 느끼길래, 오늘 내일의 4-50만원 소비를 아끼는가.


1년 500만원 저축액이면, 2년에 1,000 만원이고, 10년에 5,000 만원이다. 서울 집값 기준으로 3-5평 전세집도 못 구하는 돈이다. 10년 뒤면 마흔 살인데, 마흔 살의 나에게 5,000 만원의 가치란 그리 크지 않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현재의 3,000 만원 정도의 가치일 것인데, 멀쩡한 차 한대 뽑으면 다행이겠다. 

그에 비해 지금, 서른의 내가 한달에 4-50만원으로 누릴 수 있는 행복은 상당히 크다. 입고 싶고, 신고 싶은 옷과 신발도 마흔 살이 되어 입고 신는 것보다 '지금'이어야 더 값지다. 먹고 마시고 싶은 것도, 소화 기관의 소화 기능과 간의 회복 기능이 더 쌩쌩한 '지금'이 더 편하다. 여행을 통한 새로운 경험에서 얻는 자극과 영향도 1살이라도 젊을 때 겪는 것이 더욱 영양가 있다. 우리 세대들의 'FLEX' 가 유행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허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사고의 종착지는 상당히 우울하다. 

어릴 때부터 버릇처럼 들어온 '아껴 써라' 는 더 이상 삶의 큰 미덕이 되질 못한다. 당장의 소소한 행복을 위해서는 '절약' 보다는 '소비'가 적절하며 이는 적정 수준 이상의 근로 소득으로 족하다. 그렇다면 우리 삶은 늘 소소하게 행복해야 하는데, 근로 소득의 상승 속도가 물가 상승률과 부동산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다보니, 소확행만 추구하다보면 말년이 걱정이 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참 아이러니하다. 

근로소득을 통해 삶의 우상향 곡선의 기울기를 가파르게 하는 것을 넘어서, 불연속 상승면을 만들기 위해 다들 사업 소득 또는 자본 소득 방면으로 부단히 노력한다. 모두가 모이면 하는 이야기들이 소소한 행복 이야기보다는, '주식' 또는 '사업 아이템'이 주를 이루는 지금의 현실이 퍽 우울하다. 



오죽하면 이러한 소비들을 일컬어 '시발 비용'이라고 하겠는가. 

우스개소리처럼 표현들 하지만, 많은 애환과 답답함이 담겨 있는 표현이다. 

기왕 현재의 나를 위해 소비하는 것을 더 행복하고 좋은 표현으로 묘사하는 것이 좋을텐데, 세태의 정서가 그러하질 못하지 이것도 쉽지 않다. 현재의 기분 좋은 소비를 위해 '미래의 나의 안정'은 꼭 필요한 필요조건인 것일까. 둘 사이의 연결 고리를 끊고 현재를 즐기기 위한 마음 가짐이 필요하다. 


어쩌면 이 글 또한 나 스스로 그러한 마음 가짐을 갖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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