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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phan Seo Mar 05. 2023

그로스 팀의 그루밍 미팅

성공적인 스프린트를 위한 재료 손질 - PO 역량을 가르는 관리 스킬

이전 글 - 그로스 팀의 플래닝 미팅 에서 다뤘듯, 가용 리소스 산출 기반 플래닝 포커, 버퍼 활용 등의 방법으로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심리적 안정감과 서프라이즈 유연성을 확보하면 빠르게 달리면서 오래 달릴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이 하나 빠져 있는데, 빠르고 오래 달리기만 하면 되는게 아니라 빠르고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빠르고 오랜 기간 성과를 내는 것까지 더해져야 비로소 문자 그대로 ‘그로스 조직’이라 칭할 수 있겠다. 


이를 위해 플래닝에 앞서 ‘그루밍(Grooming)’이라는 단계를 거친다. 그루밍 시간에 무얼하는지는 조직마다 조금씩 다른데,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살펴보자.




0) 새로 기획한 백로그의 WWH 싱크 (= ICEing)


지표 미팅에서 얻은 기획 시드, VoC 를 살피다가 발견한 시드, 그 외에 다양한 방법을 통해 발굴해낸 시드의 WWH (What Why How)를 깔끔하게 문서로 정리하여 멤버들과 Impact, Confidence, Ease 를 논의한다. 이 백로그를 통해 해결할 문제(Why)가 무엇인지 공유하고, 이를 해결했을 때 끼칠 임팩트의 크기(Impact)와 그 가능성(Confidence)를 수치화 해본다. 문제 레벨에 대해서는 주로 PM/PO가 면밀히 근거를 받쳐오기 때문에 가벼운 싱크 정도면 충분하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How)에 대해서는 메이커 (디자이너, 개발자)들의 의견이 중요하기 때문에 해당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보다 주의 깊게 경청하며, 적절한 솔루션으로 정리해본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기획 내용이 바뀔 수도 있고, 문제의 Scope을 좁힐 수도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작업 난이도 (Ease)를 수치화 해본다. 


구독 그로스 팀의 그루밍 미팅 노트
ICEing이 끝난 백로그들의 우선 순위 정렬



이렇게 백로그 별로 Impact, Confidence, Ease 수치를 정하는 행위를 ICEing 이라고 칭하는데, ICEd 된 백로그들끼리 그 수치를 비교해보면서 우선 순위를 다함께 조율한다. 해당 수치는 절대적인 수치라기 보다는, 백로그간 우선 순위를 정하기 위한 상대적인 수치이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언제든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그 숫자 자체 보다도 중요한건 PO/PM이 준비해온 백로그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들에 대해 느끼는 온도를 팀내에 동일하게 맞춰둔다는 것이다. 이는 플래닝시 어떠한 작업을 먼저 할 것인지 정할 때에 별다른 삐걱거림 없이 스무스하게 진행하게끔 만들어주는 주요 선행 작업이다. 그로스 협업 프로세스 내에서 Prioritize 단계에 해당된다.


여기까지의 설명은 스프린트 플래닝에 앞서 준비해야 할 것들 중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다음 스프린트에 전달할 가치를 극대화 하기 위한 사전 작업들을 살펴보자. 


1) 디자인이 필요 없거나 개발이 필요없는 백로그 별도 관리


스프린트 플래닝 시간에 메이커 동료들 - 제품 디자이너, 개발자의 가용 리소스가 산출되면 이에 기반하여 작업할 백로그들을 선정하게 된다. 이 때 가용 리소스가 넉넉하면 미리 싱크된 우선 순위 순서대로 작업을 이어가면 된다. 디자인할 차례에 놓인 백로그를 디자인 단계로 옮기고, 개발할 차례에 놓인 백로그를 개발 단계로 옮기면 된다. 하지만 늘 이렇게 이상적으로 흘러가지만은 않는다. 


디자이너/개발자가 휴가인 경우, 여러 태스크 할당 이후 잔여 가용 리소스가 애매하게 남는 경우, 현 시점 가장 우선 순위가 높은 백로그가 (여러 이유로 인해) 그 전단계에 머물고 있는 경우 (가령 개발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데 아직 디자인 중이라든지) 등 이 이에 해당되는 경우들이다. 


이럴 때를 대비하여 디자인이 필요 없거나, 개발이 필요 없는 백로그들을 미리 별도로 관리해두었다가 적시에 꺼내어 스프린트 아웃풋을 극대화 하는 것이다. 구독 가격 테스트의 경우 사용되는 SKU 코드만 바꾸면 되는 작업이라 디자인이 불필요한 대표적인 백로그 종류다. 또한 주요 퍼널 플로우 순서의 변경도 디자인이 불필요하고, 레거시 제거 및 버그 해결 등도 동일하다. 개발이 필요 없는 백로그는 그 종류가 많지 않은데, 만약 CRM 툴을 사용한다면 CRM 을 활용하는 백로그들 (특정 코호트에게 특정 시점에 특정 메세지 넛지하기 종류)이 해당되겠고, 구매화면이 노출되는 엔트리포인트를 추가/삭제/변경 하는 작업들의 경우도 스토리 포인트가 0.5 (30분)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적절하게 활용해볼 수 있겠다.


2) ‘실험’과 ‘일반 개선’의 적절한 믹스


실험류의 백로그와 일반 개선류의 백로그는 각각의 ICE 점수와 별개로 적절히 섞어주는 것이 여러 의미에서 좋다. 또한 ‘실험’ 중에서도 Impact는 작지만 Confidence가 높은 기획과, Impact는 크지만 Confidence가 낮은 기획을 필요에 따라 적절히 섞어야 하고, 순서를 조정해야 한다. 이는 마치 일종의 포트폴리오 분산 투자 처럼, 안정성이 높지만 수익성이 낮은 자산과 안정성이 낮지만 수익성이 높은 자산을 고루 갖추는 작업으로 중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건전한 지표를 만들어갈 수 있게 된다. 가령 주구장창 Impact는 크지만 Confidence가 낮은 실험만 진행했다가 전부 대조군이 이겨 버리면 한 분기 동안 아무런 지표 그로스를 만들어 내지 못하게 된다. 반대로 주구장창 일반 개선 작업만 진행하면 유의미한 사용성 개선들은 만들어가겠지만 마찬가지로 눈에 띄는 지표 그로스를 만들긴 어렵다.


이러한 개선과 실험의 적절한 믹스는 제품 지표적인 관점 뿐 아니라, 조직 운영 관점에서도 유의미하다. 개선과 실험은 서로 다른 작업적 만족도를 제공한다. 개선은 일종의 마일스톤 개념의 목표 설정이기 때문에 배포 자체로 성취감을 느끼기 쉬운 반면 짜릿함은 덜하다. 실험은 배포 자체로 성취감을 느끼기는 어렵고 실험군이 이겨야 비로소 성취감을 느끼게 되는데, 그 짜릿함의 크기가 크다. 그 외에도 실험은 개선보다 개발 및 QA 공수가 좀더 드는 편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특성이 있기 때문에 그로스 팀 멤버들 입장에서도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 서로 다른 성취감과 재미를 섞어 진행하는 편이 한계 효용 체감 없이 최적의 만족도를 낼 수 있다. 게다가 이는 실제 작업 능률을 높여 그로스 효과로 이어지기까지 하니, 단기적으로도 중장기적으로도 개선과 실험의 적절한 믹스는 굉장히 큰 임팩트를 내는 운영의 묘인 셈이다.



+a) 예측 가능한 병목은 미리 제거


가용 리소스에 맞춰 잘 플래닝을 한 경우에도, 디자인/개발 작업 이전에 선행되어야 할 작업들이 선행되어 있지 않아 붕 뜨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미리미리 준비 잘하자!’는 식의 이야기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생각보다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정말 허다하다. 스트링 현지화 (번역), 주요 이벤트 택소노미 설계 등 타팀과의 협업이 필요한 경우가 대체로 해당된다. PM/PO 는 본인의 태스크를 짬에 있어서, 다다음 스프린트 작업에 대비하여 다음 스프린트를 플래닝할 수 있어야 한다. 다다음 스프린트에 진행될 디자인/개발 작업에 맞춰 다음 스프린트에 미리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백로그 그루밍 이후에 이렇게 백로그별 특성 (디자인 또는 개발이 불필요함, 실험 또는 개선임, 특정 타팀 협업이 필요함)에 맞춰 세팅을 해두면 스프린트 플래닝 시점에 주어진 환경 하에서의 최적의 플래닝을 이끌어낼 수 있게 되고, 비로소 ‘성공적인 플래닝’이라 부를 수 있게 된다. 즉, 유저에게 제품 내 최적의 가치를 가장 빠르고 잘 전달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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