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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phan Seo Mar 11. 2021

개성에 대한 집착

천편일률에 대한 강한 거부감

유난히 나는 '특이'한 것을 좋아한다. 좋아함을 넘어선 집착 증세가 있다. 

이는 비단 특정 물건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 해당되는 현상이다. 

단순하게는 옷차림, 헤어스타일, 가방, 신발 등 여러 재화들이 그러하고, 나아가서는 사람, 커리어, 취미 등 전반적인 삶의 양식이 그러하다. 물론 어디까지나 사회 부적응자 소리를 듣지는 않는 선에서, 나름의 '다름'을 추구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다. 


돌아보면 이러한 집착은 '개성'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경주마처럼 주어진 레인만 죽어라 달려온 청소년기에 대한 강한 후회에서 발로한 것이다. '공부' 외의 다른 선택지는 애초에 '없다'고 알고 살아왔고, 실제 그 교육/학습 방식도 학교마다 학원마다 학생마다 동일했다. 이는 마치 산업혁명 시기의 컨베이어 벨트와 같이 불량률을 최소화하며 일정 퀄리티의 공산품을 가장 효율적으로 찍어내는 것과 유사하였다. '말 잘듣는 아이'로서, 주어지는 모든 것들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결과물로서 나 자신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조금 늦은 감이 있었지만 내가 취할 수 있는 도전들을 여러 방면으로 시도해보며 나만의 색깔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것 같다. 


커리어로서 스타트업을 택한 수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그 중 제법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스타트업이라는 선택지가 특이했기 때문이었다. 남들이 다 가는 대기업, 로스쿨, 전문직으로의 길은, 예전에 내가 겪었던 컨베이어벨트의 연장선일 것 같은 염려가 컸다. 본인이 하기 나름이겠지만, 일단 거르고 봤다. 인생의 큰 선택의 기로에서 '개성'이 판단 기준이 되었다는 것도 우습다. 또 졸업 준비를 마친 후에 취업을 하지 않고 학교를 다니던 중에 일찍 했다. 스물 다섯 나이에 스타트업에 뛰어들었고, 스물 일곱 나이에 나보다 어린 사람 한명 없는 10인 이상의 팀을 꾸려 관리했다. 이 모든 것들이 녹록지 않은 난이도였음에도 기꺼이 받아들였던것은 당연히 여러 방면에서의 득실을 따진 판단이었지만, 역시나 그러한 커리어가 제법 특이하다는 것도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는 지금도, 연봉과 처우, 업계의 전망, 함께 일하는 사람들, 담당하게 될 직무 등 따져봐야할 것들이 많지만,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내가 추구하는 개성을 발휘할 수 있고, 또 강화할 수 있는 곳인가?'이다. 굉장히 모호한 기준이지만, 개인적으로는 확고한 기준이다. 오퍼들이 들어올 때에도 보면 충분히 매력적인 오퍼들이 많지만 뭔가 아쉬운 것은 개성이 퇴색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략 그곳에서의 3년 뒤, 5년 뒤의 내 모습이 충분히 유니크한가? 다른 사람으로 대체할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 있는가? 등 반문의 형태로 따져보곤 한다. 어지간히 피곤한 집착이다.


'개성'은 영어로 'Personality' 인데, '성격'으로도 해석이 되는 이것은 마치 사람이라면 모두가 으레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심지어 연애도 마찬가지였다. 이성에게 느끼는 매력 중 큰 비중은 '이 친구가 본인만의 색깔이 있고, 그 개성이 충분히 매력적인가'였고, 지금도 그러하다. 이는 비단 이성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친구/업계 동료를 사귐에 있어서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 중 연인의 경우 함께 하는 시간과 그 밀도가 큰만큼 나에게 끼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유독 신중을 기하게 되는 것이다. (쉽게 짐작할 수 있겠지만 위와 같은 기준으로 연인을 찾기란 쉽지 않다.) 우여곡절들이 있었지만 운이 좋게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그녀는 퍽 매력적인 개성을 지니고 있다. 나와 비슷한 유년기를 거치고, 비슷한 고민을 한 끝에 본인이 원하는 것을 찾아 도전을 한 케이스인데 - 대략 요약을 하자면, 공부를 열심히 하여 '외국어 고등학교'에 진학을 했으면서, 그곳에서는 외국어 공부를 포기하고 '이과'를 택하여 명문 대학교에 진학하더니, 막상 전공은 의류학을 선택하여 현재 유명 의류업체의 디자이너로서 활약을 하고 있다. 유치원생, 초등학생 시절부터 미술 공부를 해온 직장 동료들 틈바구니에서 위축될 법도 한데, 본인만의 강점, 개성을 살려 자신있게 임하는 것이 퍽 매력적이다. 특히 연애부터 지금의 신혼에 이르기까지 나의 개성과 그녀의 개성이 함께 어우러져 서로의 개성들이 새로운 개성으로 변모하는 것이 퍽 행복하고 즐겁다. 보통 남들 앞에서는, 재밌고, 멋지고, 잘맞고, 잘맞출수있고, 대화가 잘통하고 .. 등을 프로포즈 이유로 꼽곤 하지만, '그녀만의 개성이 있다는 점'이 내게 큰 매력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하면, 다들 고개를 갸우뚱 하거나 멋쩍은 끄덕거림으로 대화가 마무리되곤 한다.


그 외에 특이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을 좋아하고,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거꾸로 본인의 주관없이 무채색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과는 맞지 않는다. 조용히 티안나는 이야기들 보다는 다이나믹한 사건사고들을 좋아한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하지만, 모난 돌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정 맞을 위험을 감수할 정도로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니까.




돌아보면, 오히려 천편일률적으로 살고 싶어도 그러지 못했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한다. 스무살까지는 모두가 대동소이하다 해도, '자유'가 주어지는 스무살 이후 자연스럽게 각자가 자기만의 가치관을 형성해가며 저절로 서로 다른 삶들을 살게 되는 것은 섭리였을지도 모르겠다. 과거의 결핍이 나로 하여금 지레 겁을 먹게 만들었고, 유독 '달라야 함'에 강하게 집착하도록 만들어 괜히 피곤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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